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경과와 법관 해외파견 추진계획을 담은 보고서를 따로 만들어 청와대를 방문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12일 사정당국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으로 있던 2013년 10월29일 청와대를 방문해 주철기 당시 외교안보수석을 면담했다.

임 전 차장은 이 자리에서 주 수석에게 일제 강제징용 관련 민사소송 경과와 향후 방향을 설명하고, 주유엔대표부 법관 파견을 도와달라고 청탁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 2일 외교부 압수수색에서 당시 면담내용을 기록한 문건을 확보해 이 같은 정황을 확인했다. 또 주 수석이 임 전 차장으로부터 받은 관련 문건을 외교부에 전달한 사실도 파악했다. 법원행정처→청와대→외교부로 이어진 민원·거래 흔적이 외교부에 남아있었던 것이다.
검찰은 이들 문건 형식 등으로 미뤄 법원행정처가 자체 현안인 법관 해외파견과 청와대 관심 사안인 징용소송을 함께 설명하며, 거래를 시도하려는 목적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문건이 내부 보고용이 아닌 청와대 보고용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주 전 수석을 면담한 2013년 10월부터 2015년 7월까지 모두 7차례 청와대를 드나든 사실도 파악했다. 임 전 차장이 청와대를 방문할 때 가져간 문건들이 재판거래 시도를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또 다른 청와대 보고용 문건을 확보하는 한편 이와 관련된 법원행정처 안팎의 의사전달 과정을 재구성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당시 국제심의관실에서 근무한 진모·김모 심의관이 징용소송·해외파견 문제를 놓고 외교부와 수시로 접촉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당시 기획조정실·사법정책실 소속 심의관을 포함한 법관 5∼6명이 청와대 보고용 문건 등을 생산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보고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지난 10일 모두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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