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철 정치부 기자 bjc@hankyung.com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는 ‘서거’라는 큰 글자 아래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 장례식이 ‘국회장(葬)’으로 치러졌다. 3000여 명의 시민이 30도가 넘는 더위를 참아가며 장례식을 지켜봤다.

당초 노 전 의원 장례식은 ‘정의당장’으로 치러질 계획이었으나 문희상 국회의장이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곧바로 국회장으로 승격시켰다. 여야 지도부와 한마디 상의도 없었지만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문 의장이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았고, 299명 국회의원 전원이 장례위원으로 참석해 노 전 의원의 마지막을 지켰다.

28일 별세한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 씨의 영결식에도 정치권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부터 조국 민정수석까지 청와대의 주요 인사가 대거 영결식에 참석했다. 여권에서도 추미애 대표, 이해찬 의원 등이 조문했다.
이에 앞서 23일엔 해병대 ‘마린온’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장병들 영결식이 경북 포항 해병대1사단에서 열렸다. 김정일 대령을 비롯해 전역을 6개월 남긴 박재우 병장 등 5명의 합동 영결식은 그러나 정치권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규백 국방위원장과 김병기 국방위원이 참석한 것이 전부였다. 청와대도 마찬가지였다. 김현종 청와대 국방개혁비서관 한 명을 조문객으로 보낸 게 전부였다. 이마저도 “군 장병이 순직했는데 참 일찍도 조문객을 보냈다”는 유가족에 의해 거부당했다.

정치권이 군인들의 죽음을 소홀히 여기는 것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4월 F-15K 추락사고로 순직한 공군조종사 최모 소령(29)과 박모 대위(27)의 영결식에도 여당 의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두 순직 조종사의 유족과 공군 참모총장, 주호영 김영우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참석했을 뿐이다.

진보정치에 큰 족적을 남기고 떠난 노 전 의원과 고 박종철 열사의 부친이 민주화에 기여한 업적을 평가 절하하려는 게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유명을 달리한 장병들의 죽음도 결코 그 무게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정부·여당이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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