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3)가 열 다섯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아쉽게 놓쳤다. 한 때 1타 차 2위까지 선두를 따라잡긴 했지만, 마지막 뒤집기 반전 드라마를 쓰진 못했다.

하지만 디오픈에 이어 또 다시 메이저 대회에서 뜨거운 우승경쟁을 펼침으로써 우승이 가시권에 들어와 있음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우즈는 12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벨러리브 컨트리클럽(파70·7316야드)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PGA챔피언십(총상금 1050만달러) 최종일 4라운드에서 버디 8개, 보기 2개를 묶어 6언더파 64타를 쳤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66타를 적어낸 우즈는 단독 2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올 시즌 두 번째 준우승. 우즈가 4라운드에서 기록한 6언더파는 이날의 ‘데일리 베스트’였다. 아담 스콧이 3위에 올랐다.

우승상금 189만달러(약 21억3000만원)는 이날 여러차례 위기를 넘긴 ‘메이저 황제’브룩스 켑카가 가져갔다. 16언더파 264타. 이날만 보기 2개,버디 6개를 솎아내 4언더파를 적어냈다. 시즌 2승이자 통산 4승. 그는 이가운데 3승을 메이저 대회로 채우는 놀라운 경기력을 과시했다. 켑카는 지난해와 올해 US오픈을 내리 제패했다. 한 시즌 US오픈과 PGA챔피언십 동시 석권은 2000년 타이거 우즈 이후 18년 만이다. 이전엔 잭 니클라우스, 벤 호건, 진 사라센이 같은 위업을 이뤄냈다. 한 시즌 2개의 메이저 대회를 제패한 것은 2015년 조던 스피스 이후 처음. 스피스는 마스터스와 US오픈을 제패했다. 2013년 8월 79승째(WGC브리지스톤)를 올린 이후 우승 소식이 끊긴 우즈는 통산 80승 달성을 다음으로 미뤘다. 마지막 메이저 우승은 2008년 US오픈이었다.

○‘어게인 2007!’ …무섭게 치고 나간 우즈

우즈는 3라운드까지 8언더파를 기록해 공동 6위로 4라운드를 맞았다. 2주 전 열린 디오픈 최종일과 똑같은 상황. 사흘동안 이븐파-4언더파-4언더파를 쳤다.

평소처럼 붉은 티셔츠를 입고 나온 우즈는 4라운드 초반을 그의 흐름으로 끌고 나갔다. 1,2라운드 선두 게리 우들랜드와 함께 1번홀을 파로 시작한 우즈는 2번홀 두 번째 샷을 홀컵 2m옆에 붙인 뒤 첫 버디를 잡아내며 기세를 올렸다. 이어진 파3 3번홀에서 2홀 연속버디를 낚아내 홀 주변을 가득 메운 갤러리들의 엄청난 함성을 이끌어냈다.

곧바로 위기가 찾아왔다. 4번홀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면서 벙커에 들어갔다. 첫 번째 위기. 64야드를 남기고 친 세 번째 샷이 백스핀을 먹고 핀 1.5m옆에 붙었다. 날카로운 웨지샷이 돋보였다. 파세이브.

5번홀에서 또 다시 티샷이 흔들렸다. 오른쪽으로 휘면서 갤러리가 잔뜩 모여있던 나무숲쪽으로 들어가버렸다. 우즈는 그러나 의도적인 훅샷을 쳐 그린 오른쪽 러프에 공을 가져다 놓은 뒤 정교한 칩샷으로 공을 홀컵에 붙여 다시 파를 지켰다.

그러는 사이 단독 선두 브룩스 켑카가 첫 홀부터 버디를 잡아 타수 차를 다시 3타로 벌려놨다. 그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통산 3승 중 메이저 대회 승수가 2승(US오픈 2회)인 ‘메이저 황제’ 다웠다. 켑카 뿐만 아니라 저스틴 토머스도 전반 7번홀까지 3타를 줄이며 선두 추격에 속도를 높였다. 켑카와는 2타 차 단독 2위.

파3 6번홀에서 아이언 티샷을 한 우즈의 얼굴이 다시 일그러졌다. 이번에도 공이 휘며 그린 왼쪽 벙커에 빠져버린 것. 세 홀 연속 티샷이 우즈를 스트레스 상태로 몰아넣었다. 벙커샷이 홀컵을 지나 그린 에지까지 굴러내려갔다. 파퍼트가 오른쪽으로 흘렀다. 첫 보기.

7번홀에서도 우즈의 아이언 티샷이 우측으로 밀려 깊은 러프로 잠겨버렸다. 대회 주최측은 최종일 페어웨이와 러프의 차이를 극명하게 갈라놓았다. 켑카 역시 러프에 발목이 잡혔다. 우즈가 우측으로 티샷이 밀리는 게 문제였다면 켑카는 왼쪽으로 당겨져 문제가 불거졌다. 4번홀에 이어 5번홀에서도 보기를 범한 것이다. 켑카는 보기 없이 버디 3개를 골라낸 토머스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11언더파 선두가 두 명이 됐다.

7번홀 티샷 러프 상황을 그린 파로 잘 막아낸 우즈는 사흘동안 모두 버디를 뽑아낸 8번홀(파5)에서도 티샷이 요동쳤다. 이번엔 반대로 왼쪽으로 당겨졌다. 두 번째 샷은 벙커로 들어갔다. 하지만 벙커샷이 절묘했다. 홀컵 50cm옆에 붙은 공을 탭인으로 밀어넣어 이날 세 번째 버디가 기록됐다. 선두와는 그러나 2타 차가 유지됐다. 연속 보기를 범하며 흔들렸던 켑카가 다시 버디로 한 타를 만회하며 12언더파로 속력을 높인 것이다.



○춘추전국 안갯속 우승경쟁

우즈가 선두경쟁을 하는 사이 후발주자들의 추격에 불이 붙었다. 라파 카브레라 베요, 토머스 피터스, 티럴 해튼, 제이슨 데이, 프란체스코 몰리나리 등이 두꺼운 3위권을 형성했다. 쉽사리 우승을 예측하기는 힘든 구도가 펼쳐졌다.

우즈의 전반 마무리가 돋보였다. 9번홀 티샷이 왼쪽으로 당겨졌지만 훅샷으로 공을 깃대 오른쪽 5m부근에 올려 버디를 잡아낸 것. 우즈의 첫 번째 포효가 터져나왔다. 이날 네 번째 버디이자 두 번째 연속 버디. 리더 보드에 11언더파가 찍혔다. 공동 2위였다.

하지만 켑카의 집중력이 무서웠다. 7번,8번에 이어 9번에서도 버디를 잡아내며 질주를 시작했다. 두꺼운 방어선이 쳐졌다.

까다로운 10번홀을 파로 잘 막은 우즈는 짧은 파4홀인 11번홀에서 파를 잡은 게 못내 아쉬웠다. 84야드를 남기고 친 웨지샷이 좀 길게 떨어진 것도 그랬지만, 8m정도의 오르막 버디 퍼트가 홀컵에 걸려 파에 그친 것이다. 버디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우즈가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11번홀의 아쉬움은 12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1m옆에 붙여 잡은 버디로 만회했다. 이어진 13번홀에서도 우즈는 아이언샷을 예리하게 휘둘러 3m 버디 기회를 살려냈고, 정교한 버디 퍼트로 여섯 번째 버디를 뽑아냈다. 이날 세 번째 연속 버디. 타수를 줄이지 못한 켑카와 우즈의 타수 차는 1타 차로 좁혀졌다. 갤러리들의 우레같은 함성이 다른 홀에서 경기하는 모든 경쟁자들에게까지 가 닿았다.

14번홀 티샷이 다시 우측으로 밀리면서 두 번째 보기를 내준 게 아쉬웠다. 그린 오른쪽에서 시도한 어프로치가 두껍게 들어가면서 5m가량의 어려운 파퍼트를 남긴 게 보기로 연결됐다. 거의 다 들어갔던 공을 홀컵이 토해냈다. 아쉬움을 못이긴 갤러리들이 장탄식을 토해냈다.

15번홀(파4)에서 우즈는 이날 가장 멋진 티샷과 아이언샷을 연출했다. 티샷이 정확하게 페어웨이 한 가운데를 갈랐고,이어 164야드를 남긴 채 날린 9번 아이언 샷이 홀 30cm에 붙은 것이다. 이글성 탭인 버디. 우즈가 아이언을 땅에 내리치면서 격정을 드러냈다. 만족감의 표시였다. 머릿속에 그린 이미지 그대로 페이드가 걸린 샷이 날아가 목표지점에 떨어진 것이다. 선두 켑카와 아담 스콧과는 1타 차. 우승이 가능해 보였다. 우즈는 이 대회 1999년,2000년,2006년,2007년 챔피언.

16번홀에서 6m짜리 버디 퍼트가 짧았던 우즈는 그러나 기회의 홀인 17번홀(파5)에서 위기를 맞닥뜨렸다. 드라이버 티샷이 슬라이스가 나면서 해저드 구역에 떨어진 것. 웨지샷으로 공을 페어웨이로 빼낸 뒤 날린 세 번째 샷은 다시 그린 왼쪽 벙커에 빠졌다. 4m에 달하는 파퍼트를 우즈는 홀컵 정중앙에 밀어넣으면서 위기 탈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원했던 버디를 잡지 못한 사이 켑카가 15번에 이어 16번홀에서도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한 걸음 더 멀찍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남은 홀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2타 차가 된 것이다.

하지만 우즈는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18번홀(파4)에서 6m짜리 버디 퍼트를 홀컵 중앙에 정확히 꽂아넣어 갤러리들을 열광케 했다. 하루 종일 티샷 불안에 시달리며 러프와 벙커를 전전했었지만 마지막을 ‘유종의 미’로 장식하며 다음 메이저 대회를 기대케 한 것이다.

우즈는 “연습 때부터 공이 똑바로 가지 않아 고생했다. 하지만 열심히 했다. 버디를 많이 만들려고 노력했다. 몇 개가 짧아던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우즈는 유럽과 미국대표팀간의 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에 대한 욕심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누구를 미국 대표팀에 넣을 지 결정해야 하는데,나는 아직도 부주장이 아닌 대표선수로서 출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우즈의 평균 드라이버 거리는 305.9야드로 측정됐다. 전체 출전 선수 중 27위. 정확도는 57.14%로 나타나 전체 74위로 다소 낮았다. 그린 적중률이 72.22%로 27위,그린에 공을 올렸을 때의 평균 퍼팅수가 1.635회로 전체 4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게 퍼팅이었던 셈이다.

○차기 황제 그룹 ‘주춤’

‘차세대 황제’ 그룹은 우즈를 추월하지 못했다. 최종일 2타를 덜어낸 토머스가 10언더파 공동 5위, 사흘간 부진했던 조던 스피스가 4타를 줄여 8언더파 공동 12위에 올랐다. 사흘간 2타를 줄이면서 선두경쟁에서 멀어졌던 로리 매킬로이는 마지막날에도 타수를 덜어내지 못한 채 2언더파 공동 50위에 머물렀다. 제이슨 데이가 나흘간 7언더파를 쳐 공동 19위에 자리했다.

한국 선수 중에는 PGA 2부 투어에서 활약 중인 임성재가 최종합계 3언더파 공동 42위로 경기를 마감해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안병훈은 이븐파에 그쳐 공동 56위(1언더파)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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