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덮친 한반도

역대 최악의 폭염…산업현장·농어민 피해 속출

산업단지는 '휴가 중'
기록적 폭염에 조업 일시단축
직원들 휴가기간 두 배로 늘려
공사장도 工期 빠듯한 상황서
37도 넘으면 공사 중단 지침

타들어가는 農心
과일·채소 등 화상 피해 706㏊
양식장 물고기 폐사도 잇따라
도로균열·자연발화 '기현상' 속출

< 텅 빈 아파트 공사 현장 > 폭염이 계속되면서 ‘오후 공사’를 중단하는 건설 현장이 늘고 있다. 2일 작업 일정을 일찍 마무리한 서울 마곡지구의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한 작업자가 현장을 바라보며 통화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111년 만의 최악 폭염이 산업 현장의 시계조차 멈춰 세우고 있다. 인천 경서동 경인주물공단 내 삼창주철은 올 직원들 여름 휴가기간을 6~8일로 예년보다 2배 늘렸다. 폭염으로 인한 조업단축이다. 1968년 부친이 창업한 이 업체에서 46년째 일하고 있다는 이규홍 삼창주철 대표는 “이 같은 더위는 살다가 처음”이라며 “경기도 좋지 않은데 더위가 겹쳐 이번주 내내 휴가를 줬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폭염경보 이틀 연속 발령 시 공공 발주공사 전면중단’ 등을 지시하는 지침을 2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내려보냈다. 삼성물산 GS건설 등 10대 건설업체도 37도 이상 기온이 치솟으면 공사를 중단하는 등 긴급대응에 나섰다. 농·축·수산물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도로가 깨지고 저절로 불이 붙는 등 곳곳에서 기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살인적 더위에 일손 놓는 산업 현장

경기 시흥 시화산업단지 내 건설중장비 제조업체 A사는 이번주 휴가철이 겹쳐 공장 전체의 가동을 멈췄다. 이 업체 L 사장은 “살인적인 더위에 근로자 건강이 우선”이라며 “내주 조업을 재개해도 폭염을 봐 가며 근무시간을 줄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장 내에선 기온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대낮 조업을 완전히 중단하는 특별조치도 생각 중”이라고 덧붙였다.

행안부는 폭염 시 공공기관 공사 중단을 공식화하는 ‘자치단체 계약집행 운영요령’을 마련해 전 지자체에 이날 긴급 발송했다. 홍수 태풍 등의 경우 이 같은 지침은 있었으나 폭염에 적용하는 건 처음이다. 폭염 시 공사 일시중지, 중지에 따른 계약기간 연장 및 계약금액 증액 허용, 작업시간대 야간 변경 등 ‘탄력근로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았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원내대표는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을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이날 결정했다. 이 법이 개정되면 지자체가 조성하는 재난관리기금 등을 폭염 대처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민간 건설기업도 폭염에 맞서 자체 공사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삼성물산은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37도 이상은 공사 전면 중단, 35도 이상은 45분 작업 후 15분 휴식 규정을 새로 마련했다. GS건설 역시 37도가 넘으면 사업장 별로 공사 중단을 적극 유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현대산업개발은 폭염경보 발령 시 건강 상태에 따라 고위험군과 위험군으로 나눠 고위험군은 작업중지, 위험군은 40분 작업 후 20분 휴식하도록 했다. 대림산업은 일부 공사장 근로자들의 점심시간을 1시간 연장했다.
◆농축산물 피해 눈덩이

농축산물 피해는 확산일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일까지 닭 316만 마리, 돼지 1만6000마리 등 가축 339만여 마리가 폭염으로 폐사했다. 현재 추정되는 재해보험 지급규모는 2000여 곳 농가 180억여원에 달한다. 사과 복숭아 대추 등 과수·채소는 일소(햇볕에 탐) 피해로 못 쓰게 돼 버려지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이날까지 706헥타르(ha) 규모 경작지에서 피해를 봤다. 폭염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양식장 물고기 폐사도 잇따랐다. 경북 영덕과 포항 양식장 4곳에선 7월31일~8월1일 이틀 사이에 강도다리와 광어 2000여 마리가 폐사했다. 홍천의 한 양식장에선 메기 3500마리가 폐사했다. 남해 대부분엔 적조주의보가 발령됐고, 낙동강에는 조류경보가 경계 단계로 높아졌다.

◆저절로 불붙는 현상 잇따라

도로 균열도 예삿일이 됐다. 1일 홍천 내부 중앙고속도로 춘천방면 368㎞ 지점에서 도로표면이 솟아오르면서 깨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폭염 때문에 콘크리트 포장이 팽창하면서 파손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한 교각 내 수도배관이 폭염을 못 견디고 터져 도로가 갈라지고 교각이 기울어지는 사고가 났다.

폭염으로 인한 자연발화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1일 오후 7시37분께 제천시 왕암동 한 원료의약품 제조공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이 불은 3억5000만원가량의 재산피해를 내고 2시간20분 만에 진화됐다. 소방당국은 자연발화에 무게를 두고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날 제천은 오후 2시26분 39.8도까지 치솟으며 서울 홍천 등과 마찬가지로 ‘111년 만의 최고 더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같은 날 파주시의 한 물류창고에서도 오후 5시12분께 불이 나 4억50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내고 10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김낙훈/이해성/민경진 기자 ihs@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건설부동산부 민경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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