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시보드 디자인은 스타렉스 어반과 같아
-승합차 발상의 전환으로 역할 증대 노려

승합차 시장에서 지난 20년간 독보적 지위를 누려온 현대차 스타렉스가 최근 놀라운 도전을 시도했다. 단순히 짐과 승객을 한 번에 많이 실어 나른다는 개발 목적을 180도 변경한 것. 부분 변경을 거친 외관으로 한 차례 투박함을 벗고, 이후 좌석을 절반으로 줄인 리무진을 통해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더니 이번에는 승합차의 굴레를 벗어나 승용 부문으로 침투하려는 신분세탁(?) 수준의 변화를 보였다. 그랜드 스타렉스 리무진 이야기다.

실제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독립성을 강조한 의전용부터 다둥이들의 패밀리카, 넉넉한 실내 공간을 활용한 캠핑카까지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어서다. 특히 그간 다인승 MPV 시장을 독점해 온 기아차 카니발의 대항마로 인식되면서 비교 경쟁에 불이 붙었다. 20년만에 승용차로 탈바꿈한 그랜드 스타렉스 리무진 6인승 버전을 타봤다.


▲디자인
겉모습이 주요 구매요인으로 꼽히지 않는 상용차와 달리 승용차로 인정받기 위해선 누구나 선호하는 외관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들은 이왕이면 사회적 관계에서 보다 세련되고 날렵하되 고급스러워 보이는 차를 구매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그랜저 스타렉스 리무진은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박스형의 승합차를 최대한 유려해 보이도록 곳곳의 요소를 다듬었다. 부분변경을 통해 선보인 전면 디자인은 대형 캐스캐이딩 그릴과 가로형 헤드램프가 현대차 승용 라인업의 느낌을 낸다. 헤드램프에서 뻗어 나온 측면 라인과 휠 아치 상부를 지나는 캐릭터 라인도 단조로운 디자인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상부에 얹은 하이루프는 차체 디자인과 완벽한 일체감을 통해 매끈하게 연결, 공기역학을 추구했다. 그러면서도 높이를 2,205㎜로 설정, 지하주차장의 2.3m 제한 높이를 통과할 수 있도록 했다(다만 최근 제한높이가 2.2m로 설정된 마트나 백화점도 곳곳 있다).


실내 대시보드 디자인은 스타렉스 어반과 같다. 기본형보다 고급스러운 승용형 스티어링 휠 디자인을 채택하고 공조계도 세로형이 아닌 가로형으로 변경했다. 센터페시아 구성에도 차이가 있다. 어반을 비롯한 리무진은 멀티미디어 부문과 공조 조절 장치, 시프트레버 등 섹션을 나눠 레이아웃을 짰다. 대시보드 구성만 봤을 때는 승용차와 비교해도 손색없다.

6인승의 경우 국내 최초로 1열과 2·3열 승객석을 구분하는 멀티미디어 파티션을 적용했다. 이 때문에 1열 좌석의 활동성에는 약간의 제약이 따르지만 2·3열에는 보다 독립된 공간을 제공한다. 특히 파티션에 마련된 8인치 터치스크린을 작동하면 숨어있던 21.5인치 슬라이딩 모니터가 위쪽으로 솟아올라 마치 거실에서 TV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쇼퍼드리븐의 대형 세단 뒷좌석에서 누릴 수 있는 멀티미디어 환경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편안하다.




좌석은 6개가 독립적으로 장착됐으며 성인 남성이 앉아도 안락한 크기다. 그럼에도 통로 등 여유 공간이 넉넉해 타고 내리는 것은 물론이고 2열과 3열을 이동하기에도 편하다. 1열부터 3열까지 모두 열선 및 통풍 시트를 갖추고 독립적인 USB 충천 포트를 마련해 편의성을 높였다. 이로써 3열에 탑승하는 여섯번째 승객까지 배려받는 느낌을 준다.

▲상품성·성능
동력계는 기존 스타렉스와 동일한 2.5ℓ 디젤과 5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하고 후륜구동방식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최고 175마력, 최대 46㎏·m의 성능을 발휘하며, ℓ당 8.9㎞의 복합효율을 낸다. 덩치에 비해 조금 모자라보일 수 있는 수치이지만 실제 주행에선 어떨지 궁금했다.
시승을 위해 두 가족이 모였다. 다섯 명의 인원과 각자의 짐을 스타렉스 리무진 한 차에 싣고 캠핑을 떠날 참이었다. 캠핑을 위한 짐은 크게 이너 텐트 2개, 의자 5개, 침낭 4개, 아이스박스 1개, 테이블 1개 그리고 각종 물품을 담은 대형 가방 두어개 정도로 꾸렸다. 리무진이라 트렁크가 크진 않았지만 짐을 넣는 건 어렵지 않았다. 차체가 높다보니 캠핑 의자 5개가 세로로 들어가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본래 승용차 트렁크에선 무조건 가로로밖에 넣을 수 없는 크기여서 사뭇 놀라웠다. 트렁크 용량이 모자라 남은 짐과 가방 등은 시트 위에 쌓았다. 시트는 앞으로 완전히 폴딩되는 방식이 아니어서 그대로 세운 채 위에 짐을 올렸다. 그리고 좌우 좌석 사이에 남는 통로 곳곳에도 짐을 놨다. 통로가 널찍해 나름 수납 공간으로 유용하게 활용했다. 그렇게 두 가족의 캠핑 장비는 무리 없이 모두 실렸다.


처음 운전석에 타면 승용차와는 확실히 다른 높이에 '스타렉스는 스타렉스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잠시 어색함이 느껴지지만 높은 곳에서 도로를 한번에 훑을 수 있어 운전하기 편한 면도 있다. 리무진 전용 서스펜션을 장착해서인지 출렁거림이나 진동은 거슬리지 않았다. 물론 완전히 승용차다운 승차감을 제공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적어도 승합차 특유의 가벼움은 없었다는 의미다. 뒷좌석 승객들의 경우도 과속방지턱을 넘는 상황에서 충격이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여러 인원을 태우고 주행했기에 가속력보다는 편안함에 초점을 맞췄다. 리무진의 경우 6인승과 9인승으로 운영되며 승합이 아닌 승용차로 운영돼 속도제한(110㎞/h)이 없지만 일반적인 주행에서 그 이상 속력을 낼 일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놀라웠던 점은 진동소음(NVH)이다. 억제 수준이 기대 이상 뛰어났던 것. 시속 100㎞로 달리는 상황에서도 운전석에 앉아 3열 승객과 대화하는 것이 가능했고, 뒷좌석에서 TV를 시청하는 데에도 주변 소음이 전혀 방해되지 않았다. 엔진음은 물론 풍절음, 노면음까지 잘 흡수했다. 리무진을 내놓으며 기존 스타렉스와 가장 차별화된 특징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을 듯하다.

▲총평
최근 급증한 아웃도어 캠핑과 의전차 수요를 기아차 카니발에 모두 뺏기는 상황을 보면서 현대차가 절치부심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 과정에서 기본 밴형 스타렉스를 바탕으로 수익성을 높인 어반이나 리무진, 캠핑카 등을 고안해낸 것은 스타렉스의 용도 확장이 아닐 수 없다. 스타렉스를 단지 상용차로 한정하지 않은 발상의 전환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낸 셈이다.

다만 아직까지 소비자들의 인식이 승합차에 머물러 있는 점은 앞으로 현대차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수동 개폐 방식의 2열 창문과 트렁크, 3열까지 조금 모자란 공조 시스템 등은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리무진에서 약간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첫 발을 내딛은 스타렉스의 다양한 시도는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 가격은 6인승 익스클루시브 기준으로 5,841만원이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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