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9만원에 걸맞는 고스펙…캐드·영상 프로그램 원활히 사용
힌지 디자인 채택해 분리시 태블릿으로 사용
서피스펜 활용도 높지만 S펜 사용감에 못 미쳐
노트북과 태블릿 별도 구매가 합리적 소비일수도


<옥석 가리기, '블랙리뷰어'는 전자 제품 전문 리뷰입니다. 소비자 관점을 장착한 한국경제·한경닷컴 기자들이 직접 제품을 체험하고 솔직하게 평가합니다. 제 돈내고 사려는 제품의 제 값을 매기는 게 목표입니다. 전자 관련 소비재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담지만, 때에 따라 전혀 다른 제품에도 접근합니다.- 편집자 주>

힌지(hinge) 디자인을 적용해 노트북에서 모니터 부분을 분리해 태블릿PC로 사용할 수 있다.

전지적 소비자 시점 한줄평: 디자이너, 개발자를 위한 ‘맞춤형’ 제품. 일반인에게는 태블릿PC와 가벼운 노트북 조합이 낫다.

무겁다. 제품을 처음 받았을 때 느낌이다. 15인치 모델이라지만 무게가 1.91㎏이었다. 게다가 공식 가격은 299만원. 대체 이런 제품은 누가 쓰나 싶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지난 5월 한국에 출시한 서피스북2 얘기다.

하지만 건축학과를 졸업한 친구는 이 제품이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한다. 스펙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고도 했다. 8세대 인텔 코어 i7 프로세서, 램 16GB, 256GB SSD를 탑재했다. 내장 그래픽 카드는 인텔 UHD 그래픽스 620, 외장 그래픽 카드는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60이다. 맥북 프로를 경쟁자로 삼는 제품답게 화려한 스펙을 자랑한다. 캐드나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 포토샵 등 웬만한 프로그램은 모두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다.

유튜브에서 4K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게이밍 노트북이 아님에도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2560x1600 해상도에서 사용해 봤다. 낙하하거나 차를 타고 달릴 때, 상대 플레이어와 전투할 때 끊김 없이 매끄러운 화면을 보여줬다. 다른 게임을 설치하면서 플레이할 땐 일부 끊김 현상이 나타났으나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하지만 ‘컴알못’에게 이런 스펙은 사실 큰 의미가 없었다. 평소에는 노트북이었다가, 분리하면 태블릿으로 쓸 수 있다니. 컴퓨터 한 대로 두 개의 제품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런 기능이 가능한 것은 ‘힌지(hinge)’ 디자인 덕분이다. 노트북 모니터와 키보드를 연결하는 부분이 부채처럼 접혀 있는데, 키보드에서 분리 버튼을 누르면 ‘딸깍’ 소리가 나고, 바로 모니터를 분리할 수 있다.
분리 기능 덕분에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이 가능한데 △평범한 태블릿 PC처럼 사용할 수 있는 ‘태블릿 모드’ △모니터 부분을 거꾸로 끼워서 영상을 감상하는 ‘뷰 모드’ △그대로 눕혀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스튜디오 모드’ 등이 가능하다. 제품을 오래 사용할수록 힌지 부분이 헐거워 진다는 평가도 있었으나 약 2주간 사용하면서는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처음에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태블릿을 분리했지만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제품을 분리해 들고 나갈 수 있었다.

서피스펜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서피스펜은 4096 단계의 필압을 인식한다.

태블릿 모드와 스튜디오 모드를 사용할 때는 서피스펜을 사용하는 재미가 있다. 일반 펜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만큼이나 섬세한 터치가 강점이다. 다만 갤럭시노트8 이용자로서 갤럭시S펜이 구현하는 쫀쫀한 느낌이 덜한 것은 아쉬웠다. 두 제품 모두 4096 단계의 필압을 인식한다. 서피스펜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려 여러 가지 재미있는 기능들도 탑재하고 있다. 3차원(3D) 그림판을 활용하면 내가 그린 디자인을 3D로 구현해 볼 수 있고, 혼합 현실 기능을 활용하면 서피스북 카메라가 바라보는 현실에 내가 그린 이미지를 혼합해서 볼 수 있다. 한 때 유행했던 ‘포켓몬고’와 같은 원리다.

뷰 모드를 활용하면 태블릿 PC를 받침대에 받쳐둔 듯한 효과를 줄 수 있다. 팀 프로젝트를 할 때, 혹은 영업사원이 제품을 설명할 때 굉장히 유용하게 사용할 듯한 기능이었다.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든지 서피스펜을 활용하거나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할 수 있다는 점도 유용했다.

제품에 대한 평가는 반반이다. 먼저 2018년형 맥북 프로 15인치(8세대 인텔 코어 i7 프로세서, 램 16GB, 256GB SSD, 라데온 프로 555X) 제품과 가격이 같다. 맥북 OS에 좀처럼 익숙해지지 못해 맥북을 사용하다 윈도우 기반의 노트북으로 돌아온 이용자로서 서피스북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았다. 트랙패드 역시 애플 맥북과 비슷해 직관적이고 편리하다.

노트북을 사용할 때 마우스 클릭 대신 모니터를 터치하는 방식으로 구동이 가능하다.

다만 굳이 이렇게 고해상도 제품이 필요 없는 일반인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가벼운 노트북 한 대에 태블릿PC를 따로 구매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소비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디자인 전공자가 아닌 이상에야 ‘비싼 장난감’ 같은 느낌이랄까. 3D 그림판과 같은 기능은 재미로 한 번 사용하면 그 뿐일 것 같았다. 결론을 말하자면 맥북 프로보다는 서피스북2를, 서피스북2 보다는 얇고 가벼운 일반 노트북과 태블릿 PC를 따로 사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일반 직장인 기준이며,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에겐 당연히 앞의 두 제품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만 아니라면, 고사양 노트북으로 사용하다가 태블릿PC만 떼어서 가지고 다닐 수 있다는 점이 제품의 가장 큰 혁신 포인트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영상=신세원 한경닷컴 기자 tpdnjs022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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