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일의 프리미엄 브랜드
-가격차 있지만 동급 독일차보다 판매 앞서

최근까지 국내 고급 수입차 시장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의 독일 3사가 시장을 휘어잡았다. 수입차 베스트셀러 상당수를 값이 상대적으로 싼 대중 브랜드가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도 프리미엄으로 통하는 독일 브랜드의 독주는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디젤게이트로 아우디가 주춤한 이후 최근에는 BMW가 화재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다행히 직격탄을 피해갔지만 한국 시장에서 거둔 엄청난 이익에 비해 국내 시설 투자와 사회공헌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내세우고 있다. 한 마디로 수입 프리미엄 세단으로 향하는 소비자의 발길을 돌리겠다는 각오다.
올해 1~7월 제네시스는 G70 7,708대, G80 2만2,565대, EQ900는 5,646대가 판매됐다. 제네시스가 지목하는 BMW 3시리즈(5,747대)와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6,565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2만2,287대), S클래스(5,511대) 등보다 판매는 앞선다. 물론 차급별 가격차이가 있지만 데뷔 3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제네시스 가운데 엔트리급인 G70가 경쟁하는 제품은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BMW 3시리즈, 아우디 A4 등이다. 이들 중 올해 1~7월 가장 많이 판매된 차는 C클래스와 BMW 3시리즈다. 1~7월 기준으로는 C클래스가 3시리즈보다 앞섰지만 전통적인 강자는 3시리즈다.


G70와 3시리즈의 크기는 별로 차이가 없다. 3시리즈와 비교하면 G70가 52㎜ 길고, 39㎜ 넓고, 30㎜ 낮다. 휠베이스도 25㎜ 길다. 실내공간도 마찬가지여서 머리공간은 3시리즈가 살짝 크지만 1열의 다리 및 어깨 공간은 G70가 더 넓다. 하지만 편의품목은 G70가 앞선다. 옵션인 액티브 세이프티 컨트롤을 더하면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하이빔 보조, 고속도로 주행 보조 등의 안전장비를 달 수 있다. 능동형 안전장비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유리한 구성이다.



하지만 G70의 가장 큰 무기는 가격 대비 성능이다. 3,681만~5,085만원(개소세 3.5% 기준, 이하 동일)의 값은 4,690~6,030만원으로 구성된 3시리즈에 비해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G70의 경쟁력은 파워트레인에서도 유효하다. 320i가 184마력을 내는 것에 비해 G70 2.0ℓ 터보는 최고 252마력을 낸다. 이는 320i를 넘어 330i 수준이다. 결국 가격과 강력한 성능, 다양한 편의품목이 G70 판매를 끌어올린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3시리즈 또한 곧 신형이 등장한다. 따라서 G70 역시 지속적인 발전이 필요하다.

사실 제네시스의 주력은 역시 G80다. 그런데 이 시장은 E클래스와 5시리즈의 입지가 견고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E클래스의 판매대수가 5시리즈의 그것을 넘어섰고, 올해는 5시리즈 화재로 이미지 손상이 적지 않다. 한 마디로 E클래스 세상으로 바뀌는 중이다. E클래스는 독일 프리미엄 준대형 세단의 기준점이라 할 만하다. 편안하고 여유로운 특성을 내세워 경쟁자들과 차별화한다. G80에게는 만만치 않은 상대지만 아직 판매는 G80가 근소한 차이로 앞선다.


제네시스 G80는 E클래스보다 덩치가 크다. 길이×너비×높이는 4,990×1,890×1,480㎜, 휠베이스는 3,010㎜다. E클래스보다 65㎜ 길고, 40㎜ 넓고, 20㎜ 높다. 실내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도 70㎜ 길다. 덕분에 앞 좌석은 물론 뒷좌석에서도 한결 여유로운 공간을 뽑아냈다.

G80의 주력 모델은 V6 3.3ℓ 자연흡기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282마력을 낸다. 이외에 V6 3.3ℓ 트윈터보 370마력, V6 3.8ℓ 315마력 자연흡기 엔진을 얹은 모델이 있다. 디젤 모델만 직렬 4기통 2.2ℓ 202마력 엔진을 얹는다. 변속기는 모두 자동 8단. 뒷바퀴굴림이 기본이고 전 모델에 네바퀴굴림을 고를 수 있다. 디젤을 제외한 모든 휘발유 모델이 6기통이란 점은 G80의 분명한 강점이다. 또한 고급휘발유를 넣어야 하는 독일차와 달리 일반휘발유로 세팅된 점도 G80의 강점이다.

반면 E클래스의 주력 모델인 E200, E300은 모두 직렬 4기통 2.0ℓ 터보 엔진을 얹는다. 최고출력은 각각 184마력, 245마력. 디젤 모델인 E220d는 직렬 4기통 2.2ℓ 디젤 엔진을 얹는다. 최고출력은 194마력. 모두 자동 9단변속기를 맞물려 뒷바퀴를 굴린다. 네바퀴굴림 모델도 고를 수 있는데, 이는 E300 4매틱 아방가르드(7,880만원) 또는 E220d 4매틱 아방가르드(7,090만원)를 골라야 한다.

V6 엔진을 기본으로 얹는 G80는 출력과 회전감 등 강함과 부드러움에서 앞선다. E클래스에서 V6 엔진의 맛을 즐기려면 E400을 골라야 하지만 9,770만원의 가격을 고려해보면 선택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4,791만원부터 시작해 최고 7,058만원인 G80는 6,130만~9,770만원(AMG 제외)인 E클래스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확실하게 앞선다. 무게가 E200에 비해 195㎏ 가량 무겁고 연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6기통과 4기통, 배기량의 차이, 일반휘발유 세팅 등을 고려하면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편의장비 부분에서도 G80가 조금 유리해 보인다. 액티브 세이프티 컨트롤 패키지로 고속도로 주행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로 이탈방지 보조, 하이빔 보조, 전방 충돌 방지 보조 등의 기능을 실현한다. 고급스러움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시그니쳐 디자인 셀렉션 패키지도 뒀다. 리얼 우드 내장재 및 나파 가죽 시트 등을 달아 수입 프리미엄 세단의 상급 모델과 다를 바 없는 만족감을 선사한다. E클래스가 분명 독보적인 프리미엄 세단이지만 G80의 상품 구성도 이에 못지않다.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모델인 EQ900는 '에쿠스'라는 차명으로 1999년 1세대가 등장했다. 2세대 에쿠스(2009~2015년) 후속으로 2015년 말에 등장한 EQ900는 한국 도로에 맞춰 승차감을 세팅하고 편의품목을 보강하는 등 국내 소비자 취향을 가장 잘 반영한 대형차라는 강점이 있다.


사실 S클래스와 EQ900의 패키징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EQ900의 길이×너비×높이는 5,205×1,915×1,495㎜, 휠베이스는 3,160㎜로 차체가 상당히 당당하다. S클래스 롱 버전과 비교해도 길이 75㎜, 휠베이스 5㎜ 짧을 뿐 높이는 같고 너비는 오히려 10㎜ 넓다. S클래스 표준 휠베이스 버전(길이 5,140㎜, 휠베이스 3,035㎜)과 비교하면 EQ900의 휠베이스가 125㎜나 길다. 즉, S클래스 표준 모델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롱 버전에 가까운 크기와 뒷좌석 공간성을 챙겼다고 볼 수 있다.

기함(플래그십)은 통상 해당 브랜드의 모든 신기술이 투입된다. 때문에 EQ900와 S클래스는 각 브랜드의 첨단 신기술을 듬뿍 담고 있다. 주행 상황에 맞춰 승차감은 물론 주행 특성을 조절하는 전자제어 기능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까다로운 고급차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EQ900는 국내 최초로 중공 공명음 알로이 휠을 적용했다. 디스크와 림을 첨단 마찰 교반용접으로 접합해 내부에 공명기 역할을 하는 중공 구조를 만들었다. 주행 중 발생하는 타이어 공명음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로 인해 공명음을 4.4㏈나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능동적인 안전장비도 차고 넘친다. S클래스와 EQ900는 최고 수준의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을 제공한다. 두 차 모두 앞차와의 거리, 차선을 유지하면서 달리다가도 비상 상황에선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한다. 두 차 모두 엇비슷하지만 EQ900의 부주의 운전 경보 시스템은 S클래스의 그것을 넘어선다. S클래스는 운전자의 입력 신호에 한정해 상황을 판단하지만 EQ900는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이 보내는 신호까지 포함해 운전자의 피로도를 정교하게 확인한다.

특히 EQ900는 한국화된 IT기술의 정점을 맛볼 수 있다. 스마트 자세 제어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운전자의 키와 몸무게 등 체형 정보를 입력하면 현재 운전 자세를 분석하고 몸에 좋은 자세로 고칠 것을 권해주기도 한다. 추천 자세를 사용할 경우 알아서 시트, 스티어링 휠 등의 위치를 자동으로 변경해준다. 블루링크(BlueLink) 등을 통해 에어백 전개 시 자동통보, 차량 진단, 정기점검 리포트, 원격 제어 등의 친절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앞뒤 좌석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도 EQ900가 국내 실정을 조금 더 반영한 부분이다.

EQ900의 값은 7,363만원부터 시작한다. 리무진 모델을 제외한 최상위 모델인 V8 5.0ℓ 프레스티지 AWD의 가격은 1억1,584만원. 리무진 모델은 1억5,118만원이다. S클래스의 가격은 1억3,730만원부터 시작한다. 표준 휠베이스 모델인 S350d는 입문형 모델의 성격이 짙기에 좀 더 넓은 실내를 원한다면 1억6,000만원인 S400d 롱 휠베이스 모델을 골라야 한다. 휘발유 엔진을 원한다면 S450 롱 휠베이스 모델을 골라야 하는데 이때 차 값은 1억6,700만원까지 올라간다. 마이바흐나 AMG 버전을 제외한 최상위 모델인 S560 4매틱 롱 휠베이스 모델의 값은 1억9,970만원에 이른다.

EQ900는 디젤 엔진 없이 휘발유 엔진만 3종을 얹는다. V8 3.8ℓ 자연흡기 엔진은 315마력, V6 3.3ℓ 트윈터보는 370마력, V8 5.0ℓ 엔진은 425마력을 낸다. S클래스의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은 사양에 따라 286마력, 340마력을 낸다. V6 3.0ℓ 트윈터보 엔진은 367마력, V8 4.0ℓ 트윈터보 엔진은 469마력을 낸다. 최고출력 대결에서 S클래스와 EQ900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수준이다. 다만 S클래스는 디젤까지 대응한다는 점이 다르다.

엔트리 모델로 비교하면 제네시스 EQ900는 S클래스보다 6,367만원 저렴하다. 휘발유 모델로만 놓고 비교하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그러나 이 정도 대형 고급차를 찾는 사람에게 가격이 최대 걸림돌은 아닐 것이다. 흔히들 수입차 매장을 찾는 이들 중 고객의 경제력 정도를 가장 가늠하기 힘든 경우가 국산 고급 대형차를 타고 왔을 때라고 한다. 대기업의 총수뿐 아니라 수백억원을 가진 자산가, 권력의 꼭짓점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국산 고급 대형차를 타기 때문이다.

G70부터 G80, EQ900까지, 제네시스는 이제 세계적인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동급 모델과 비교해 의미있는 성과를 이뤄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의 상황과 한국인의 취향을 누구보다 깊게 고찰했고 이를 자동차에 반영했다. 브랜드 가치는 아직 독일 3사만큼 성장하지 못했지만 '열망의 대상'이 되는 브랜드로 발전하겠다는 노력을 계속한다면 그 차이를 꾸준히 좁혀갈 수 있을 것이다.

박재용(한국미래자동차연구소장, 이화여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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