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수익률 회복… 선진국 펀드 앞질러

브라질브라질 펀드 한 달 수익률 13%
인도 증시 사상 최고치 기록
통상전쟁 여파… 中 펀드는 관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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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주식형 펀드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글로벌 무역전쟁 여파로 지난 4월 이후 수익률이 급락했지만 지난달부터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을 중심으로 수익률을 회복 중이다. 달러 강세가 진정되고 견조한 경제지표들이 확인되자 신흥국 증시에도 다시 돈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주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는 10주 만에 자금이 순유입됐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는 좋지만 그만큼 기대치가 높아져 있는 반면 신흥국은 연초 이후 우려가 더해지면서 기대치가 크게 낮아져 있다”며 “위험자산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기 시작하면서 차츰 선진국보다 신흥국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등하는 ‘러·브 펀드’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브라질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8월2일 기준)은 13.20%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 중 단연 1위다.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2.14%)보다 6배 이상 높다. 브라질 주식투자 비중이 높은 중남미펀드 수익률도 11.40%로 평균치를 크게 웃돌았다. 같은 기간 인도 펀드(7.03%)와 러시아 펀드(5.18%)도 준수한 수익률을 거두며 고공행진했다.

한동안 글로벌 증시가 난기류에서 헤매던 상황에서 나온 반전이라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무역전쟁 우려가 불거진 이후 브라질과 러시아 주식시장도 급락했지만 최근에는 예상했던 것보다 피해가 크지 않다는 분석에 방향을 전환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라질은 6월 미국으로의 철강 수출이 작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고 중국에서는 브라질 콩이 미국산을 대체하는 등 무역전쟁으로 오히려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철광석, 원유 등 원자재값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호재다. 러시아와 브라질은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대표적인 국가다.

인도 증시는 강력한 내수경기가 떠받치고 있다. 인도 뭄바이증권거래소 센섹스지수는 지난 3월23일 32,483.84까지 주저앉았다가 이후 15.6% 올랐다. 지난 3일에는 37,556.16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7.7%를 기록하는 등 경기가 활황을 보이고 있다”며 “인프라와 주거 부문에 투자가 이어지면서 내수 경기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 펀드(-1.79%)는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견조한 만큼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형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베트남 GDP 증가율은 7.1%로 정부 목표치였던 6.7%를 뛰어넘는 등 제조업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고평가 논란이 벌어진 지난 4월 약 21배에 달했던 베트남 VN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이 현재 약 16배까지 내려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매력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중국 펀드는 좀 더 신중해야”

다만 신흥국 투자는 한꺼번에 많은 자금을 투자하기보다 기간을 나눠 분할 매수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밸류에이션이 낮아졌고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하락 위험은 적겠지만 글로벌 무역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분간 연속성 있는 반등도 나타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브라질은 오는 10월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어 아직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설정액 7조3000억원으로 전체 해외펀드에서 규모가 가장 큰 중국 펀드는 당분간 추세를 관망하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무역전쟁 여파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펀드는 최근 1개월간 수익률 -3.45%, 연초 이후 수익률 -8.99%로 전체 해외펀드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부터 중국 증시가 회복세를 보인 데다 증권사들이 작년 말까지 비과세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 마케팅에 힘을 쏟으면서 투자가 급증했지만 손실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린 자금이 유입되고 있지만 당분간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전문가들이 많다.

중국을 제외한 인도, 브라질, 베트남 등에 먼저 관심을 둬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1일 트럼프 미국 정부가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예고했던 10%에서 25%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되자 상하이종합지수가 다시 크게 출렁이기도 했다. 문정희 KB증권 연구원은 “무역갈등도 상당한 원인이지만 지난 몇 년간의 구조조정에 따른 하반기 중국 경기의 둔화 우려가 위안화 약세 압력을 높이고 있다”며 “중국 경상수지의 적자 전환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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