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이 비어간다

서울 오피스빌딩 공실률 10.6% '역대 최악'

대기업 축소경영·창업 시들…사무실 수요 위축
마곡·판교·상암 등 新오피스타운 속속 등장
여의도 IFC·종로타워는 거의 절반이 비어

서울 시내 오피스빌딩 10개 중 1개 이상이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서울 서소문로에 있는 한 오피스빌딩 입구에 임차인을 구하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서울 시내 오피스빌딩 공실률(연면적 9900㎡ 이상 기준)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요인은 복합적이다. 도시주거환경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서울 도심 여의도 등에서 공급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 한 원인이다. 서울 마곡, 경기 성남 판교 등에 새로운 오피스타운이 형성되면서 수요도 분산되고 있다.

주력산업 부진, 신규창업 위축 등으로 기업들이 오피스빌딩 이전·확장에 소극적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오피스빌딩 전문가는 “도심 재개발이 활발한 일본 도쿄 도심에선 최근 10년간 대형 오피스빌딩 공급면적이 두 배로 늘었음에도 공실률이 최저인 2.5%대로 떨어졌다”며 “경제와 기업의 활기 여부가 오피스빌딩 시장의 희비를 갈랐다”고 지적했다.

◆3분기 공실률 11.7% 전망

종합부동산자산관리회사인 젠스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서울의 오피스빌딩 공실률은 역대 최고치인 10.6%였다. 서울의 오피스빌딩 공실률은 2000년대 중반까지 1~3%대에 머무르다 2008년에는 0%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신규 오피스빌딩 공급이 늘어나며 공실률은 매년 소폭 상승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3년간 8%대의 공실률을 유지했지만 그 이후 급격히 상승했다. 지난해 1분기 8.7%, 2분기 9.1%를 찍고 4분기 10.2%로 10%대에 진입했다. 10년 만에 공실률이 10%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대형 오피스빌딩 중 일부는 장기간 30~50%대의 높은 공실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4월 완공한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공실률은 56%에 달한다. 여의도 IFC THREE는 2012년 준공 후 높은 공실률이 이어지고 있다. 공격적인 임대 마케팅으로 전분기 60%대의 공실률에서 16%포인트나 낮췄지만 여전히 47%로 높은 수준이다. 여의도역에 인접한 유화증권빌딩은 20개 층 중 13개 층이 비어 있다. 업계에선 공실률이 70%를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화63시티에 따르면 도심권역의 시그니처타워와 종로타워는 공유 오피스가 입점하면서 지난 1분기보다 공실률이 각각 15%포인트 안팎 낮아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30~40%대의 높은 공실률을 유지하고 있다.

올 3분기에는 공실률이 11%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젠스타는 3분기 서울 전체 공실률을 11.7%로 전망했다. 차화현 젠스타 리서치팀 연구위원은 “3분기 입주하는 물량이 많아 공실률이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수급 불균형 심화

이처럼 공실이 늘어나는 것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서다. 1990년대 연평균 132만㎡에 달하던 오피스빌딩 신규 공급 면적은 2000년대 들어 34% 수준인 46만㎡로 급감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선 200만㎡에 육박하는 물량이 공급되는 해가 많다. 신영에셋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197만㎡의 오피스빌딩이 공급됐다. 올해와 내년에도 각각 173만㎡가 입주한다. 2020년에는 220만㎡의 공급물량이 기다리고 있다. 역대 연간 최대 공급물량이다. 이전의 최대 공급 물량은 1995년의 198만㎡였다.

도심 강남 여의도 등 3대 권역 외 새로운 업무지구도 등장했다. 서울에선 구로·가산디지털단지, 마곡지구, 상암업무지구, 송파 문정지구에 새로운 오피스빌딩들이 등장했다.

2000년대 중후반 이후 경기 판교 등 서울 근교의 첨단산업단지 입주도 시작됐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존 3대 권역(도심, 강남, 여의도)을 대신할 오피스빌딩 공급지가 많아지면서 기업들의 선택지가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오피스 수요는 계속 위축되고 있다. 주력산업 위기를 겪은 대기업들은 사옥을 축소하는 추세다.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인 기업경기실사지수 8월 전망치는 89.2를 기록하며 1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옥 확충을 통한 업무환경 개선에 나서기 어렵다. 새로운 오피스 수요를 창출할 혁신기업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출현도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서울의 신설법인 수는 지난 5월 2682개로 3월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을 아시아 거점으로 삼으려는 외국계 기업 출현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국제금융도시 도약을 꿈꿨던 여의도에선 외국계 금융회사가 들어오기는커녕 기존 금융회사들도 떠나고 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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