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금성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공작'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1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공작'은 지난 16일 일일 관객 16만 173명을 들여 누적 관객수 325만 9155명을 기록했다. 박스오피스 순위로는 '목격자'(일관객 16만 1794명)에 살짝 밀려 2위다.

지난 8일 개봉 후 '신과함께-인과 연'과 경쟁해 선방하고 있는 '공작'은 1990년대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한에 잠입한 인물을 다루고 있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극 중 황정민이 연기한 흑금성은 1954년 충북 출생의 박채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채서는 육군3사관학교를 거쳐 국군정보사령부 등에서 활동했으나 어느 날 동료들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 등의 행위를 하다 1993년 소령 신분으로 제대했다.

모든 것은 '흑금성' 박채서로부터 비롯됐다. 당시 박채서는 북한 공작 조직의 자금난을 이용하는 안을 기획했는데 채택되었고, 스스로의 이름값을 떨어뜨리는 행위도 이 안의 일부였던 것.

실제로 박채서는 광고 프로듀서와 사업가를 만나 대북사업을 위한 회사 '아자 커뮤니케이션'을 설립했다. 위장 취업 한 것이다. 또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한의 정보기관들과 거래하고 남의 정보를 팔면서 북한의 정보를 얻었다.

박채서는 한국의 광고 촬영을 북한에서 하면 자금난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북한 지도부를 구슬리고 대북광고사업 조인식까지 가졌다.

당시 박채서는 북한을 방문하면서 김정일과 장성택 등을 자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순조롭게 진행되는가 싶었더니 1997년 대통령 선거 직전 '총풍사건'이 터졌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관련자가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북한에 무력 시위를 해달라고 모의했고, 이 혐의로 기소됐다.

흑금성 박채서는 김대중 후보와 접촉을 시도하면서 정동영, 천용택 의원을 만나 일명 '북풍'을 막을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행위가 안기부에 노출되면서 해고됐고 북한 전역에서 촬영하고자 했던 삼성 애니콜 광고도 무산됐다.
이후 노무현, 이명박 정권에서 활동하다 2005년 삼성 애니콜 광고에는 가수 이효리와 북한 무용수 조명애가 등장해 큰 화제를 모았다. 이 또한 박채서가 기획한 사업 중 하나였다.

흑금성은 그러나 2010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되면서 '이중간첩'이 됐다. 결국 6년간의 옥살이를 했다.

'공작' 황정민과 흑금성 박채서 씨 /사진=온라인커뮤니티

'공작'의 큰 흐름은 흑금성 박채서의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디테일한 부분은 영화적 상상력을 덧댔다.

연출의 윤종빈 감독은 '신동아'에 실린 '흑금성' 기사를 보고 수감 중인 박채서를 만나 영화 제작의 뜻을 전했다.

영화는 총 보다 말로 싸우는 색 다른 첩보 장르로 제작됐다. 평양 등 실제 소스를 얻어 CG 작업 했고, 애니콜 광고를 위해 이효리도 카메오로 출연해 사실감을 높였다.

지난 11일 팟캐스트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에 출연한 박채서는 극 중 자신을 연기한 황정민과 골프도 가끔 치는 사이라고 말했다.

박채서는 '공작' 속 많은 것들이 실제와 비슷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북측 인사를 만날 때 녹음장치를 남성 신체(요도)에 삽입하는 방식을 취한다. 정보는 모두 안기부에 제출한다"고 설명했다.

또 흑금성이 북측 인사들에게 롤렉스 가품 시계를 전하는 모습에 대해서도 "한국에서 가품 시계를 사다가 북측 인사에 선물했더니 '법에서 허용하는 한 모든 편의를 봐주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김정일과 만난 일화에 대해 "결단력 있는 유연한 사람이라는 인상"이었다며 "술을 마시지 않는데 술잔을 권해 난감했다. '통일이 되면 술 한잔 올리겠다'고 말했더니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고 귀띔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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