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무대에 처음 오르는 이국적 분위기의 연극들

베스트앤퍼스트 시리즈 4편
탈영병 다룬 남아공 '돼지우리'
명왕성 탐사대 소재 英 'X' 등
내달 4일부터 아르코예술극장서

스타인벡 '생쥐와 인간' 무대에
대공황 시대 비극적 우정 다뤄

'더 네이처 오브 포게팅' 亞 초연
"치매에도 무언가를 찾는 여정"

미국 대공황 시대 두 노동자의 비극적 우정을 다룬 연극 ‘생쥐와 인간’.

해외 유명 연극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나라의 연극을 선보이는 ‘베스트앤퍼스트’ 시리즈부터 고전 소설로 유명한 ‘생쥐와 인간’, 섬세한 감성의 ‘더 네이처 오브 포게팅(The Nature of Forgetting: 망각의 본질)’까지 펼쳐진다. 모두 국내 초연으로, 색다른 소재와 이국적인 분위기의 작품에 목말랐던 연극 애호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독일 등 4개국 연극… ‘베스트앤퍼스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4개국의 라이선스 공연 4편을 모아 ‘베스트앤퍼스트’ 시리즈를 펼쳐 보인다. 공연은 다음달 4일부터 10월7일까지 한 달여간 서울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린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측은 “해외에서 이미 검증을 받은 작품들을 엄선해 선보이게 됐다”며 “국내 대표 극단의 연출가 등을 만나 더욱 멋진 무대가 펼쳐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독일 극작가 롤란트 쉼멜페닉의 ‘아라비안나이트’로 다음달 4~16일 진행된다. ‘목란언니’ ‘나는 살인자입니다’ 등을 통해 이름을 알린 전인천 연출이 맡는다. 대중에게 익숙한 작품이지만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극은 마법에 걸린 한 아파트에서 단수가 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2명의 여성과 3명의 남성이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매력적인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이어 국내에선 거의 볼 수 없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연극을 볼 기회가 찾아온다. 다음달 8~22일 무대에 오르는 ‘돼지우리’라는 작품이다. 인종차별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작품으로 다뤄온 남아공의 작가 아돌 후가드가 썼다. 평소 후가드의 작품을 즐겨 읽던 손진책 극단 미추 대표가 직접 연출을 맡았다. 소재도 독특하다. 전쟁 중 탈영한 군인 파벨이 집 안에 있는 돼지우리에 41년간 숨어 살다가 세상에 나오려는 과정을 담았다.

최용훈 작은신화 대표가 연출을 맡은 연극 ‘X’.

다음달 14~30일엔 ‘영국 연극의 미래’라고 불리는 31세의 젊은 작가 알리스테어 맥도월의 ‘X’가 무대에 오른다. 최용훈 극단 작은신화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 이 작품은 명왕성에서 지구와의 송신이 끊겨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탐사대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스타일, 내용 등 다양한 면에서 과감한 도전을 선보이는 미국 극작가 루카스 네이스의 ‘크리스천스’는 다음달 27일부터 10월7일까지 무대에 오른다. 연출은 민새롬 극단 청년단 대표가 맡았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10년 만에 교인이 1000명이 넘는 대형 교회를 설립한 목사 폴이다. 어느 날 폴은 ‘지옥’에 대해 파격적이고 도전적인 설교를 하고, 이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시작된다.

◆비극적 현실 다룬 ‘생쥐와 인간’도 호평

지난달 24일 시작, 10월14일까지 서울 대학로 TOM1관에서 펼쳐지는 박지혜 연출의 연극 ‘생쥐와 인간’도 호평을 받고 있다. 1937년 초연 이후 80여 년 동안 꾸준히 무대에 오른 미국 브로드웨이 버전을 라이선스 공연으로 올리고 있다. 원작은 미국 작가 존 스타인벡의 대표 소설이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대를 배경으로 하며 두 노동자 레니, 조지의 비극적인 우정을 그린다. 이를 통해 아메리칸 드림의 허구성을 보여주며 참혹한 현실을 ‘생쥐’와 ‘인간’에게 빗대 이야기한다.

공연기획사 빅타임프로덕션의 이지연 대표는 “그들이 살았던 대공황 시대와 정신적인 대공황을 겪고 있는 현재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감안해 브로드웨이 공연의 재현보다는 작품의 메시지와 감동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최초로 ‘더 네이처 오브 포게팅’이 내년 2월13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성수동 우란문화재단 무대에 오른다는 소식도 화제다. 영국에서 큰 인기를 얻은 작품으로 오리지널 공연팀이 직접 무대에 선다. 치매로 기억이 얽혀버린 톰의 이야기로 사랑과 우정, 만남과 헤어짐,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있게 접근한다. 공연기획사 연극열전 측은 “기억이 사라진 뒤에도 마지막까지 남게 되는 무언가를 찾아가는 여정이 섬세하게 펼쳐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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