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대비하는 기업들

현대오일뱅크가 충남 대산공장에 완공한 아스팔텐 분리(SDA) 공정. /현대오일뱅크 제공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 1월부터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 기준을 현행 3.5%에서 0.5%로 낮춘다고 최근 발표했다. 2017년 기준 세계 고유황 중질유 선박연료 수요는 하루 356만 배럴이다. 일부 전문가는 고유황 선박연료 수요가 빠르게 감소하는 것이 국내 정유사에 잠재적 위협요인이 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번 규제 강화를 악재가 아니라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정유 분야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2017년부터 기존 공장에 8000억원 안팎을 순차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약 3000억원을 투자해 제2공장 정유설비와 고도화 공정을 개선한 현대오일뱅크는 이달 12일 2400억원이 투자된 아스팔텐 분리(SDA) 공정을 충남 대산공장에 완공했다.

하루 8만 배럴을 생산하는 SDA는 정유설비에서 경질유를 뽑고 남은 잔사유에서 아스팔텐 성분을 제거하는 공정이다. 아스팔텐 성분은 잔사유를 휘발유, 항공유 등 경질유로 전환하는 고도화 공정에 투입되면 숯덩이로 변해 촉매 수명을 단축시키고 경질유 생산 수율을 감소시킨다. 잔사유에 프로판, 부탄, 펜탄 등 용매를 혼합해 아스팔텐이 없는 기름(DAO)을 추출한다.
현대오일뱅크는 DAO를 고도화 설비 원료로 투입해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대표는 그동안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선 신사업 개발 외에도 기존 정유사업에 대한 끊임없는 효율화가 필수”라며 정유사업 고도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달부터는 연인원 20만 명을 투입해 제1공장 정유설비와 고도화공정 증설 마무리작업도 한다. 다음달 중순까지 모든 작업이 완료되면 현대오일뱅크의 하루 정제능력은 56만 배럴(현대케미칼 하루 13만 배럴 포함)에서 65만 배럴로 늘어나 경쟁 업체들을 바짝 뒤쫓게 된다. 고도화설비 용량도 하루 16만5000배럴에서 21만1000배럴까지 늘어나 고도화설비 용량과 단순정제능력 간 비율을 나타내는 고도화율은 40.6%로 높아진다. 국내 정유사 중 40%대 고도화율을 달성하는 것은 현대오일뱅크가 처음이다.

현재 현대오일뱅크의 고유황 중질유 생산비중은 2% 정도다. SDA 및 고도화설비 증설 작업이 완료되면 수요가 감소하는 고유황 중질유 대신 수요가 증가하는 경질유 생산을 더 늘릴 수 있게 된다. 중동산 원유보다 고유황 중질유 성분이 많아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는 초중질 원유 투입 비중도 높일 수 있다. IMO 규제가 강화되면 중동산 원유와 초중질 원유의 가격차는 더 벌어져 초중질 원유의 경제성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로 인한 정제마진 개선 효과가 연간 1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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