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연금 사태가 금융감독원과 생보업계간 전면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생명에 이어 한화생명도 '지급 거부'를 선택하면서다. 금감원은 "보험사와 충돌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홈페이지에 즉시연금 분쟁 관련 접수 창구를 만드는 등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10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 9일 오후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즉시연금 보험 조정 결정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이 4300억원에 달하는 금감원 권고안 중 370억원만 지급하겠다고 밝힌 지 2주 만이다.

최대 1조원으로 추정되는 즉시연금 미지급금 규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한화생명이 나란히 지급을 거부하면서 일괄구제를 권고했던 금감원은 체면을 구긴 모양새다.

업계 안팎에선 지급해야 할 금액이 크지 않은 다른 생보사들은 금감원의 권고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업계 1위 삼성생명에 이어 한화생명까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나머지 회사들도 거부할 가능성이 적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즉시연금 미지급금 문제의 핵심은 '사업비 차감'이다.

보험사들은 원금에서 사업비를 차감한 후 이를 운용해 보험금을 지급했지만 약관에 사업비를 차감한다는 내용이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 삼성생명 측은 상품설계서의 보험금에 사업비가 차감돼 있다고 주장하지만 분쟁조정위는 약관에 포함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금감원이 문제를 제기한 삼성생명 고객 강모 씨 외에도 유사 사례 16만건에 대해 일괄 구제를 권고하면서 사태가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분쟁이 법정까지 갈 것으로 전망한다. 문제를 제기한 민원인이 소송을 제기하면 금감원은 소송 지원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금감원이 변호인단을 꾸리는 등 사실상 소송 당사자다.

금감원은 홈페이지에도 즉시연금 분쟁조정 접수 창구를 별도로 만들 계획이다. 5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미지급자 중 분쟁조정 신청에 나선 가입자가 100여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민원 건수를 늘려 사실상의 일괄구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생명도 지난달 이사회에서 "법적인 쟁점이 크고 지급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법원의 판단에 따라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히며 법정 투쟁을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분쟁이 보험사의 사업비 조정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는다. 그간 사업비 책정을 보험사에 맡겨 두고 독립보험대리점(GA)과의 인센티브 문제에만 손을 댔던 금감원이 이번 일을 계기로 사업비 책정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금감원은 오는 16일 열리는 윤석헌 금감원장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즉시연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한경닷컴 증권금융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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