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산업이 중국에 다 따라잡혔다’는 한경의 심층 보도(6일자 A1, 4, 5면)는 한국과 중국 간 산업 기술력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2017년 산업 기술수준 조사’를 보면 바이오·인공지능(AI)·시스템반도체 등 26개 산업 분야의 기술격차가 평균 0.7년에 불과하다. 아직 한국이 반 발짝 앞섰다지만 2013년 1.1년이었던 격차가 계속 좁혀진다. 이 추세대로면 역전당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블록체인·AI·우주기술·3D프린팅·드론 등은 이미 중국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주춤거리는데 중국은 질주하는 분위기여서 이런 분야가 더 확대될까 두렵다. 산업 기술력에서 우열과 선두의 바뀜은 세계 시장에서의 판도 변화를 의미한다. 이렇게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것이 국력이고, 1등 제품이 많은 나라가 강국이다.
‘차이나 포비아’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지경인 중국 기술 약진의 힘은 무엇인가. 투자가 위축된 채 기술 혁신까지 답보 상태에 빠진 한국 기업들의 정체 원인은 무엇인가. 산업기술력은 기업 자체의 치열한 노력 외에 교육제도와 비용요소, 사회 내 분위기와 보상체계, 개방 정도 등 다양한 요인에 기인한다. 그 가운데 정책요인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우리 기업들을 둘러싼 규제입법과 간섭행정을 이런 측면에서 다시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반(反)기업 정서에 편승한 ‘대기업 때리기’는 사례를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다. 고비용 구조 또한 해묵은 족쇄다. 조세 외에 준조세까지, 유연성이라고는 없는 고용과 근로제도 등 형태도 다양하다. 행정규제만 해도 한국에서는 신산업을 해보려면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근거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 이른바 ‘포지티브 시스템’이다. 중국에서 신산업은 일단 시작이 쉽고, 정부는 지켜보다가 문제가 발생할 때 개입하는 문화다. 우리의 규제행정을 중국처럼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수없이 반복됐지만 바뀐 게 없다.

중국은 사회주의 전통이 여전히 강하지만 첨단산업 육성에 관한 한 철저한 ‘기업지원 정부’를 자임한다. ‘규제 정부’의 틀을 벗지 않고 있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글로벌 경제전쟁 시대, 국가 간 경쟁의 주역은 함대와 전투사단(師團)이 아니라 기술력으로 무장한 기업들이다. 규제 혁파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무한 경쟁에서 앞서 달리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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