김낙훈 중소기업전문 기자

금년 8월12일은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날로 기록될 듯하다. 인류 최초의 태양탐사선 파커가 강렬한 불길을 내뿜으며 솟구친 날이기 때문이다. 오는 11월쯤 태양 궤도에 진입한 뒤 표면에 600만㎞까지 다가선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숭배 대상이었던 태양을 직접 ‘알현’하기 위해 이 로켓은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중 하나가 방패다. 섭씨 1600도까지 막아 낼 수 있는 장치다. 외신은 방패를 ‘복합소재’로 제작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들 복합소재는 파커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만 사용되는 게 아니다.

특히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은 자동차 항공기 기계 전자제품 해양 에너지산업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지난 3월 파리에서 열린 ‘국제복합소재전시회’에서도 이를 사용한 제품이 다수 선보였다. 그중엔 가오리자동차와 초경량항공기도 있다. 가오리자동차, 정확히는 가오리 모양의 태양전지자동차는 무게가 380㎏에 불과하지만 5명을 태운 채 시속 130㎞로 달릴 수 있다. 프랑스 엘릭시르항공의 초경량항공기는 무게가 265㎏인데도 두 명을 태우고 거뜬히 날 수 있다.

우주탐사선 필수품 '복합소재'

이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가볍고 튼튼한 복합소재 특성에서 비롯된다. CFRP는 무게가 강철의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철의 10배에 이른다. 이런 특성 덕분에 항공기나 자동차는 물론 각 분야로 사용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런 신제품의 상당수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엘릭시르항공은 창업한 지 3년 된, 직원 6명의 기업이다. 벌써 20여 대나 팔았다. 가오리자동차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공대 학생들이 제작한 것이다. 국내도 복합소재를 바탕으로 한 창업 붐을 일으킬 때가 됐다.
이 분야 창업을 유도하려면 두 가지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우선 곳곳에 ‘복합소재가공센터’를 세우는 것이다. 한국복합소재학회장을 지낸 김기수 홍익대 세종캠퍼스 부총장은 “복합소재를 가공하고 테스트하려면 여러 가지 장비가 필요한데 이들 장비가 극소수 대학 등에 편중돼 있어 창업자가 활용하기 어렵다”며 “적어도 광역자치단체별로 복합소재가공센터를 설치해 창업자가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합소재 창업 붐 유도해야

또 하나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다. 파리복합소재전시회에선 스타트업을 위한 전시 공간을 따로 배정한다. 이 전시회에 매년 참가하는 하성규 한양대 공대 교수는 “창업을 활성화하려면 스타트업들이 전시회에서 큰 비용 부담 없이 자사 제품을 마케팅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고, 스타트업 경진대회를 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진대회에선 아이디어가 좋으면 상금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기관투자가로부터 투자도 유치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오는 11월14일부터 16일까지 ‘국제복합소재전시회(JEC Asia)’가 열린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열리는 이 전시회에서 창업 전담기관이 주최 측과 공동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4차 산업혁명 바람이 거세다. 혁명의 중심에는 기술 융복합이 있다. 여기서 빠질 수 없는 게 첨단소재산업이다. 특히 복합소재는 이 혁명을 촉진할 수 있는 기반기술이다. 한국은 복합소재 관련 전후방 산업이 고루 갖춰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국가다. 창업과 연계해 이 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는 이런 곳에서 창출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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