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구매보조금 차등은 '가중전비' 때문
-동일 지원금 반대한 곳은 '제주도'

일반적으로 '가중(加重)'은 무언가 부담을 더 지우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법적인 처벌을 엄하게 할 때 사용하는 '가중처벌', 업무 부담이 확대되는 '가중업무' 등 일상에서 '가중'이라는 말은 흔하게 활용된다. 그러나 '전비(電比)'는 조금 생소한 단어로 전기차 등장과 함께 나타났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효율을 의미하는 '연비(燃比)'와 같은 뜻이다. 그래서 단위도 내연기관이 'ℓ/㎞'일 때 전비는 '㎾h/㎞'로 표시된다. 그런데 가중전비가 왜 갑자기 중요해졌을까? 전기차 보조금 차등의 기준이 바로 가중전비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판매되는 여러 전기차의 중앙정부 보조금은 조금씩 다르다. 아이오닉 EV 1,127만원, 쏘울 EV 1,044만원, 쉐보레 볼트 EV 1,200만원, SM3 Z.E. 1,017만원, 테슬라 전 차종은 1,200만원이다. 여기에 자치단체별로 최소 440만원(전남 강진군)에서 최고 1,100만원(전남 여수)까지 추가 지원을 해준다. 그러니 전기차 구매할 때 보조금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조금 차이가 결정됐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직접 연구를 주도한 인물을 찾아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지만 갸우뚱하기도 한다. 왜 그랬을까.

▲차등 발단은 제주도에서
사실 모든 전기차의 동일 금액 지원을 반대한 곳은 제주도다. 짧은 주행거리의 불편함을 해소하려면 배터리용량이 커져야 하는데, 지원금이 동일하니 제조사가 배터리 용량을 키우지 않는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그래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기차게 보조금 차등 적용을 요구했고 환경부도 이를 받아들여 2018 전기차 보조금 차등 지급 방안을 확정했다.
기본적인 구조는 배터리용량이 클수록 보조금에 유리한 구조로 설계됐다. 물론 해마다 1회 충전 주행거리와 효율의 반영 비율이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보조금 차등이 처음 시작된 올해는 효율보다 주행거리 우선이 역력했다. 여기에는 복잡한 공식이 하나 적용됐는데, 수식은 아래와 같다.

보조금=기본금액+(배터리용량*(단위보조금 17만원*(가중전비/최저가중전비)))

먼저 기본은 모든 전기차에 일괄 지급되는 것으로 금액은 350만원이다. 그리고 기본 금액에 더해지는 보조금은 배터리가 클수록 높아지는 곱하기로 설계돼 있다. 그렇다면 효율은 어디에 반영됐을까? 바로 '가중전비'에 숨어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기온에 민감한 만큼 여름철과 겨울철 효율이 다르다. 그래서 1년의 25%에 해당되는 겨울철 효율과 나머지 75%의 여름철 효율을 섞어 '가중연비' 개념을 만들었다.


이렇게 산출된 가중전비는 어디까지나 효율 우선이다. 1㎾h당 주행거리가 짧은 차일수록 보조금에 불리하도록 만들어졌다. 가중전비가 가장 낮은 차를 기준으로 나눠보면 효율이 낮을수록 '1'에 가까워지고 높을수록 '2'에 접근한다. 이렇게 산출된 금액이 바로 효율 중심 보조금이다. 예를 들어 아이오닉 EV의 경우 여름철에는 ㎾h당 6.3㎞를 주행하지만 겨울에는 5.1㎞에 머문다. 여름철 75%와 겨울철 25%를 반영하면 가중전비는 6.0㎞가 되고, 보조금 지급 대상 차종 중 가중전비가 가장 낮은 테슬라 모델S 90D의 3.69㎞로 나누면 '1.6'이라는 가중변수가 산출된다. 여기에 17만원을 곱하면 27만2,000원이 계산된다. 이 금액에 배터리용량 28.08㎾h를 곱하면 776만원이 되고, 이를 기본금액 350만원에 더해 비로소 1,126만원의 보조금이 결정된다. 이와 달리 테슬라 모델S 90D는 가중변수가 '1'이어서 효율 보조금이 17만원으로 낮지만 배터리용량이 커서 보조금 상한선을 훌쩍 뛰어넘는 1,836만원이 계산된다. 다시 말해 효율보다 배터리용량의 반영 비율이 월등히 높다는 뜻이다.

▲효율 낮아도 배터리 크면 유리
산출된 보조금액을 차종별로 보면 국고보조금 상한선이 없을 경우 테슬라 모델S 100D가 2,135만원으로 가장 많다. 무려 101.5㎾h의 대형 배터리를 장착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반면 30㎾h 이하의 작은 배터리가 탑재된 아이오닉 EV, 쏘울 EV, SM3 Z.E. 등은 보조금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제 아무리 전비, 즉 효율을 높여도 배터리용량의 절대 값을 넘기가 불가능한 구조의 공식이니 불만이 없을 수 없다. 게다가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것은 내연기관에서 연료탱크를 키우는 것과 같은 만큼 보조금 산정 때 배터리용량 비중을 높인 것은 아쉽다는 반응도 많다. 글로벌 제조사들도 단순히 배터리용량을 키우는 것보다 단위전력의 효율을 높이는데 주력한다는 점을 감안했어야 한다는 뒷말도 무성하다.

그럼에도 차등 보조금 첫 해에 1회 주행거리를 주목한 것은 소비자들의 불안감 때문이다. 더불어 빨리 주행거리를 늘리겠다는 정부의 의지 또한 반영됐다. 그러나 최근 나오는 전기차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이미 최소 200㎞를 넘었고, 일부 차종은 400㎞를 육박한다. 제품의 세대가 바뀔 때마다 주행 가능 거리 또한 두 배씩 확장되는 중이다.

그렇다고 배터리용량도 같은 속도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배터리용량이 30% 증가할 때 주행거리는 50%가 늘어난다. 그래서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와 효율 비중은 변화가 필요하고, 이 경우 효율의 중요성이 보다 많이 반영돼야 한다. 물론 환경부도 이런 흐름에는 동의한다. 그래서 1회 주행거리와 단위효율 비중 반영이 매년 조정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올해는 보조금 차등이 처음이어서 우선적으로 1회 주행거리 비중이 많이 반영됐지만 결과적으로 효율로 가야 한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동하는 모든 것은 이동 거리가 아니라 결국은 효율에서 승부가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p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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