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조화되는 韓·中 증시

오후 급락현상 빈번

中 증시 하락폭 커지면 한국서 선물 매도 늘려
요즘 주식 투자자들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신경을 곤두세운다. 중국 인민은행이 10시15분(현지시간 9시15분)에 고지하는 위안화 기준 환율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의 출발이 나쁘지 않아도 위안화가 절하되면 하락장을 대비한다. 위안화 약세는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작동한다.

중국 증시는 한국보다 1시간 반 늦은 오전 10시30분에 열린다. 이때부터는 ‘초긴장 모드’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향방에 따라 코스피지수가 갑자기 요동치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어서다. 미·중 무역전쟁 이후 한국과 중국 증시의 동조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일상화된 증시 풍경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 같은 이례적인 동조화 현상을 투자 전략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코스피지수와 비교해 상하이종합지수 하락폭이 커지기 시작하면 선제적으로 코스피지수에 대한 선물 매도 포지션을 늘린다. 코스피지수가 상하이종합지수와의 갭(간격)을 줄이면서 낙폭을 키울 것에 대비하는 움직임이다.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한국과 중국에 투자하는 외국인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요즘 이 전략을 많이 쓴다. 유동성이 풍부한 한국 선물시장을 활용해 두 나라 증시 투자에 대한 위험 헤지(회피)에 나서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요즘 외국인들은 중국 증시 낙폭이 커지기 시작하면 한국 시장에서 선물 매도 포지션을 늘린다”며 “유가증권시장이 오전에 괜찮다가 점심시간 지나 고꾸라지는 현상이 자주 벌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도 “한국과 중국 증시의 동조화가 나타날 때마다 반복되는 외국인들의 헤지 전략이 장중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중국에 많이 투자하는 펀드매니저 등 일부를 제외한 상당수 국내 투자자는 외국인과 달리 중국 주식시장 변화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 투자자들이 사용하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나오는 상하이종합지수 데이터는 실제보다 10~30분 늦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중국과 한국의 증시 동조화 현상을 이용해 발빠르게 대응하는 외국인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국내 펀드매니저들도 중국 웹사이트나 앱(응용프로그램)을 활용해 중국 주가지수를 최대한 실시간으로 좇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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