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제 활기를 살려내야 한다
이종윤 한국외대 명예교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기치 아래 최저임금 인상 및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통한 소득분배 구조의 평준화와 내수 확대를 실현하는 방식의 경제 성장 정책이 추진돼 왔다. 그런데 1년여가 지난 이 시점에서 소득분배는 더 악화되었고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세계경제는 활기를 띄는데 비해 한국경제는 오히려 침체되어 왔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는 왜 침체되어 왔을까? 무엇보다도 경제활동의 주체인 기업인들이 활동 의욕을 상실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의욕 상실의 국면을 살펴보면 그 첫째가 꽉 막힌 규제이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맞추어 드론, 빅 데이터, 바이오, 원격의료 등의 분야에 과감하게 진출하고 있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기득권세력과 시민단체들의 완강한 반대에 직면해 한 치의 진전도 없는 실정이다.


둘째는 한국의 대표적 기업들이 전 정권과 비상식적으로 연루됐다는 이유로 이른바 적폐세력으로 몰려 재판에 계류 중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따른 반 기업 정서로 인해 운신의 폭이 좁아져 있다.


셋째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 최저임금의 급등과 큰 폭의 노동시간 단축 및 그리고 그 비신축적 운영, 나아가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로 인해 노동생산성 이상으로 임금이 급등해 중소·영세기업들 중 적지 않은 기업주들이 일손을 놓아버린 형국이 되었다.


이상에 걸친 요인으로 한국경제가 심각한 침체국면으로 치닫게 되자 문재인 대통령이 선두에 서서 혁신성장을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IT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그런데 이러한 규제완화 추진에는 기술한 바와 같이 기득권세력과 시민단체들의 완강한 반대가 예상되는데, 정책당국이 얼마나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규제완화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인가가 주목되는 점이라고 하겠다.

여기서 분명히 지적되어야 할 점은 규제완화를 실현시켜 당해 분야에 혁신기술 기업들의 대대적인 진출을 불러일으켜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고용기회도 축소되고 한국경제는 국제경쟁에서 빠르게 낙후되어 갈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제 분야에 걸친 4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기득권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도 치밀하게 수립해야 한다. 가령 원격의료의 실시에 따라 기존 병원들이 수익감소가 초래된다면 영업세 감면 등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서 그들의 수익감소를 최소화하여 저항을 줄이는 등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대표적 기업들이 적폐세력으로 몰리거나 반 기업 정서로 인해 격리되는 것은 국가경제의 발전에 극히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간 한국경제의 급성장 과정에서 한국의 인적, 물적 혁신적 경영자원이 이들 대표기업들에 집중됐다. 이들 기업들이 활기를 잃는다는 것은 첨예한 국제경쟁 속에서 그만큼 한국의 국제경쟁력이 낙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책당국도 이들 대표 기업들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대표기업들로서도 국민적 지지를 회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금 번에 삼성그룹이 180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는데, 그 규모도 중요하지만 추친 방식이 2차, 3차 협력업체까지 지원하고 대규모 ICT인재 양성 플랜까지 포함하고 있어 주목된다. 고립된 존재로서가 아닌 국민 속에 적극적으로 파고 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영세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하고, 그 임금수준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생각되면 저임금계층에 한정하여 이들에게 그 부족분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게 되면 중소·영세기업들의 경영을 압박하지 않으면서도 한계 임금자들의 최저생계비를 보장하게 될 것이다.


치열한 국제경쟁 시대에 우리끼리 치고받아 경제주체들의 일할 의욕을 떨어뜨려서 4차 산업 혁명이라는 중요한 전환기적 시기에 발전의 기회를 놓친다면 이보다 더 어리석은 노릇은 없다. 기업들의 활기를 살리면서 비합리적이고 왜곡된 부분을 적절히 개선시켜 가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종윤 한국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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