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혁신 없인 미래 없다
(4) 차세대 자동차 육성

자율차, 선진국은 자율에 맡겨
美·獨 등 해외선 운전대 손 뗀
자율주행차 운행 허용하는데
한국은 낡은 규정에 갇혀
상용화는 물론 연구개발도 막아

인프라 진척없는 수소차
아파트 50m 이내 설치 못해
충전소 전국 8곳에 불과
정부 무관심 속 中 추격 가속

정창영 현대자동차 자율주행개발실 연구원이 지난 6월 열린 ‘자율주행차 국민체감행사’에서 운전대에서 손을 뗀 채 자율주행을 시연하고 있다. 이 자율주행차는 현대차의 수소전기차(FCEV) 넥쏘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연합뉴스

한국에서 자율주행차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시험주행 차량에 탑승할 때 늘 조수석에 앉는다. 자율주행 도중 데이터를 수시로 체크해야 하는데 운전석에 앉아 컴퓨터를 사용하는 건 한국에서 불법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연구 목적이 아닌 완전자율주행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자율주행차와 함께 대표적 미래자동차로 꼽히는 수소전기차(FCEV)를 운행하는 일도 쉽지 않다. 수소를 충전할 수 있는 곳이 한국에 8곳밖에 없다. 수소충전소는 아파트, 의료시설, 학교 등과 일정 거리를 둬야 한다는 규제에 막힌 탓이다.

한국의 미래차산업이 규제에 짓눌리고 있다. 모든 자동차 관련 법조항이 사람이 운전하는 내연기관 자동차 기준으로 돼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미래차 관련 규제를 혁신적으로 풀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 먹거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반쪽 자율주행만 가능한 한국

자율주행차는 미래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가를 핵심 변수다. 사람의 개입이 필요 없는 완전자율주행차 시장은 2025년 35만 대 규모에서 2035년 118만 대로 커질 전망이다. 미국과 독일, 영국, 일본 등 주요 자동차 생산국 정부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막대한 지원을 하는 이유다.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 당장 3단계(차량이 스스로 주변 환경을 파악해 운전하고 운전자는 돌발상황에만 개입하는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는 건 불법이다. 도로교통법 제48조가 “모든 차량 운전자가 조향장치(운전대)와 제동장치(브레이크) 등을 정확하게 조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이 법 제49조는 운전자가 휴대폰 및 컴퓨터를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자율주행차 연구진도 운전석에 앉아 연구용 컴퓨터를 들여다보거나 조작할 수 없다. 현행법이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물론 연구개발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2011년 네바다주를 시작으로 자율주행차 운행을 승인하는 법을 잇따라 통과시키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운전대나 액셀, 브레이크 페달 등이 없는 자율주행차의 시험운행을 허용했다. 독일도 2016년 자율주행을 금지하는 기존 법을 개정했다.

◆서울에 두 곳뿐인 수소충전소

수소차 보급을 위해 필수적인 수소충전소 추가 건설도 규제의 벽에 막혀 있다. 현재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수소충전소는 전국에 8곳밖에 없다. 서울엔 2곳뿐이다. 수소차를 타고 싶어도 충전하기 불편해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건축법 시행령에 따르면 수소충전소는 아파트, 놀이터, 의료시설과 50m 이상 거리를 둬야 한다. 교육환경보호법에 의해 학교와는 200m 넘게 떨어져야 한다.

수소충전소 사업자에게 휴게소 영업을 허용하겠다는 국토교통부 계획은 진작 무산됐다. 수소충전소 운영만으로는 돈을 벌기 어려우니 휴게소 영업권을 줘 수익을 보장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기존 휴게소 사업자의 반발에 밀렸다. 전문가들은 국내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국내 판매량도 기대에 못 미치고, 그 결과 생산 단가를 낮추기도 쉽지 않아 가격경쟁력이 약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수소충전소 건설 관련 규제는 수많은 법안과 시행령에 흩어져 있다 보니 개별 기업이 어떤 규제가 있는지 다 따져보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도 2030년까지 수소충전소 1000곳을 설치하고, 수소차 100만 대를 보급하겠다고 밝히는 등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다른 나라에서는 정부가 수소를 미래 핵심 에너지로 쓰겠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선진국과의 수소 인프라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도병욱/서기열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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