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의 공포지수는 무엇일까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를 떠올리는 분이 많을 겁니다.

VIX는 주식 시장의 변동성 척도로 쓰여왔습니다. S&P 500지수의 옵션 가격을 바탕으로 향후 30일간의 주가 변동성에 대한 시장 기대를 수치화해 산정합니다. 그래서 월스트리트의 '공포지수'로 불려왔습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에서는 더 이상 VIX를 쳐다보지 않는 전문가가 많습니다. 현재 VIX는 13에 머물고 있습니다. 터키발 위기가 시장을 감싸고 있지만 평균인 19~20에도 못미칩니다.

미국 시장은 경기 호황에 힘입어 따로 놀고 있는 겁니다. 이런 현상은 2008년 금융위기와 양적완화(QE) 실시 이후 본격화됐습니다. 시장에 돈이 넘치면서 VIX는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대신 주목받고 있는 게 달러인덱스입니다.

2016년 국제결제은행(BIS)은 VIX를 제치고 달러화가 국제 금융시장의 리스크 심리를 반영하는 바로미터로 자리잡았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인 신현송씨가 주장한 겁니다.

신 연구위원은 “달러 강세는 신용 거래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키고, 이는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자의 욕구를 떨어뜨린다”고 설명했습니다.

달러인덱스는 터키발 위기가 불거진 지난 10일 폭등해서 96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작년 6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달러가 예상보다 너무 강해지고 위안화 등 신흥국 통화가 급락하면서 최근 월가의 트레이더들은 큰 손해를 봤습니다.

이머징마켓 투자 자산뿐 아니라 원유와 구리, 리튬 등 원자재 가격까지 급락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일부 트레이더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으로 “달러 강세”를 준엄히 꾸짖어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강달러는 미국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CNBC는 지난 15일 "중국 위안화의 약세와 달러화 강세에 시장은 트럼프의 트위터를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BBH)의 마크 챈들러 수석외환전략가 "달러화 강세를 고려했을 때, (트럼프 행정부의) 코멘트가 나와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트위터로 "중국과 유럽연합이 통화가치를 조작하고 이자율을 낮추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자율을 올리면서 달러화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당시 CNBC와의 인터뷰에서는 "달러 강세가 우리에게는 불이익을 가져다준다"고 지적하기도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월스트리트를 실망시켰습니다.

트럼프는 16일 아침 "미국 경제는 어느 때보다 좋다. 소중한 달러로 전례 없이 드물게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습니다. 그는 "기업 이익은 어느 때보다 좋고 인플레이션은 낮으며 기업들은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의 트윗은 강달러를 수용하는 듯한 어감입니다. 강 달러가 미국에 불이익을 준다고 했던 지난달 발언과 사뭇 다른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석 경제 자문역인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도 이날 달러 강세가 자신감의 표시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 "미국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은 훌륭한 일이며 달러 강세가 상품 가격을 억제한다"고도 말했습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백악관의 달러 강세에 대한 뷰가 바뀐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습니다. 이 때문인지, 중국과 미국의 무역협상이 재개된다는 소식에도 달러인덱스는 0.1% 떨어져 96.5 수준을 지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바뀌었을까요.

어제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news.hankyung.com/article/201808165301i) 에서 인프라 투자를 앞둔 트럼프가 강달러를 통해 구리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을 유도한다는 ‘썰’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백악관이 강달러를 수용한다면 달러 강세는 계속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달러 빚을 흥청망청 가져다썼던 신흥국들의 신용 위기가 더 빨리,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