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故 유일한 박사 발자취 찾는 이원해 대모엔지니어링 회장

해마다 모교 유한공고 후배들 인솔
故 유일한 박사 다닌 美 학교 방문

"고인의 실사구시 정신, 지금도 유효"
건설기계 부착장치를 제조하는 대모엔지니어링의 이원해 회장(62)은 여름이 되면 어김없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올해로 10년째다. 기술 개발, 마케팅 등으로 그 누구보다 바쁜 중소기업인이 매년 여름 미국을 찾는 이유는 뭘까.

미국 헤이스팅스칼리지 한인소년병학교 기념비 옆에 선 이원해 대모엔지니어링 회장(왼쪽 두 번째).

그는 “모교인 유한공고 후배들의 미국 연수단을 인솔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 연수의 주된 목적은 독립운동가이자 유한양행 창업주, 유한공고 설립자인 유일한 박사(1895~1971)의 발자취를 찾는 것”이라고 12일 말했다. 이 회장은 이달 초 유 박사가 졸업한 미국 네브래스카주 헤이스팅스고와 헤이스팅스칼리지를 방문해 그의 소년병 활동 사진과 기념비 등을 둘러봤다. 그는 “헤이스팅스교육감, 교육재단 이사장, 이사진이 참석한 자리에서 기부금을 전달했다”며 “헤이스팅스고와 유한공고가 학생 교류 등 다양한 협력활동에 나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과 학교법인 유한재단을 설립한 유 박사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재미 한인들이 네브래스카에 설립한 한인소년병학교에서 소년병 교육을 받았다. 1911년 헤이스팅스고에 입학한 유 박사는 형편이 어려워 신문배달 구두닦이 등의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조달했다. 2차 세계대전 때 미국 정보기관인 전략정보국(OSS)의 한국 담당 고문으로 발탁됐고 한국 침투를 위해 조직된 특수공작원에 배속돼 군사훈련을 받기도 했다. 그는 정직한 기업경영의 표상으로도 존경받고 있다.
유한동문장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 회장은 유한학원 및 국내 동문과 재미 동문인 배석대 전명수 씨 등과 힘을 모아 후배들의 미국 및 중국에서의 여름 해외 연수를 지원하고 있다. 문화체험과 기업 탐방, 언어연수를 겸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연수에는 농기계업체인 존디어 등 기업 탐방과 에디슨박물관 및 백악관 견학이 들어 있다.

유한공고 졸업생들이 후배들의 해외 연수를 적극 지원하는 것은 자신들이 학창 시절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이 회장도 마찬가지다. 9남매의 막내로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부친의 사업 실패로 집안이 몰락하자 학비가 들지 않는 유한공고에 입학했다. 생활비는 군위탁 장학생을 지원해 해결했다. 군대 장기 복무(나중에 중사로 예편)를 전제로 생활비를 대주는 제도다.

그는 “많은 졸업생이 유 박사를 존경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회에 쓸모있는 기술로 승부하라’며 늘 실사구시 정신을 강조했기 때문”이라며 “이 가르침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학생들의 해외연수는 이처럼 올바른 정신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며 “이 행사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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