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태연 신임 청와대 자영업비서관이 최저임금의 ‘융통성’을 언급해 눈길을 끈다. 그는 그제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과 관련해 “어떤 부분이든 원칙을 세워야 하지만 원칙 속에서도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2년간 최저임금이 30% 오르는 데 대해선 “(자영업자들이) 목까지 물이 차 있는 상황에서 입과 코를 막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듣기에 따라선 최저임금 제도 개선 필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모든 정책에는 명암이 있고,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있으면 과감히 고치는 게 국정의 기본자세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16개월간 펴온 정책들은 그와 반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선 공약에 갇힌 정책의 경직성·획일성에다, ‘밀어붙이지 않으면 밀린다’는 조급성까지 더해져 불필요한 논란과 부작용을 키운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의 경우 자영업자들의 절규에도 두 자릿수 인상을 강행했고, 재심의해달라는 호소도 외면했다. 주 52시간 근무도 내년부터 단속·처벌이 시작되면 무슨 혼란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현장에서 절실함을 탄원하는 탄력근무제 확대는 마냥 미루고 있다. 대표적인 ‘돌진’ 사례인 탈(脫)원전 정책은 폭염 속에 허술한 전력수요 예측, 전기요금 누진제 반발, 태양광 환경오염 등 문제점만 잔뜩 노출하고 있다. 게다가 청와대와 여당 일각에선 ‘규제개혁=재벌개혁 후퇴’라는 근본주의적 발상이 여전하다. 이런 판국이니 경제지표 악화, 내수·자영업 위기는 당연한 귀결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 복귀 일성으로 ‘실사구시(實事求是)’를 강조한 것은 반갑고 다행스럽다. 최근의 규제개혁 행보가 꾸준히 지속된다면 우리 경제의 막힌 곳을 뚫고 굽은 것을 펴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런 변화가 입법에서 말단 행정까지 두루 미칠 때 경제도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하지만 산 넘어 산이다. 당장 은산분리 완화 방침에 대해 소위 핵심 지지세력들이 반발하는 것부터 그렇다.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리얼미터 58%)로 떨어진 데는 경제난과 함께 지지층 이탈이란 양면성이 엿보인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여당에선 ‘과거로의 회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야당시절에야 명분만 앞세워 책임 없이 돌진하는 게 정치적 우월전략이었겠지만, 집권 이후에는 모든 정책에 책임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도 이념보다 국익과 경제·민생을 앞에 뒀기에 4대 개혁, 한·미 FTA 같은 ‘외로운 결단’을 내렸고, 정책 유연성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정부 정책이 ‘무모한 돌진’을 거듭하면 그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국민 몫이 된다. 정책 운용의 묘를 살리는 것이 곧 실사구시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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