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취임 첫 인터뷰

"월성1호기 조기폐쇄 이유
"정부의 안전규제 강화로
내년 6월까지 가동 어려웠다"

현재 97%인 원자력 비중
2030년까지 70%로 축소
신재생 발전은 대폭 확대

올해 원전 가동률 하락
적자 불가피…비상경영 돌입"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 10일 서울 세종대로 한수원 UAE사업센터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탈(脫)원전 논란의 중심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있다. 국내 원자력발전소 24기를 독점 운영하는 공기업이어서다. 36년간 가동된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를 올 6월15일 결정한 곳도 한수원 이사회였다. 지난 10일 서울 세종대로 한수원 UAE사업센터에서 정재훈 사장을 만났다. 4월5일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2015년 월성 1호기의 안전시설을 보강하는 데 원금 기준 5600억원을 투자했다. 그런데도 이듬해 두 번이나 고장 났다. 원전 부품이 총 200만 개, 핵심 부품만 9000개다. 안전에 대한 확신을 하기 어려웠다.”

▶안전보다 경제성을 폐로의 첫 번째 이유로 꼽지 않았나.

“사실 경제성이 더 문제였다. 월성 1호기는 작년 5월부터 1년 이상 멈춰 있었다. 그런데 (처음 공개하지만) 내년 6월까지 가동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정부의 안전규제 때문이다. 추가 투자가 필요했다. 수명이 2022년까지인 만큼 원전 설비를 보강해도 2년여밖에 추가 운영하지 못한다는 얘기였다.”

▶천지·대진 등 신규원전 4기 건설도 취소했는데.

“천지·대진 원전은 작년 말 정부가 수립한 제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이미 제외돼 있었다. 경북 영덕 등 지방자치단체에선 원전건설 예정구역 지정고시를 해제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왔다. 빨리 결론을 내지 않으면 막대한 세금을 내거나 소송전에 휘말릴 수 있었다. 또 원전 백지화에 반대하는 주민을 분석해보니 시세차익을 노린 외지 투자자가 절반을 넘었다. 비교적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정부가 백지화하겠다고 발표했던 신한울 3·4호기에 대해선 왜 결정을 미뤘나.

“신한울 3·4호기 역시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빠졌지만 이미 발전허가를 받은 상태였다. 건설회사 등 이해 관계자가 매우 많다. 바로 결론을 내기 어렵다.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취소 문제는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정부의 탈원전 선언 후 원전 생태계가 고사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

“원전 수출로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한다. 우선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원전을 짓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은 프랑스 EDF와 러시아 로사톰의 주 무대다. 한수원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지역 문화예술과 스포츠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체코 프로젝트의 수주 시기가 이미 예비사업자로 선정된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빠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까지는 체코의 사업·투자 모델이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6월 모회사인 한국전력 대신 한수원이 원전 수출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는데.

“한전은 창구(window)일 뿐이다. 원전의 건설·운영·사후관리 능력은 모두 한수원이 갖고 있다. 해외 원전회사 중 전력회사를 끼고 수출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한수원이 2001년 한전 자회사로 분리된 역사 때문에 지금까지 원전 수출 때 ‘팀 코리아’ 이름을 유지했던 것이다. 팀 코리아 방식의 원전 수출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마지막이 될 것이다. 체코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 새로운 수출 비즈니스는 한수원이 단독으로 주도할 방침이다.”

▶사명 변경을 추진 중인데, ‘원자력’ 이름을 빼도 수출에 문제 없나.
“세계적인 원전회사 중 사명에 ‘원자력’을 쓰는 곳은 하나도 없다. 지역주민 반발 등을 고려해 일부러 뺀 것이다. 설탕을 파는 게 본업이었던 제일제당이 사명을 CJ로 바꿨다고 해서 설탕을 그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다만 오는 9월까지 진행되는 용역컨설팅 결과와 함께 직원 동의를 구하는 작업이 남아 있다. 모기업인 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이해도 얻어야 한다.”

▶앞으로 원전 발전 비중을 얼마나 줄일 계획인가.

“현재 발전량 기준으로 원전 비중은 97.2%다. 이를 2030년까지 70%로 확 낮출 계획이다. 대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3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라는 게 정부의 기본 방침이지만 우리는 연료전지 등 신에너지 분야도 개척할 예정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2023년부터는 원전 운영률이 서서히 줄기 때문에 매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신재생 발전 역량을 높이고 원전 컨설팅 신사업을 확대해 매출 감소를 조금이라도 상쇄해야 한다.”

▶당장 올해 경영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 들어 원전 가동률이 많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안전 기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해 적자는 불가피할 것이다. 지난 9일 내부적으로 비상경영을 선언한 배경이다. 불요불급한 투자를 줄이는 한편 경비도 20%가량 감축하기로 했다.”

▶한수원 부채도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작년부터 채권 발행이 많이 늘었다. 원전 이용률이 떨어지면서 자금이 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2016년 79.7%였던 원전 이용률이 올 상반기 58.8%에 그쳤다. 올해 채권을 총 2조원가량 발행할 계획이다. 이 중 1조1000억원은 차입금 상환에 쓰고, 나머지를 신재생 설비 투자, 발전설비 보강 등에 사용하기로 했다.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122.2%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한국수자원공사와의 ‘댐 관리권’ 협의를 최근 중단했다.

“2016년 6월 정부가 한수원의 10개 수력발전 댐을 수공에 위탁 관리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20여 차례 협의했으나 수공이 수차례 입장을 번복해 중단됐다. 현행법상 수공에 댐 관리권을 넘길 방법도 없다. 수공은 4대강 사업 때문에 부채가 확 늘어난 공기업이다. 수공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댐 관리권이 논의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통합 물관리 정책을 내년 6월까지 마련한다는 방침인 만큼 서두를 필요는 없다.”

▶최근 연구개발(R&D) 과제의 전수조사를 지시했는데.

“비상경영을 하더라도 연구개발 투자를 줄이지는 않을 생각이다. 또 기존에 진행하던 원자력 R&D 역시 축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원자력 연구 비중에서 미래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다. 방사선 치료 등의 분야가 대표적이다. 또 신재생에너지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도 늘릴 예정이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1960년 강원 춘천 출생 △서울 용문고 △성균관대 사회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경영학석사 △1982년 26회 행정고시 △2010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조정실장 △2011년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 △2012년 지경부 산업경제실장(차관보) △2013년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2018년 4월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조재길/성수영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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