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엔 공익 연구에만 제공
기업·민간기관으로 대상 확대
익명 처리된 9억개 정보 공유
간병 서비스·상품 개발 촉진

의료 빅데이터 인프라 구축땐
치료기간 단축·중복투약 막아
일본 정부가 9억 개가 넘는 고령자 간병과 관련한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키로 했다. 각종 간병 서비스와 보험의 이용 현황은 물론 건강진단 데이터까지 개인 식별이 불가능하게 익명 처리한 뒤 민간 기업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간병 서비스 개선과 신규 상품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2일 “후생노동성이 간병보험서비스 이용 상황이나 이용자 건강정보 등의 데이터를 연내에 민간 연구기관 등에 개방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9월 말까지 정부에 간병 관련 정보의 이용 목적을 제시한 민간 연구기관이나 기업 중에서 1차 데이터 제공 대상이 선정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가 민간 제공을 추진 중인 데이터는 각종 간병 서비스 이용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간호 의료비 청구 데이터’와 간병 서비스 이용자의 건강 상태가 상세하게 기재된 건강진단정보 데이터(국가 인정 간병 데이터)다. 일본 정부는 총 9억 건의 간병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익명 처리된 기초 데이터를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대학, 공공연구기관 등에 공익 목적 연구에 한해 제공해왔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건강진단 데이터가 국가기관이나 대학 등에 제공된 횟수는 2013년 11건에서 2016년 31건, 2017년 64건 등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데이터 이용 수요가 각지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민간 연구기관과 기업으로까지 데이터 제공 대상을 확대해 간병 서비스 효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인구의 27.7%인 3500만 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로, 간병 비용 등 사회복지비 억제가 주요 정책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연간 40조엔(약 407조원)이 넘는 의료비가 지출되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 진료 및 처방과 관련한 건강보험 재정 부담도 크다. 간병 관련 빅데이터 활용이 활발해지면 고령자 치료 기간이 단축되고 중복 투약 등을 줄여 의료비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후생노동성은 기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 간병 데이터의 활용도를 더 높이기 위해 데이터 수집과 축적 단계부터 대규모 공유를 전제로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270여 개 지역별로 별도 관리하고 있는 고령자 치료와 복약 기록, 간병서비스 이용 실적 등의 개인정보를 2020년까지 순차적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데이터 저장 기준과 형식을 통일해 온라인으로 일본 전역에 있는 의료기관과 간병기관 관계자들이 공유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간병 정보 공유가 완성되면 연간 5000억엔(약 5조965억원)가량의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간병 빅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인공지능(AI) 간병 시대를 앞당기는 데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후생노동성은 지난해 7월 △의료 기록 공유 △과학적 간병 데이터 제공 △의료·간병에서의 AI 활용 확대 등을 주요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최근에는 향후 5년 안에 진료 과정에서 AI를 적극 활용하는 AI병원 10곳을 설립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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