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무

'비상장' 현대카드·캐피탈
집중·연중 감사제도 도입
회계부정 방지 '솔선수범'

각종 회계부정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부회장(사진)의 회계투명성 제고 실험이 주목받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자발적으로 외부감사 비용을 3배 인상하는 등 모범적인 회계투명성 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카드·캐피탈은 내부감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입해 회계법인 외부용역을 진행하고 ‘부정적발감사시스템’을 도입했다.

저가 수주가 일상화돼 있던 2014년 외부 회계법인에 지급하는 보수를 3억3000만원에서 9억2000만원으로 대폭 인상한 파격 행보에 이어 또다시 현대카드·캐피탈이 회계투명성 제고에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 부회장은 “형식적인 감사가 아니라 제대로 된 감사를 받아야 한다”며 자발적인 감사보수 인상을 했다. 미국의 20% 수준에 불과한 낮은 보수가 짧은 감사 시간과 형식적 감사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감사를 비용으로 인식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의미있는 투자’라고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보수를 3배 가까이 올려주자 현대카드·캐피탈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감사 품질을 대폭 높였다. 총 감사 시간을 전년 대비 3배가량 늘린 것이다. 감사 시간이 충분해지자 그만큼 핵심 리스크에 대한 집중 감사가 이뤄졌다. 기업의 규모나 업종 등을 고려해 일정한 감사 시간을 보장하는 ‘표준감사시간제’의 표본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카드·캐피탈은 비상장사임에도 회계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외부감사 외에도 집중감사와 연중감사 제도를 도입했다. 집중감사 제도는 경영환경의 변화를 겪은 주요 영역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감사하는 제도다. 작년엔 ‘기업여신 신용평가와 실행에 대한 내부통제절차’를 테마로 선정해 집중감사를 벌였다. 또 연중감사를 통해 특정 이슈가 발생했을 때 회계법인과 즉시 논의하고 선제적으로 감사를 수행한다.

국내에서 기업이 고의로 자산이나 이익을 부풀리고 재무상태나 경영성과 등을 조작하는 회계 부정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동양그룹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의혹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큰 이슈가 됐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한국경제 마켓인사이트 M&A팀 이지훈 기자입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