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사망률 낮춘 가정용 냉방
美 가구별 112~225달러 복지효과
길어지는 혹서·혹한 대비책 절실"

이석배 < 美 컬럼비아대 교수·경제학 >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한반도가 불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열대야 탓에 밤에도 에어컨 없이는 지내기 힘들 정도다. 전기료가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냉방으로 인한 효용을 생각하면 안 틀 수도 없다.

에어컨에 관한 경제학적 연구로 2016년 1월 ‘저널 오브 폴리티컬 이코노미(Journal of Political Economy)’에 실린 논문이 흥미롭다. 이 논문은 20세기 자료를 기초로 미국의 기온과 사망률 간 상관관계의 장기 추세를 분석했다. 일 평균기온이 섭씨 4~26도는 적당한 날씨, 27~31도면 더운 날씨, 32도 이상이면 매우 더운 날씨, 4도 미만이면 추운 날씨라고 하자. 20세기 미국 자료 분석에 따르면 적당한 날씨 대비 32도 이상의 매우 더운 날이 하루 늘면 월별 사망률이 0.93% 증가했다. 추운 날이 하루 늘면 사망률이 0.40% 증가했다. 매우 더운 날이나 추운 날이 늘면 사망자 수가 평균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 분석에서 흥미로운 점은 매우 더운 날씨로 인한 사망률 증가가 1960년대 이전에는 2.16%로 영향이 컸던 반면, 1960년대 이후에는 0.34%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추운 날씨가 사망률에 미친 영향은 1960년대 이전 0.54%, 1960년대 이후 0.34%로 그 감소폭이 작았다. 다시 말해 미국에서는 1960년대 이후 매우 더운 날씨로 인한 사망률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더운 날씨로 인한 사망률이 낮아진 주요 원인으로 보건진료 증가, 전력 공급, 가정용 냉방 도입 등 세 가지 혁신에 초점을 맞췄다. 보건진료는 미국 주별 1인당 의사 수를 설명 변수로 사용했다. 전력 공급은 1900년에는 미국 전체 가구의 3%에 국한됐고, 대부분이 도시지역이었는데 1930년에 이르면 68%, 1956년이 되면 99%의 가구에 전력이 공급됐다. 가구의 에어컨 보급률은 1960년 12%, 1980년 55%, 2004년 87%에 달했다. 더운 지역인 미국 남부의 전력 공급은 다른 지역에 비해 늦었지만 가정용 에어컨 도입은 상대적으로 빨랐다. 이 연구에서는 세 가지 원인 중 오직 에어컨이 사망률 감소와 연관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더운 날씨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 효과가 있는 가정용 냉방이 주요인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에어컨의 복지 개선 효과는 더운 날씨로 인한 사망률 감소폭에 생명가치(value of a statistical life)를 곱해 구할 수 있는데, 2012년 기준 연간 약 43억달러 가치가 있다고 계산됐다. 복지 개선 효과는 사망률 감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므로, 에어컨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의 전력 수요 곡선을 추정해 좀 더 포괄적인 복지 효과를 구할 수도 있다. 이 계산에 따르면 연간 50억~100억달러 상당의 소비자 잉여 증가가 있었다. 미국 가구별로 약 115~225달러의 잉여가 늘어난 셈이다.

지구 온난화 및 경제 발전에 따라 세계적으로 에어컨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다. 에어컨 수요 증가가 전력 소비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미치는 영향은 기술 발전 속도에 달려 있다. 에너지 효율의 지속적인 향상은 전력 소비 증가 추세를 둔화시키고, 새로운 냉각 기술은 에어컨의 지구 온난화에 대한 영향을 줄일 것이다.

국내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면 전력 수급 및 한국전력의 전기료 책정 문제는 지구 온난화 추세도 감안해 고려해야 할 것이다. 폭염으로 인해 생산성이 떨어지고 시민들의 쾌적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증가하는 것에 대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일하기 좋은 날이 줄어드는 추세에 대한 장기 대책도 필요하다. 폭염에 대한 대비는 가구별로 차별적 영향을 미치며, 평균 기온 상승으로 경제의 생산성이 떨어지면 소득 불평등이 악화될 우려가 크다. 더운 날씨에도 정신 바짝 차려야만 미래가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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