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첫 대형 공유오피스 ‘워크앤올’ 만든 4人 인터뷰]

김기사 공동창업자 박종환·김원태·신명진
“후배기업에 성공경험·인맥 공유… 유망한 팀엔 직접 투자”
“대기업의 스타트업 M&A 더 많아져야… 규제 탓에 지지부진”

건축가 김상혁 “공유오피스 본질은 업무공간… 디자인 기본에 충실”

김상혁 아라워크앤올 대표(왼쪽부터)와 김원태·박종환·신명진 김기사컴퍼니 공동대표가 지난 8일 경기 판교 워크앤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인수합병(M&A) 사례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내비게이션 앱 ‘김기사’다. 2010년 설립된 록앤올이 개발한 김기사는 ‘국민 내비’로 불리며 높은 인기를 누리다 2015년 626억원에 카카오로 인수됐다. 이후 ‘카카오내비’로 이름은 바꿨지만 카카오의 교통 서비스에 중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기사의 공동창업자 3인방 박종환·김원태·신명진 씨는 올초 카카오에서 퇴사한 뒤 4월 김기사컴퍼니라는 회사를 새로 차렸다. 이어 공유오피스 사업을 하던 건축가 김상혁 씨와 아라워크앤올이라는 합작사를 설립, 공유오피스 사업에 진출했다. 지난달 경기 판교 알파돔타워Ⅳ에 2개 층, 4000㎡ 넓이로 문을 연 ‘워크앤올’이 그 결과물이다.

워크앤올은 ‘제2의 김기사’를 육성하는 ‘스타트업 지원형 공유오피스’를 표방했다. 김기사 창업자들이 멘토 역할을 맡아 입주기업을 돕고, 유망한 곳에는 직접 투자도 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공유오피스 시장에서 ‘김기사표 오피스’는 어떤 청사진을 그리고 있을까. 지난 8일 판교 워크앤올에서 네 사람을 만났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성공한 스타트업 창업자와 건축 전문가가 함께 만든 공유오피스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어떤 계기로 뭉쳤나.

▷박종환= 성공사례를 만든 경험을 후배들과 나눌 수 있는 멘토링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우리끼리 많이 나눴다. 김기사컴퍼니를 만든 것도 ‘제2, 제3의 김기사’가 될 만한 스타트업을 육성하자는 뜻에서였다. 평소 알고 지내던 김상혁 대표와도 이런 생각을 주고받다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됐다.

▷김상혁= 2012년부터 아라테크놀로지라는 회사를 통해 ‘아라’라는 이름의 공유오피스 사업을 해 왔다. 창업가들이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더 좋은 비즈니스 인프라를 제공하고 싶었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김기사 창업자들이 채워줄 수 있다고 생각해 의기투합했다.

▶입주 스타트업을 어떻게 도와주나.

박종환 김기사컴퍼니 공동대표.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박종환= 김기사컴퍼니 사무실도 이 안에 있어 매일 상주한다. 오피스 운영은 김상혁 대표가 주로 하고, 우리는 입주한 스타트업과 모두 친하게 지내면서 돕는 게 주된 업무다. 앉아있으면 ‘우리 회의하려는데 동석해달라’는 요청이 계속 온다. 수시로 만나 고민을 듣고 기술적 조언도 해 준다. 협업할 만한 회사나 적합한 개발자를 연결해주기도 한다.

▷김원태= 거창한 행사나 교육과정을 많이 만들기보다 수시로 스킨십하면서 서로 돕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 멘토링인 것 같다. 스타트업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 우리가 정답을 줄 수는 없지만, 과거 경험을 토대로 참고할 만한 것들을 최대한 짚어준다.
▶유망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한다는 계획도 있던데.

신명진 김기사컴퍼니 공동대표.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신명진= 올해 열 군데를 선정해 업무공간과 멘토링을 제공할 생각이다. 구체적인 계획을 짜고 있다. 성과가 좋은 업체에는 초기 투자도 진행할 것이다. 업종을 특별히 한정하진 않는다. 고객에게 좋은 가치를 줄 수 있는 좋은 팀이라면 모두 열려 있다. 사람만 좋다면.

▶투자자들에게 선택의 기준을 물어보면 ‘사람’ 얘기를 많이 한다. 정말 그렇게 중요한가.

▷박종환= 초기 스타트업은 사람이 99% 이상이다. 사실 회사가 구상하는 사업은 나중에 어찌 바뀔지 모른다. 초등학교 1학년한테 ‘넌 꿈이 뭐니’ 물었을 때 ‘판·검사 되겠다’고 하면 믿나. 다만 ‘얘는 꿈이 있네, 똘똘해서 뭐라도 할 것 같다’는 건 알 수 있다. 잘 이끌면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면 된다.

▷신명진=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사람이 없으면 못 하지 않나. 잘 될 때까지 계속 일하면 잘 되는 거다. 팀을 깨지 않고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경쟁력을 키워가는 역량이 중요하다.

▷김원태= 잘 되는 아이템은 계속 변한다. 좋은 팀에 투자하는 것이 성공확률 높은 투자다. 똑똑한 사람만 모인다고 되는 건 아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같은 비전을 보며 각자 역할을 잘 수행하는 팀이 늘 좋은 성과를 낸다.

워크앤올 제공

워크앤올 제공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은 미국계 위워크와 토종업체 패스트파이브가 주도하고 여러 후발주자가 뒤따르는 양강 구도다. 서울 도심 위주로 확장 중인 다른 업체들과 달리 워크앤올은 판교를 첫 거점으로 삼았다. 같은 건물에 블루홀, 라인, 우아한형제들 등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판교에 지금까지 대형 공유오피스가 없었다. 혹시 장사가 안 될 지역이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김상혁= 좋은 IT 기업들이 몰려있는 판교에는 작은 IT 기업들도 많이 들어오고 싶어한다. 하지만 부동산 개발이 대기업 위주로 이뤄지다보니 판교에서 스타트업이 작은 사무실 구하기가 어렵다. 공유오피스가 생겨나게 돼 있고, 승산이 충분하다고 본다.

▶IT 대기업이 많은 판교의 환경은 스타트업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나.

▷박종환=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판교는 ‘육식동물’이 많은 곳이다. M&A에 나설 수 있는 대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생명체는 잡아먹히면 안 되지만, 이쪽에선 잡아먹힐 확률을 높이는 게 좋은 거다. 입주 스타트업 가운데 판교의 IT 대기업에 인수되는 회사가 몇 개라도 나오면 워크앤올의 또 다른 존재 의미가 되지 않을까.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판교에 스타트업 사무공간을 무료로 지원하는 정부 시설이 많은데.

▷박종환= 창업보육시설은 무료로 공간을 제공하다 6개월쯤 지나면 내보낸다. 스타트업들이 새 사무실을 얻으려 가격을 알아보다 깜짝 놀란다. 정부가 제공하는 무료 공간에 입주하는 동안 향후 사무실을 마련할 대비도 꼼꼼하게 해야 하는데,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태에서 내보내서 그렇다. 창업 후 결코 피할 수 없는 것이 임대료와 인건비인데… 안타까운 경우를 많이 봤다.

▶김기사도 창업 초기 사무실 때문에 고생 많이 했나.

▷신명진= 록앤올을 시작한 2010년만 해도 IT기업은 밤에 라면 끓여먹으며 숙식하는 이미지가 강했다. 건물주와 면접을 여러 번 봤는데 굉장히 싫어하더라. 작은 빌딩은 남녀 화장실 구분도 안 돼 있어 여직원들이 힘들어한다. 남녀가 다른 층 화장실을 쓰는 조그마한 빌딩을 겨우 얻어 시작했다.

▷김원태= 직원이 늘어나면 사무실을 옮겨야 하는데 마음대로 그렇게 할 수도 없다. 회사가 건물 계약기간에 맞춰 1년, 2년 단위로 성장해야 하는 것 같은 상황이었다.

▷박종환= 사무실로 인한 어려움은 카카오에 인수되기 직전까지 계속 겪었다. 공유오피스가 매력적이라 확신하는 것도 과거 경험 때문이다. 계약의 ‘유연성’에서 오는 장점을 감안하면 월 이용료 이상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워크앤올 제공

워크앤올 제공

워크앤올은 판교 알파돔타워IV 4·5층에 총 800개 좌석을 갖췄다. 4층은 휴식·교육·세미나 공간과 1인·소규모 기업의 업무공간, 5층은 20인 이상의 중소형 벤처와 외국계 기업을 겨냥한 프라이빗 업무공간 중심으로 꾸몄다. 워크앤올 측은 “일반 사무실을 이용할 때보다 초기 세팅비용은 40%, 운영비는 50%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인테리어가 화려한 공유오피스가 많은데 워크앤올의 콘셉트는.

▷김상혁= 내 전공이 건축설계이니 나의 디자인 방식대로 기본에 충실했다. 앉아서 일할 때 얼마나 편안한지, 필요한 지원시설이 얼마나 잘 돼 있는지가 중요하다. 너무 화려하게 꾸미면 공사비만 올라가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부담스러워진다. (바닥을 가리키며) 로비의 이 대리석도 입주 전부터 깔려있던 건데, 어찌해야 하나 한참 고민하다 그냥 놔뒀다. 인위적으로 꾸며진 곳이 아니라 사람이 채워나가는 공간이라는 게 워크앤올 디자인의 핵심이다.

▶공유오피스마다 ‘커뮤니티’를 강조하고 파티도 많이 열린다.

김상혁 아라워크앤올 대표.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김상혁= 네트워킹과 커뮤니티가 중요한 트렌드라 하는데 난 아니라고 본다. 집중해서 일 잘 하는 게 핵심 아닌가. ‘서브’가 ‘메인’처럼 돼 버렸다.

▷박종환= 여러 공유오피스에 가보면 맥주 같은 게 꼭 있는데, 솔직히 스타트업 하면서 맥주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웃음) 술은 나가서 마시면 되는 것 아닌가. 불필요한 게 많아지면 결국 비용에 반영되고 일할 공간은 줄어든다. 한 달에 한 번 쓸까말까 한 것은 들여놓지 않는 대신 1인당 업무공간을 더 넓게 만들었다.

▷신명진= 넓은 로비에서 편안하게 커피 마시는 모습 등을 많이들 강조하는데, 필요한 공간이긴 하지만 본질을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실제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하루 여덟 시간 중 한 시간도 활용 안 한다. 중요한 건 업무공간임에도 정작 그곳은 비좁게 만들어 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게 만든다. 워크앤올이 확실히 좋은 것은 ‘일할 때 쾌적하다’는 거다.

▶공동창업자끼리 갈라서는 일도 많던데 김기사 팀은 오래 가는 비결이 뭔가.

김원태 김기사컴퍼니 공동대표.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김원태= 우리 많이 싸운다.(웃음) 팀이 깨지는 건 의견이 충돌할 때 양보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은 달라도 서로가 회사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신뢰하면 문제 없다. 내 의견 조금 양보한다고 회사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서 큰일나는 건 아니다.

▷박종환= 김기사 초기에 벤처 1세대 선배나 투자자를 만나면 그런 얘기 많이 들었다. 처음에 나 혼자 대표인 줄 알았다가 이 친구들을 소개하면 ‘세 명이나 돼?’라고 놀란다. 또 친구 사이라고 하면 ‘최악의 조합’이라 했다. 공동창업은 서로 싸워서 깨지면 회사가 망가지기 때문에 투자받기도 어렵다고 하더라. 하지만 구글, 애플, 페이스북도 다 공동창업한 회사 아닌가. 우리가 스티브 잡스같은 천재가 아닌 이상 서로 부족함을 보완하는 좋은 동지가 되는 게 리스크를 줄이는 길이다. 나는 이 친구들이 휴가 떠나서 없으면 불안하다.

▶세 명이 도저히 합의를 못 이룰 때 의사결정은 어떻게 했나.

▷김원태= 만장일치를 이루지 못하면 안 했다. 그리고 아예 기억에서 지워버렸다. 다행히 그렇게 해서 잘못된 결정을 내린 적이 거의 없다. 세 명이 각자 다른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고민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 많았다. 한 명이 정한 것을 나머지가 따라야만 한다면 누군가 불만을 갖게 되고, 결국 갈등의 불씨가 되지 않겠나.

카카오는 록앤올 지분 100%를 인수한 뒤 ‘김기사’를 ‘카카오내비’로 확대 개편했다. 한경DB

▶김기사 앱은 이용자 평이 참 좋았다. 더 잘 키워 더 비싸게 팔 수 있지 않았나. 그때 매각한 걸 후회하진 않나.

▷김원태= ‘매각대금을 얼마 받나’ 관점에서 보면 그럴 수 있겠지만, 나는 카카오와 우리 팀 모두에게 성공한 M&A였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카카오내비가 김기사 때보다 훨씬 성장했고 많은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

▷박종환= 주변 사람들이 많이 아쉬워했다.(웃음) 해외에서 오신 어느 분은 ‘아, 나 같으면 열 배는 더 받았을 텐데!’라고 하더라. 하지만 잘 한 결정이었다. 카카오에서 정말 알차게 쓰이고 있고, 없어선 안 될 서비스가 됐다. 우리가 돈을 더 받았다 해도 서비스가 전혀 활용되지 못하고 죽어버렸다면 무슨 의미가 있나. 카카오내비가 최근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에 탑재된 것도 카카오니까 가능했지 김기사 시절이면 불가능한 얘기다.

▶김기사 이후 스타트업의 대형 M&A 사례가 잘 안 나오고 있다.

▷박종환= M&A가 많이 이뤄져 성공사례가 늘어나야 스타트업 생태계에 긍정적이다. 그러려면 스타트업을 인수한 회사가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하는데, 규제 때문에 확장이 어렵다는 게 문제다. 김기사도 카카오에 인수된 이후 여러 서비스에 활용되고 있지만 아직 돈은 못 벌고 있다. 그러니 투자자들도 교통 쪽에 투자를 더 못 한다. 말로만 M&A 활성화를 외치기보다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해 돈 잘 벌고 있는 것과 비교되지 않나. 뭘 하려면 다 규제고, 너무 어렵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많은 스타트업이 경영의 기본적인 부분에서도 치명적 실수를 많이 한다. 조심해야 할 것을 조언하자면.

▷신명진=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계약서다. 합의를 어설프게 해 놓고 진행하다 피해보는 일을 너무 많이 봤다. M&A가 성사된 이후 문제가 불거지기도 한다. 처음엔 다 ‘좋은 게 좋은 거야’라고 시작하지만 일이 안 풀리면 불합리한 계약서가 발목을 잡게 된다. 아무리 창업 초기라 해도 회사를 경영하는 리더는 이런 문제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직원과 회사를 지킬 수 있는데 생각보다 그게 안 된다. 변호사 등으로부터 자문을 충분히 받는 게 좋다.

▷김원태=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 관점’에서 만드는 일이 많다. 좀 더 객관화해서 사용자 관점에서 진행해야 한다.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주변 조언을 많이 받을 필요가 있다.

▶공유오피스 경쟁이 치열한데 손익분기점은 어떻게 맞출 수 있나. 향후 확장 계획은.

▷김상혁= 사업은 지속가능해야 한다. 적자를 내면서 멘토링이나 투자를 할 수는 없지 않나. 지속가능성은 본질만 지키면 충분히 이룰 수 있다고 본다. 단순히 워크앤올 규모를 키워 투자받거나 매각하는 식의 계획에는 관심이 없다. 공유오피스로서 기본에 충실하며 목표를 하나하나 세워갈 생각이다.

▷박종환= 스타트업에 이런 공유오피스가 필요할 것 같고, 재밌을 것 같으니 즐겁게 한 번 해보자고 해서 시작한 게 워크앤올이다. 언제까지 몇 호점을 내자는 거창한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시행착오도 겪으면서 사업이 무르익어가면 조금씩 구체화할 것 같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김기사컴퍼니는 워크앤올 외에 구상 중인 새로운 사업은 없나.

▷박종환= 지금 이것만 하기에도 너무 바쁘다. 당장 새 사업을 생각하진 않는다. 여기서 좋은 회사 많이 만나 돕는 데 집중할 생각이다.

글=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사진=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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