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대비하는 기업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4월 중국 하이난다오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SK 제공

SK그룹은 불확실한 대내외 여건에도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근본적인 체질개선’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미래 생존이 불확실한 ‘서든 데스’ 시대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딥 체인지’가 필요하다”며 “2018년을 껍질을 깨는 방식으로 종전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새로운 SK의 원년으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딥 체인지의 핵심을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라고 정의했다. 기업의 근본적 체질개선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위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더블 보텀 라인’ △자산을 공유하거나 변화를 주는 ‘공유 인프라’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글로벌 경영’ 등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하며 독려하고 있다.

SK는 그룹 차원에서 사회적 가치를 구체적으로 측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 정관에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경영 목표도 넣었다. 최 회장은 “비즈니스에만 활용하던 자산을 공유인프라로 확장할 경우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며 “사회적 가치도 제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SK에너지는 이런 개념을 적용해 전국 3600여 개 SK 주유소를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플랫폼’으로 바꾸고 있다. SK에너지는 주유소를 O2O 서비스의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변화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거점 주유소의 ‘로컬 물류 허브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국내 최대 물류회사인 CJ대한통운과 지역물류 거점을 핵심으로 하는 사업추진 협약도 체결했다. SK에너지는 경쟁사인 GS칼텍스와도 손을 잡았다. 두 회사는 주유소 자산 공유를 통한 택배 서비스 ‘홈픽’을 내놨고, 향후 양사의 주유소를 ‘물류 허브’로 구축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공유인프라 포털을 만들어 반도체산업 생태계 육성에 나섰다. 공유인프라 포털은 반도체 아카데미와 분석측정 지원센터로 구성됐다. 협력회사들은 회원 가입만 하면 반도체 아카데미에서 제조공정, 소자, 설계, 통계 등 120여 개 온라인 교육 과정을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다. SK그룹은 공유인프라의 개념을 글로벌로 확장해 새로운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SK(주)가 지난 1월 카셰어링 업체 쏘카와 함께 말레이시아에 합작법인을 설립한 게 대표적이다.

최 회장 등 SK그룹 경영진은 올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중국과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등 정부 리더들과 만나 협력을 모색하고 에너지화학, 정보통신기술(ICT), 반도체 등 재계 리더들과 만나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를 논의했다. 2월엔 동남아시아 현장 경영에 나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글로벌 전략회의를 하고 동남아 신흥국에서의 중장기 성장 방안을 모색했다. 4월에도 중국 하이난다오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 참석해 정·재계 인사들과 협력방안을 논의하며 ‘글로벌 파트너링’을 강화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