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구멍 뚫린 '對北제재'

수입업체 3곳 檢 송치

원산지·품명 등 위조
무연탄을 코크스로 신고

관세청 "수사지휘 건의에도
檢 보완수사 요구로 지연"

원산지 위조된지 몰랐던
남동발전·은행 불기소 의견

노석환 관세청 차장이 10일 정부대전청사에서 북한산 석탄 반입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제재 대상인 북한산 석탄 및 선철(철광석을 녹여 만든 불순물이 많은 철)이 총 7차례 국내 항구로 유입됐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금수 품목을 제때 차단하지 못한 채 1년4개월 이상 ‘구멍’을 방치했다는 점에서다. 북한산 석탄을 실어나른 해외 선박은 작년 10월 수사 개시 이후에도 총 97회나 인천·포항·동해항 등을 자유롭게 오가며 철강·강판·철근을 운반했다.

◆불법 수입업자 3명이 공모

관세청이 북한산 물품 반입 혐의를 잡고 수사에 착수한 시점은 작년 10월이다. 국가정보원 등 관계기관에서 여러 건의 정보를 받은 뒤 관련 선박을 검색하고 수입업자 등을 수사했다는 설명이다. 총 7건의 불법 반입을 주도한 3명의 수입업자 및 3개 법인을 적발했다.

국내 3개 수입업체가 공모를 통해 작년 4월부터 10월까지 들여온 북한산 석탄 및 선철은 총 3만5038t으로 집계됐다. 신고가격 기준으로 66억원어치다. 이들은 북한산 광물을 러시아 내 항구에서 다른 배로 환적한 뒤 원산지를 러시아로 둔갑시키는 수법을 썼다. 예컨대 북한이 작년 4월12일 ‘지쿤7’호에 선적한 무연탄 1만50t을 러시아 나홋카항에 일단 하역한 뒤 5월27일 ‘리치비거’호로 옮겨 국내로 들여왔다. 무연성형탄(총 4156t)도 같은 방식으로 반입하면서 원산지 증명이 필요 없는 세미코크스로 신고했다. 원산지뿐만 아니라 품명까지 위장했다.

3개 수입업체 대표는 모두 사기 등 전과가 있었다. 북한산 광물의 러시아 하역 및 국내 수입을 주도한 A사 대표(45)는 사기 판결을 받아 집행유예 중이다.

같은 혐의를 받는 B사 대표(56)는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전과가 있다. C사 대표(45)는 허위세금계산서 교부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노석환 관세청 차장은 “북한산 광물을 반입한 피의자들은 석탄 등 현물을 중개무역 수수료로 받았을 뿐 현금 거래는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국제제재 때문에 북한산 광물 가격이 떨어지자 매매 차익을 노렸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검찰 보완요구 등으로 지연”
북한산 광물 수입업자들이 작년 4월부터 수차례 ‘의심’ 물품을 반입했는데도 장기간 적발하지 못한 점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관세청 역시 10일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관계기관에서 여러 건의 정보를 받았으며 이 중에는 (북한산 석탄을 하역하는) 사진 자료도 포함됐다”고 확인했다. 수입업자 중에는 과거 비슷한 혐의로 처벌받아 ‘특별관리’ 대상인 사람도 있다. 수사에 본격 착수한 뒤에는 기소하기까지 10개월 넘게 걸렸다.

관세청은 “3회의 압수수색과 10여 차례 참고인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피의자들이 계속 혐의를 부인하고 출석을 늦췄다”며 “압수자료 역시 방대해 분석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게 관세청의 해명이다. 관세청 대구세관은 올 2월 피의자 3명에 대한 구속 의견으로 수사지휘를 건의했으나 당시 검찰이 보완수사를 지휘했고, 지난달 재차 같은 의견을 냈지만 결과가 같았다. 관세청은 이달 중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남동발전·은행은 “혐의 없음”

관세청은 외교부 등 관계기관에 이번 수사 결과를 통보할 계획이다. 북한산 석탄을 운송한 것으로 확인된 해외 선박 등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자체적으로도 이번 범죄에 활용된 선박이 입항하면 수입 검사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북한산 석탄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입한 한국남동발전, 신용장 거래 과정에서 범죄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시중은행 등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남동발전이 북한산 석탄을 일반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매입한 건 사실이지만 범죄 혐의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해당 석탄이 모두 사용된 상태여서 압수 등 조치도 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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