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차이나 포비아

'세계 톱10' 절반 휩쓸어

지난해 모바일 결제 15.4조 달러
알리바바·텐센트, 금융시장 참여
은행·신용카드 영역 급속 대체

韓 '100대 기업' 순위에도 못껴
중국이 ‘핀테크(금융기술) 대국’으로 떠올랐다. 중국 정부가 규제를 풀어 금융권 진입의 문을 대폭 낮추면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금융의 판’을 바꾸고 있는 모양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모바일 간편 결제시장 규모는 15조4000억달러(약 1경6761조원)에 달했다. 글로벌 신용카드 업체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지난해 전 세계에서 올린 결제금액(12조5000억달러)을 23.2%나 뛰어넘은 수치다. 페이팔을 비롯해 애플·구글·삼성 등 세계적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바일 결제의 원조’ 미국도 중국에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서치가 추산한 미국 페이시장 규모는 2016년 1120억달러(약 126조원)에 불과하다.

중국 내 모바일 결제시장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사후(네거티브) 규제 정책이 있었다. 기존 금융산업의 기득권보다는 어떤 방식으로든 금융산업을 발전시켜 국가 경제를 이롭게 하면 된다는 생각이 핀테크 혁신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정부는 핀테크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진입장벽을 낮추고 문제가 터지면 사후적으로 규제하면 된다는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중국 인민은행이 비금융회사들의 결제시장 진출을 허가해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소셜네트워크 업체 텐센트가 결제 사업에 진출하면서 모바일 결제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알리바바그룹의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위챗페이는 중국 모바일 결제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중국 최대의 온라인 유통망과 10억 명이 넘게 쓰는 메신저를 가진 IT 기업들이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결제시장을 재편하면서 중국 결제시장에서 신용카드와 은행의 영역이 사라지고 있다”며 “지난해 중국 결제시장에서 모바일 결제가 차지한 비중은 63%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비금융사에 문호를 열어 인터넷전문은행 육성에 나서고 있다. 2015년 텐센트가 설립한 위뱅크를 시작으로 IT 기업이 주도해 세운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금융권의 약점을 파고들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위뱅크는 메신저를 이용해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 서비스를 접목해 텐센트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을 통해 몇 분씩 걸리던 송금 시간을 초 단위로 줄였다. 알리바바가 설립한 마이뱅크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을 도입해 서민들에게 저리의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전수경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 주도의 육성책을 펼친 것이 중국이 핀테크 강국으로 떠오른 주요 원인”이라며 “핀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금융서비스가 중국의 기존 금융기관의 낙후한 서비스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핀테크 기업들은 전 세계 투자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KPMG가 지난해 뽑은 세계 10대 핀테크 업체 1위는 중국 앤트파이낸셜이다. 중국 핀테크 업체는 10대 업체 명단에 5개나 올라 있다. 한 국내 핀테크 업체 대표는 “한국 업체는 전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 순위에도 끼지 못하고 있다”며 “사전(포지티브) 규제 탓에 금융회사 외의 새로운 플레이어가 금융업에서 혁신을 일으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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