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로 나선 이해찬 의원이 보수 세력을 향해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 주말 “수구 세력은 반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최저임금을 고리로 경제위기설을 조장하고 있고, 기무사는 군사쿠데타를 모의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며 위기론을 설파했다. “2020년 총선 승리를 위해 가장 필요한 건 강철 같은 단결”이라고도 했다.

당대표 후보로서 경쟁 후보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다소 거친 표현을 사용했다고 볼 수도 있다. 대중이 아니라 당원들을 상대로 대의원 대회에서 한 말이라는 점도 어느 정도 감안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 입장에 따라 해석이 첨예하게 갈리는 기무사 문건 문제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경제위기론이 마치 기득권 세력에 의해 조작된 것처럼 발언한 대목은 간과하기 어렵다. 최근 경제 상황이 심각한 위기로 치닫고 있음은 각종 지표가 웅변하고 있다. 6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설비투자는 18년 만에 처음으로 4개월 연속 감소했고 기업 체감경기는 17개월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5개월 연속 10만 명대에 그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다. 통계청 경기순환시계(5월)는 주요 10개 지표 중 9개가 둔화 또는 하강 국면을 가리킬 정도다.

그런데도 이 의원이 “수구 세력이 경제위기론을 조장하고 있다”고 한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위기의 원인인가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린다. 그렇지만 현 경제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데 이의를 다는 경제전문가는 많지 않다. 이 의원 주장이 맞다면 한국은행이나 통계청이 모두 거짓 정보를 제공해 위기론을 조장하고 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이 의원은 국무총리를 지냈고 여당 내 최다선인 원로 정치인이다.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주장해온 그로서는 자신이 구심점이 돼 최근 지지율 급락까지 겹친 당에 활기를 불어넣을 필요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사실 왜곡은 곤란하다. 그의 경제위기론에 대한 인식이 여당 전체의 인식으로 여겨질 경우 심각한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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