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보고서에…또 휘청거린 IT株

"내년 D램값 떨어질 것"
모건스탠리, 반도체株 전망
'중립'에서 '주의'로 낮춰

3개월 새 15조서 9조로
日 평균 거래대금 '뚝'
이익 증가세 둔화도 뚜렷

"시장 체력 약해진 탓에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
외국계 증권사의 리포트에 또다시 한국 주식시장이 충격을 받았다. 미국 대형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반도체 시장 전망을 하향 조정한 보고서를 공개하면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물(1118억원)을 쏟아내자 코스피지수는 속절없이 2300선 아래로 밀려났다. 증권업계에선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 하나에 휘청일 만큼 한국 증시의 체력이 약해진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되풀이되는 반도체 고점 논란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1500원(3.20%) 내린 4만5400원에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57억원, 1899억원 순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SK하이닉스도 2900원(3.72%) 하락한 7만5100원에 장을 마쳤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26% 이상을 차지하는 두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며 코스피지수는 20.92포인트(0.91%) 떨어진 2282.79로 마감했다.

삼성의 대규모 투자 계획에 전날 일제히 반등했던 원익IPS(-3.56%), 주성엔지니어링(-3.14%) 등 반도체 장비주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반도체 기업 투자 전망을 기존 ‘중립’에서 ‘주의’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모건스탠리의 투자 전망 중 가장 낮은 단계로, 향후 12~18개월 동안 해당 업종의 주가 상승률이 시장 평균을 밑돌 것으로 예상한다는 의미다. 골드만삭스 역시 이날 “낸드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버 D램에도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부터 D램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최근 발표한 갤럭시노트9에 대한 실망도 작용했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출시된 중화권 스마트폰 업체들의 플래그십 모델과 비교해 하드웨어 혁신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날 인쇄회로기판(PCB) 업체인 삼성전기(-5.74%), 배터리 기업인 삼성SDI(-6.56%) 등을 비롯해 대덕전자(-2.78%), 알에프텍(-1.20%), 아모텍(-6.09%) 등 관련주 주가가 일제히 내렸다.
◆진짜 문제는 한국 증시 체력

외국계 보고서 영향력이 커진 이유는 한국 증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적 증가세가 둔화되고, 거래가 줄면서 외국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8일까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220개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사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8.75%로 지난해 같은 기간(20.64%)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거래도 위축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9일까지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8조2990억원이다. 지난 5월 평균 거래대금은 15조원에 달했지만 지난달 9조원으로 떨어진 뒤 계속 감소 추세다.

정성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이사는 “같은 보고서에도 미국 증시는 버티는데 한국 증시는 빠진다”며 “단기 자금만 몰리고, 외국인 수급에 휘둘리는 증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발표하는 MSCI 신흥국지수에 중국 A주(본토 주식)가 2차 편입되는 것을 앞두고 외국계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증시에서 최대 1350억원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 체력이 부족한 만큼 당분간 악재 때마다 시장이 크게 출렁거릴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미국이 중국에 반도체 설비 수출을 제한하는 등의 호재에는 국내 증시가 반응하지 않고 악재만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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