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을 새기다, 나만의 브랜드가 생기다

노스페이스·무인양품·롯데마트 보나핏 삭스 등
구매 제품에 글자·그림 새겨주는 서비스 제공

1인 가구 늘고 '소확행' 추구하는 사람들 증가
가구 이어 가죽 소품·문구 등 직접 만들어 사용

무인양품 신촌 ‘커스텀 바’

“이름을 넣어드릴까요? 원하는 그림도 새길 수 있습니다.”

서울 여의도 IFC몰에 있는 무인양품 매장. 로고도 무늬도 없는 흰 티셔츠를 하나 산 뒤 자수공방을 찾아가자 직원이 건넨 말이다. 원하는 글자체와 크기, 문구와 자수를 새길 위치를 보여주니 그 자리에서 자수 기계가 드르륵드르륵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특정 마크는 크기에 따라 3000~5000원. 문자는 다섯 글자까지 3000원, 여섯 글자부터 글자당 1000원씩 추가됐다. 복잡한 그림은 3~4일 내 완성. 간단한 건 그 자리에서 새겨준다고 했다. 무인양품은 IFC몰점과 신촌점 등 두 군데에서 자수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옷뿐만 아니라 스니커즈, 가방 등에도 자수를 새기는 게 가능하다.

◆“똑같은 건 싫다” 나만의 각인

‘나만의 브랜드 만들기’에 심취한 사람들을 위한 ‘커스텀 바’가 늘고 있다. 커스텀은 프랑스어로 ‘주문에 의해 특별히 제작한 차 또는 오토바이’라는 뜻의 커스텀(custom)에서 유래했다.

커스텀은 기본적인 재료나 뼈대는 기성품을 사용하되, 세부적인 일부 디자인을 마음대로 바꾼다는 점에서 기존 DIY(Do It Yourself)와는 다르다. DIY는 원재료 등 기초적인 재료 단계부터 직접 만드는 작업이다.

패션업계에서 등장한 ‘커스텀 바’는 원하는 형태의 제품을 주문 제작할 수 있는 서비스다. 똑같은 옷과 신발 등 대량생산 복제품을 소비하는 데 지친 소비자를 겨냥한다. 노스페이스는 지난달 서울 명동 플래그십스토어에 커스텀 바를 설치했다. 제품을 고른 뒤 원하는 문구와 위치를 자수 전문가에게 이야기하면 즉시 새겨넣어 준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지역 특성상 ‘서울’을 일본어, 중국어, 영어 등으로 주문하는 사람이 많다.

자수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일본 관광객 요스케 씨(39)는 “명동에 기념품이 많지만 다 비슷해 보여 구매를 망설였다”며 “일본에 돌아가기 전에 나만의 서울 기념품을 만들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온라인몰의 양말전문관 ‘보나핏 삭스’도 자수서비스를 하고 있다. 양말의 모양과 형태를 고르면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그림이나 글자를 새겨넣을 수 있다.

로고나 자수를 새기는 단순한 커스텀 제작이 아니라 재료부터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시스템도 있다. 나이키는 미국과 일본에서 ‘ID매장’을 운영 중이다. 코르테즈, 에어맥스 등 스테디셀러 제품에 한해 색상과 디자인, 재질과 로고 등을 자유자재로 디자인할 수 있다. 온라인 공식 홈페이지에서 하고 있어 국내에는 ‘나이키 커스텀 구매대행’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다수 등장했다.

◆가방 소품 노트까지 ‘내 맘대로’

‘커스텀 열풍’은 패션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가구와 가죽 소품, 노트 등까지 직접 제작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가죽공방은 2~3년 새 크게 늘면서 서울 도심과 근교에만 400여 개가 있다. 서울 성북동의 JnK 가죽공방을 다녔던 직장인 김진희 씨는 “가죽 공예를 배우면서 매일 들고 다니는 가방을 내 손으로 만든다는 재미, 하나밖에 없는 내 것을 만든다는 성취감에 푹 빠졌다”며 “한땀 한땀 집중력을 갖고 배우는 동안 스트레스도 저절로 풀렸다”고 말했다.

나만의 개성 있는 일기장, 사진첩을 만들려는 사람도 늘었다. 문구 기업인 모나미는 지난달 실과 바늘로 직접 종이를 꿰매 만들 수 있는 수제노트 키트(kit)를 내놨다. ‘워크룸 키트’라 불리는 이 제품은 책 제작을 간편히 할 수 있는 것으로 표지와 내지, 제본용 실과 바늘이 들어 있다. 30페이지 분량의 노트 한 권을 직접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볼펜도 커스텀 제작이 가능하다. 키트 안에 모나미 ‘152 DIY 볼펜’이 함께 들어 있어 직접 조립해 쓰는 방식이다. 모나미는 직접 제작하려는 소비 수요가 늘자 해외 명품으로 구성된 최고급형 키트도 내놨다. 모나미 컨셉스토어에서는 이탈리아 타소티의 고급 종이와 세계적 명성의 존제임스 바늘, 독일산 천연 왁스로 구성된 수제 노트키트 2종을 판다. 4만5000원의 비교적 높은 가격이지만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DIY의 원조 ‘가구’도 커스텀 봇물

1990년대 DIY 열풍이 처음 국내에 상륙했을 때 가구를 직접 만드는 공방이 한창 유행했다. 하지만 나무를 직접 자르고 가공하는 등 시간과 재료, 노동력이 너무 많이 들어가 곧 시들해졌다. 최근에는 커스텀 가구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작은 모듈 형태로 나와 간단히 조립하거나 세부적인 디자인을 완성하면 되는 ‘세미 DIY’가 주인공이다. 2014년 말 한국에 진출한 이케아의 성공이 기폭제가 됐다.

한샘이 지난 6월 내놓은 베스트셀러 ‘샘 책장 DIY 모델’은 내놓자마자 완제품 형태로 나오는 기존 모델의 판매량을 크게 앞질렀다. 가구업계는 1인 가구 비중이 높아지고,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직접 원하는 대로 집을 꾸미거나 가구를 만드는 사람이 점점 더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셀프 인테리어와 관련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도 늘고 있다. 단국대 건축학과 창업동아리에서 가구 디자인, 인테리어·리모델링 시공을 맡는 종합 인테리어 기업으로 성장한 ‘어셈블리 프로젝트’는 DIY모듈 가구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DIY인테리어 전문 쇼핑몰인 문고리닷컴은 회원 수가 약 70만 명에 달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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