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출신 이신혜 GBIC 한국대표 인터뷰
"인재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이미 움직이고 있어"

한경닷컴과 인터뷰하는 이신혜 GBIC 한국 대표. / 사진 = 김산하 기자

“실리콘밸리의 밴처캐피탈(VC) 상당수는 이미 가상화폐(암호화폐)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고 있어요. 관심이 많습니다. 암호화폐 산업에 들어오는 인력 수준도 굉장히 높죠. 전세계 각국 컨설팅, 뱅킹, 프라이빗에쿼티(PE), 사모펀드, VC,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 출신이 많습니다.”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한경닷컴과 만난 이신혜 GBIC 한국대표(사진)의 설명이다. 이 대표 자신이 실리콘밸리 출신이다. 한국 맥킨지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하다 스탠퍼드대 MBA를 거쳐 핀테크 업계에서 활약했다.

핏빗(Fitbit)에 인수돼 화제가 된 기업 코인(Coin)의 사업개발 부서를 이끌었고, 이후 대형 스타트업 너드월렛(Nerdwallet) 사업개발 총괄을 거쳐 현재 암호화폐 펀드인 GBIC의 한국대표(파트너)가 됐다.

- 암호화폐 업계에 발을 담근 계기가 궁금하다.

“맥킨지에서 일하다 2012년 스탠포드대 MBA에 갔어요. 그때 테크(기술) 기업들에 본격적으로 눈을 떴죠. 실리콘밸리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스탠퍼드대의 특성상 구글,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같은 글로벌 테크 기업 설립자들이 MBA 학생들 대상으로 강연을 자주 하더군요. ‘테크’가 정말 사람들의 생활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졸업 후 핀테크 스타트업에 들어갔는데 2014년부터 이미 비트코인 관련 사업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었어요. 자연스럽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게 됐죠. 그러다가 암호화폐 분야로 왔는데, 지금까지의 제 커리어와 잘 맞기도 하고 능력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면서 신기술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그 여정에 동참하고 싶었습니다.”

- 최근 암호화폐 시장 둔화에도 많은 인재들이 암호화폐 산업에 몰리는 이유는?

“다양한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요. 신산업이다 보니 기존 산업에 비해 성공의 기회가 훨씬 많습니다. 기존 산업들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나 한계가 명확한 경우가 많죠. 본격적으로 해당 분야에서 활약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오랜 기간의 커리어가 필요합니다.

반면 암호화폐 산업에서는 어떤 틀이나 정해진 자격이 없어요. 기회는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고, 능력만 있다면 다른 산업 분야에서보다 훨씬 의미 있는 역할을 맡을 수 있죠. 전 산업에 걸쳐 적용될 수 있는 만큼 암호화폐 산업은 기존 분야의 경험이 있는 인재들에게도 더욱 큰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 업계에 인재들이 오고 있는지?

“인재들이 오고 있기도 하지만 기업들이 적극 움직이고 있어요. 실리콘밸리의 VC들 상당수는 이미 암호화폐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VC들도 암호화폐만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를 갖고 있거나, 다른 암호화폐 펀드에 앵커투자자(자금조달 및 투자정책을 총괄하는 투자자)로 참여하는 식으로 관련 투자를 하고 있죠.
한국의 인재들은 아직까지는 암호화폐 업계보다 네임 밸류가 높은 회사를 더 선호하는 추세인 듯합니다. 미국, 중국 등의 글로벌 인재들은 본격적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특히 테크 기업 종사자들이 암호화폐 프로젝트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습니다”

- 암호화폐 업계에 진출하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한가?

“필요한 역량은 포지션에 따라서 정말 다양합니다. 엔지니어, 마케터, 커뮤니티 매니저, 비즈니스 개발, 투자, 거래소, 전문 미디어, 앱 개발 등 정말 많은 분야와 기회들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새로운 생태계’가 통째로 생겨나고 있는 거죠. 직군에 맞는 역량을 길러야 합니다.

굳이 필요한 역량을 꼽자면, 이 업계 자체가 글로벌 기반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글로벌 마인드와 외국어 능력이 기본적 소양이라 할 수 있어요. 기본적인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지식도 있어야 합니다. 이전에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문제였다면 지금은 오히려 정보가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될 정도죠. 제대로 된 정보를 습득한다면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합니다.”

- 암호화폐 산업과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부정적 인식을 지닌 사람들조차 블록체인 기술 자체를 부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암호화폐 과열 투기 양상을 문제 삼는 경우가 많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생활에 접목되면 정말 많은 변화를 줄 수 있을 거예요. 금융 거래, 무역 등 기존에 ‘신뢰’ 기반으로 구축된 많은 것들이 크게 바뀔 것입니다.

블록체인은 잠재력이 큰 기술입니다. 물론 기술적으로 뛰어나도 해도 100% 대중화에 성공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어요. 보통 신기술은 얼리어답터들을 거쳐 일정 시간이 지나 대중에게까지 전파되는 양상을 띱니다. 이 과정에서 대중화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도 많죠.

그러나 저는 블록체인이 어떠한 다른 기술보다 대중화될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걸쳐서 응용이 가능한 데다, 생태계 구축에 기여한 대다수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인센티브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가상현실(VR)산업이 커지면 해당 산업 종사자나 투자자만 이득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블록체인 산업은 생태계의 모든 참여자들이 암호화폐를 통해 골고루 혜택을 받게 되죠.”

- 암호화폐 산업이 한국에서는 어떠한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 같나?

“암호화폐 산업은 좋은 일자리 창출 기회가 될 수 있어요. 하나의 암호화폐 프로젝트에 많은 고급 인력과 자본이 필요합니다. 전세계 유동 자금들이 뛰어난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찾아 이동하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투기 논란으로 지지부진하면서 한국의 영향력이 많이 약화된 건 맞아요.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암호화폐 주요 시장 중 하나라 많은 프로젝트들이 한국 진출을 원하고 있습니다. 만약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암호화폐 산업의 길이 열리면 글로벌 자금 유치와 동시에 다수의 고급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산하 한경닷컴 객원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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