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故 최종현 회장 타계 20년…재조명 받는 경영철학

교육재단 설립 44년간 인재양성
섬유기업을 석유화학 강자로 키워
24일 워커힐호텔서 기념행사

벌거숭이였던 충주 인등산이 울창한 ‘인재의 숲’으로 변했다. 원 안은 최종현 회장이 부인 박계희 여사와 1977년 함께 나무를 심는 모습. /SK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선친인 최종현 회장이 별세한 지 26일로 20년을 맞는다. SK그룹은 오는 24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20주기 행사를 연다. 각계 인사 5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업적과 경영철학을 기릴 예정이다. 고인은 SK그룹의 전신인 선경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1962년 선경직물 이사를 맡으며 그룹 경영에 참여했다.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이 1973년 세상을 떠나자 선경그룹을 이끌었다. 그는 섬유회사였던 선경을 에너지·화학 회사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한국에서 그런 종합기업을 만들기는 어렵다”고 말렸지만 중동 국가 왕실과의 석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치밀한 전략을 세워 1980년 대한석유공사(유공)를 인수했다. 1983년에는 해외 유전 개발에 나서 이듬해 북예멘 유전 개발에도 성공했다. 1991년에는 합성섬유 원료인 파라자일렌 제조시설을 준공하며 수직계열화에 성공했다.

폐암수술을 받은 최종현 회장(왼쪽)이 1997년 9월 산소 호흡기를 꽂은 채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경제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SK제공

고인은 1970년대부터 인재 양성에 애정을 보인 기업인으로 통했다. 장학기금을 만들기 위해 1972년 서해개발(현 SK임업)을 세우고 2년 뒤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다. 해외 유학을 보내려면 서울의 집 한 채 값보다 돈이 더 든다는 시절이었다. 고등교육재단은 44년 동안 3700명의 장학생을 뽑아 지원했고 740명이 해외 명문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 중 80%는 교수로서 학술 활동과 민간 외교 등에 기여하고 있다.
고인의 장남인 최태원 회장도 그룹을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석유화학과 정보통신 중심인 그룹 사업 영역을 반도체와 바이오 등으로 넓혔다.

최 회장은 2011년 하이닉스를 인수한 뒤 “SK의 반도체 사업에 대한 오랜 꿈을 실현했다”고 말했다.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이 미래 산업을 예견하고 1978년 선경반도체를 설립했지만 2차 오일쇼크로 사업을 접었던 것을 회상한 발언이었다.

1998년 작고한 고인은 국내 장례문화에 대한 인식도 바꿨다. 그는 자신을 화장(火葬)하라는 유언을 남겼고 당시 20%에 불과하던 화장률은 이듬해 30%로 올랐다. 현재는 80%가 넘는다. SK그룹은 고인의 유지를 기려 2010년 500억원을 들여 충남 세종시 은하수공원에 장례 시설을 준공해 시에 기부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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