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블레크먼 < 美 변호사 >

처음 차별을 겪은 것은 1965년이었다. 하버드대 로스쿨 2학년생이던 여름, 인턴 자리를 구하고 있었다. 로펌에 인턴으로 채용되면 정규직 계약까지 이어지는 게 관례였다. 1학년 성적이 530명 중 40등으로 준수했고 자신감에 넘쳤다. 뉴욕 시내에서 최고로 꼽히는 로펌 네 곳에 지원했다. 면접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그러나 어디서도 합격 통보를 받을 수 없었다. 마지막 로펌 면접 때 뭔가 놓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면접관에게 어떤 사람을 채용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뽑을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돌려 말하려는 듯 아무 말 없이 1분간 쳐다봤다. 침묵 끝에 그는 “의뢰인들은 나 같은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네 차례 인터뷰를 본 뒤에야 채용될 수 없는 이유를 알게 됐다.

재현되는 1920년대 인종 쿼터

집으로 돌아와 전화번호부를 꺼냈다. 뉴욕에 있는 유대인 로펌 세 곳 중 하나인 케일 스콜라에 전화를 걸어 면접을 요청했다. 금요일 오후 4시30분이었음에도 담당자는 지금 올 수 있는지 물었다. 한 시간 뒤 인턴으로 채용됐다. 1년 뒤에는 정규직으로 입사했고 1975년에는 파트너 변호사가 됐다. 그리곤 2년 전 회사를 그만둘 때까지 그곳에서 근무했다.

직장에 다니면서 이곳에 일하는 사람 대다수가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걸 알았다. 일부 유대인은 시내 유명 로펌에 채용됐지만 반(反)유대주의 파트너 변호사가 취임하자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지금은 모든 로펌이 여성과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인, 유대인 등으로 채용 범위를 넓혔다. 케일 스콜라도 마찬가지다.

최근 차별이 사라진 자리에 다양성이라는 가치가 등장했다. 소외된 이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것은 좋다. 그러나 특정 집단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은 다른 얘기다.
모교인 하버드대가 그렇다. 하버드는 입학 과정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지원자에게 점수를 낮게 부여해 인종 차별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했다. 하버드 관계자들은 인종을 고려하지 않으면 다양성을 확보할 수 없으며 아시아계 미국인 성격이 부정적이기 때문에 입학이 거절된 것이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이는 아시아계 학생들에게 평등한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1960년대 필자가 겪은 차별과 편견을 지금 아시아인들이 겪고 있는 셈이다.

기회 평등이 일부 불평등 야기

아시아계 미국 학생들을 위한 단체인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이 15년간 16만 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아시아계 미국인 지원자 중 25%만이 하버드에 입학한 반면 백인 지원자는 35%, 아프리카계 미국인 지원자는 95%가 입학했다. 아시아계 미국인에게 사실상 입학 쿼터를 적용한 것이다. 하버드가 유대인 지원자의 20%만 받아줬던 1920년대 입학 쿼터와 같다.

하버드는 과거에 어려움을 겪었던 인종을 돕기 위해 아시아계 학생들을 밀어낼 필요가 없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학생 대신 훌륭한 지원자에게 입학 우선권을 줘도 된다. 기회의 평등에 대한 낡은 이상은 결과적으로 불평등을 낳는다. 특정 인구의 숫자만을 따지는 인구학적 통계를 잘못 적용하면 특정 집단(아시아계)의 평등을 희생시킨다. 입학 경쟁에서 나타난 인종 차별은 낡은 차별의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

정리=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이 글은 마이클 블레크먼 변호사가 ‘Diversity looks a lot like old-fashioned discrimination’이라는 제목으로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한국경제신문 독점제휴칼럼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