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8000억원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과 관련해 “근거가 없다”는 답변서를 엘리엇에 제출했다. 정부는 중재인을 선정하고 중재언어로 한국어와 영어, 중재지로 싱가포르를 요구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달 13일 엘리엇의 중재신청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하고 이를 법무부 홈페이지에 공개했다고 17일 밝혔다. 앞서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최소 7억7000만달러(약 8600억원)의 피해를 봤다며 지난달 중재를 신청했다.
정부는 답변서에서 “한국 형사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행정부 구성원, 국민연금 직원 등의 위법적인 행위 결과로서 합병이 제안되거나 합병이 통과됐다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법원 판례를 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합병과 관련, 박 전 대통령에게 명시적 또는 묵시적 청탁을 했다는 점을 검찰이 입증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엘리엇이 언급을 회피한 한국 민사 법원들은 삼성 합병 및 그에 대한 국민연금의 찬성에는 합당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었고, 합병 비율이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며 합병의 적법성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측은 또 엘리엇이 손해 추산액을 뒷받침할 만한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 측이 중재인으로 선정한 캐나다 국적의 크리스토퍼 토머스 변호사는 44회의 ISD 대응 경험이 있는 전문가다. 정부가 중재언어에 한국어를 추가하고 중재지로 엘리엇이 주장한 영국이 아닌 싱가포르로 요구한 것은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