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예산 연동制 도입

정부 '지출혁신2.0' 후보과제 선정…내달 최종 확정

재정지출 구조조정
규제 완화 전제로 예산 배정
中企 R&D 민간투자 받아야 지원

유사기금·특별회계 통폐합
실적 저조·여윳돈 남는 기금서
자금 부족한 기금으로 전용 추진

재정의 포용성 확대
안전·인권·환경 등 투자 늘려
사회적 가치 제고 사업 역점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왼쪽)이 10일 서울 반포대로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열린 ‘범부처 지출구조 개혁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지출 혁신을 선행하지 않는다면 재정의 적극적 역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습니다.”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은 10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열린 ‘범부처 지출구조 개혁단 회의’를 주재하며 회의 첫머리에 이같이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 논의한 ‘지출혁신 2.0’은 저출산 극복, 일자리 창출, 혁신성장 등 정부 핵심 과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재원 마련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가 단순히 세수 증가에만 기대서 재정 지출을 늘리면 재정 악화가 심해질 우려가 있어서다.

게다가 정부가 내년에는 당초 계획했던 올해 대비 7% 중반 증가율을 훌쩍 넘는 예산을 편성하기로 하는 등 지속적으로 재정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어서 지출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는 또 재정 지원과 규제 개혁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지출혁신 2.0’을 추진해 혁신성장도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예비타당성, 13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

‘지출혁신 2.0’은 △재정운용시스템 개선 △재정 지출 재구조화 △재정의 포용성 확대 등 세 가지 분야로 나눠 추진한다. 재정운용시스템 개선 방안에는 규제-예산 패키지 검토 체계 도입이 담겼다. 규제 완화가 진행되지 않으면 재정 지원 효과가 없거나 작다고 판단되는 민간 관련 정부 사업에 대해선 규제 완화를 전제로 예산을 배정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자동차 연구개발(R&D) 사업은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규정을 완화하고 교통사고 책임·보험 문제를 해결하는 등 규제 개선이 어느 정도 이뤄져야 예산을 지원하는 식이다. 정부는 재정 지원과 관련 규제개혁을 연계해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또 민간의 기술개발 속도 등을 고려해 예비타당성 조사 기간을 줄이기로 했다. 총사업비 500억원(국비 300억원) 이상 대규모 국가 R&D 사업을 중심으로 기존 평균 13개월이던 예비타당성 조사 기간을 6개월 이내로 단축한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 R&D 지원은 민간 역량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기업이나 벤처캐피털(VC) 등에서 투자받은 사업에 대해 정부가 후속으로 지원하는 ‘선(先) 민간-후(後) 정부’ 방식을 원칙으로 삼기로 했다. 지원 과제도 민간과 시장 중심으로 선정해 성과에 따라 성패를 판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데이터 기반의 ‘중기 R&D 평가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기금·특별회계 통폐합 추진

재정 지출 재구조화 방안으로는 ‘기금·특별회계 여유재원 활용’을 추진한다. 비슷한 사업 목적의 기금과 특별회계 중 사용 실적이 저조하거나 여윳돈이 남는 곳들은 서로 통폐합하거나 재원이 부족한 곳으로 자금을 전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다. 자금 수요에 비해 재원이 넉넉한 농지기금과 수요가 재원을 초과하는 농업특별회계 간 조정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선진국에서 운용 중인 ‘지출 검토(spending review)’도 추진한다. 기존 지출의 효과적 통제 여부와 우선순위 등을 따져보고 지출을 더 줄일 방안을 마련하는 제도다. 지출 검토는 크게 ‘효율성 검토’와 ‘전략적 검토’로 나뉜다. 효율성 검토는 2004년 영국 정부가 처음 시행한 것으로 동일한 양과 질의 서비스를 더 적은 비용으로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략적 검토는 재정 투입 효과가 떨어지거나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에 대해 최소 5% 이상 비용 절감 방안을 제시하도록 요구하는 방식으로, 2011년 캐나다 정부가 처음 도입했다. 정부는 재정 지출 재구조화와 관련해 창업 지원 체계를 효율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안전 환경 등에 투자 확대

정부는 재정의 포용성 확대를 위해 사회적 가치 중심의 재정 운용 방안도 수립했다. 안전, 인권, 환경 등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는 사업에 정부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지역 간 균형 발전과 재정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별도로 지원하는 예산인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등을 활용해 지방자치단체가 사회적 가치 제고 사업에 예산을 늘리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정부는 공공과 민간이 협업하는 사회서비스에도 지원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박호성 기재부 지출혁신과장은 “지출혁신 2.0 논의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재정개혁특별위원회와 연계해 민간 전문가 의견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임도원/김일규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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