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치 6개월새 반토막…수주 계약 취소

청산가치, 7000억→3000억대로

"조선업 구조조정 로드맵 나와야 막힌 수주 뚫고 매각 진전될 것"
마켓인사이트 8월10일 오전 5시17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 매각을 진행 중인 성동조선해양의 청산가치가 반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국내 조선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뚜렷한 청사진이 마련되지 않으면 중견 조선사인 성동조선해양의 기업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년 만에 청산가치 반토막

10일 법조계 및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성동조선해양의 실사를 맡은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은 지난 3일 성동조선의 청산가치가 3000억원대 후반이라는 내용의 조사보고서를 회생절차를 주관하는 창원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성동조선이 회생절차를 밟기 전인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EY한영과 삼정KPMG가 계산한 청산가치(7000억원)보다 40% 넘게 줄었다. 2010년 7월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갔을 때의 청산가치(1조6178억원)와 비교하면 25%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이번 실사에서 안진은 사업을 지속했을 때의 가치인 계속기업가치(존속가치)는 산출하지 않았다. 중형 조선소에 대한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이 중단돼 미래 현금흐름 측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계속기업가치는 미래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매겨진다.

전문가들은 청산가치 하락은 예견됐던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존 청산가치 7000억원에는 당시 건조 중이던 선박(2200억원) 및 수주잔량 5척의 가치가 포함돼 있었다. 건조를 마친 선박 2척이 양도되고 회생절차 돌입으로 수주계약이 취소됐으니 청산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선업 경기가 다소 회복되고 있지만 성동조선이 주력으로 하는 중형선 수요가 부진해 낙찰률이 하락한 점도 한 요인이다.
◆“지금 필요한 건 불확실성 해소”

기업 인수합병(M&A)시장은 청산가치 하락의 이해득실 계산에 분주하다. 회생절차 중인 기업 M&A에서 청산가치는 최소매각가로 설정된다. ‘청산가치 보장의 원칙’에 따라서다. 청산가치가 줄면 예비 인수자 입장에서는 인수에 필요한 자금이 줄어드는 셈이다.

문제는 반토막 난 청산가치도 여전히 높다고 여기는 시장 참가자가 많다는 점이다. 회생기업 M&A에서는 본입찰에 참여하려면 최소매각가의 50% 이상을 보증금으로 내야 한다. 성동조선해양 청산가치가 4000억원이라면 2000억원의 보증금이 필요하다.

IB업계 관계자는 “요즘 업황에 2000억원 이상의 실탄을 들고 조선업체 인수에 나설 투자자를 찾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인수 후보들이 성동조선이 보유한 1000억원대의 현금성 자산이 인건비 등으로 소진돼 청산가치가 추가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고 1차 매각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동조선 매각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 조선업체 간 교통정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야 중견 조선업체 간 역할 배분도 이뤄져 거시적 안목에서의 구조조정 계획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조선업 구조조정 전문가는 “지금 성동조선 매각에 필요한 것은 불확실성 해소”라며 “정부가 구체적인 산업 구조조정 로드맵을 하루빨리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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