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카드회사 아메리칸익스프레스가 10년 이상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환율을 조작해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외환 부서는 2004년부터 올해 초까지 중소기업들에 해외 송금 등에 필요한 카드를 발급한 뒤 고객사에 알리지 않고 환전 시 적용되는 환율을 올렸다. 중소기업 카드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신용카드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WSJ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올해 초에도 중소기업을 위한 일류 자본 공급자가 되겠다고 말한 바 있다”고 회사의 행태를 꼬집었다.

외환 사업은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수익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사업이지만 중소기업에 제공되는 중요한 서비스 중 하나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핵심 성장 분야인 외환 사업의 주도권을 잡고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과 차별화하기 위해 소비자와 중소기업에 카드 혜택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번 가입한 고객은 평균 3년 정도 회사와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급 중심의 회사 문화가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됐다는 게 회사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해당 부서 직원들은 마진과 거래량 등 월별 매출 목표에 따라 성과급을 받는다.
이전에 근무했던 직원들은 영업 실적을 늘리기 위해 고객사에 약정의 세부사항에 대해 정확하게 고지하지 않고 이메일에 가격 조건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부 영업사원들은 해당 부서의 교육 프로그램에서 이같은 방법을 쓸 것을 권장받았다고 말했다.

대기업보다 환율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기 힘든 중소기업이 타깃이 됐다. 고객사가 환율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기 위해서는 시장 환율과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환율을 실시간으로 비교해야 한다. 몇몇 고객사들이 환율 변화에 대한 질문을 하면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기술적인 문제”라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측은 “외환 고객과 계약할 때 가격을 책정하지 않는다”며 “회사의 환율 접근법은 공정하며, 시장에서 매우 경쟁력 있는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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