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규 논설위원

‘일본 IT계의 신화’인 손정의(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사장(61)은 일본 청년들이 가장 존경하는 기업가다. 맨주먹으로 30년 만에 자산 200억달러(약 22조원)의 부(富)를 일궜다. 그의 15살 아래 막내동생 손태장(손 다이조) 미슬토 회장(46)도 주목받는 벤처투자가다. 2002년 창업한 온라인 게임회사 겅호를 일본 1위로 키워 21억달러를 모았다. 싱가포르로 이주해 동남아 등 11개국 120여 개 스타트업에 약 2억달러를 투자했다. 포브스 부호 순위에서 형은 일본 2위, 동생은 14위에 올랐다.

‘재일동포 3세, 지방(남단 사가현) 출신, 맨손’이란 3중 핸디캡을 이겨낸 형제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밑바탕에 부친 손삼헌 씨가 있다. 광부의 아들이었던 아버지는 양돈, 카지노 등을 하면서도 자식 교육을 세심하게 챙겼다.

부친은 아들들에게 “배운 대로 따라가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라”고 가르쳤다. 모방은 원조를 넘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넘치도록 칭찬했다. 쉬운 쪽지시험에서 만점을 받아도 “너는 천재구나”라며 치켜세웠다. 작은 일에도 책임감을 불어넣었다.

‘기 살리기’ 교육 효과는 형제의 성공과정에 그대로 녹아 있다. 형 정의는 19세때 ‘인생 50년 계획’을 세웠다. “20대에 이름을 날리고, 30대에 1000억엔을 마련하고, 40대에 승부를 걸고, 50대에 사업을 완성하고, 60대에 다음 세대에 물려준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실행 중이다.
동생 태장도 창업할 때 가족의 돈을 빌리지 않았고, 투자할 때는 사업계획서를 안 보고 사람만 봤다. 이것이 ‘손씨 가문(孫家)의 원칙’이라고 한다. 모르는 타인을 설득해 투자를 받아야 진짜 기업가(起業家)가 되고, 사업 성패는 창업자의 열정과 아이디어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형 정의도 1999년 신생 기업이었던 중국 알리바바에 2000만달러를 투자했을 때 “무모하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한참 뒤 그 진가를 입증했다.

손정의의 경영철학은 ‘손(孫)의 제곱법칙(손×손)’으로 유명하다. 《손자병법》에서 뽑은 14자와 본인이 생각한 11자를 조합한 ‘5줄, 25자’의 성공전략이다. 그동안 고비마다 결단의 원칙으로 삼아왔다.

형제는 투자철학에서도 남다르다. 정의는 백년대계를 넘어 ‘300년 대계’를 추구한다. 태장의 투자목록에는 내전지역의 드론 배송, 우주쓰레기 처리, 여행가방 크기의 물처리 시스템 등 온갖 난제들이 들어있다. 형제는 꿈꿀 때 더 용감해지는가 보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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