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발명가, 노벨상 받아야"

한 세기 넘게 거슬러 올라가야 종전 최고 기록을 찾을 수 있는 더위의 공습에 시민들은 일단 에어컨을 찾았다.

주말 뒤 맞는 월요일이지만, 무더위로 잠을 설친 이들은 피곤함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앞으로 전기세 걱정은 당분간 미뤄야겠다"고 23일 다짐했다.

강남구에 사는 직장인 윤 모(33) 씨는 밤새도록 푹푹 찌는 무더위에 잠들었다가 깨기를 반복했다면서 "이렇게 피곤한 월요일은 처음인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붙박이형 에어컨이 있지만, 원래는 에어컨을 틀어놓고 자면 감기에 걸릴까 봐 선풍기만 틀고 잔다는 그는 "어젯밤에는 너무 더워서 새벽 4시쯤 깼다가 에어컨을 틀었다"며 "서너 차례 깬 탓에 출근하는 버스에서 계속 졸았다"고 말했다.

매사 절약이 몸에 밴 가정주부 장 모(58·여) 씨는 '찜통' 같은 열대야에 에어컨에는 관대해졌다.

장씨는 최근 며칠간 밤마다 거실에 있는 에어컨을 켜고 잠을 청하고 있다.

장 씨는 "에어컨 없이는 너무 더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며 "연일 덥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데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실내온도를 24도까지 내린 다음에야 에어컨을 끈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대학생 박 모(26·여) 씨는 "어제 너무 더웠는데 내 방에는 에어컨이 없다"면서 "새벽 1시쯤 깨서 거실 에어컨을 틀고 소파에서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아빠도 거실 바닥에 나와서 자고 있더라"며 웃었다.

에어컨을 처음 발명한 윌리스 캐리어(1876∼1950)에게 무한한 찬사를 보내는 이도 있었다.

혼자 자취하는 이 모(30·여) 씨는 "에어컨을 개발한 사람에게는 노벨평화상을 줘야 한다.
밖에 나가면 짜증이 막 솟구치다가 집에서 에어컨 켜고 있으면 평온해진다"며 "전기세 걱정은 여름 끝나고 하겠다.

당장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이야기했다.

어차피 전기세로 나갈 돈을 모아 시원한 호텔에서 쾌적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직장인 김 모(31·여) 씨는 "오늘까지 휴가여서 어제 시내 고급 호텔에서 '호캉스'(호텔 바캉스)를 즐겼다"면서 "에어컨을 '빵빵' 하게 틀어놓고 사각거리는 이불 덮고 있으니 천국 같았는데, 호텔 밖으로 나오는 순간 지옥 같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여의치 않은 이들은 선풍기에 의지해 사투를 벌였다.

직장인 조 모(32) 씨는 "전기세 때문에 에어컨을 마음대로 켜지 못하다 보니 밤에 잠을 설치기 일쑤"라며 "살면서 밤에 더워서 잠이 깨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요즘엔 회사에 출근해도 잠을 못 자서인지 언제나 피곤하다"고 말했다.

에어컨 없이 여름나기에 도전한다는 정 모(27) 씨는 "찬물로 샤워하고 곧바로 선풍기를 틀지만, 소용이 없다"며 "기온을 보면 이게 정말 최저기온인지 믿을 수 없을 정도다.

그나마 출근 시간이 늦은 직장에 다녀서 버틸 수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기상청에 따르면 절기상 1년 중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인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현대적인 기상관측 시스템이 도입된 이래 111년 만에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오전 6시 45분 강릉 기온이 31.0도로, 이는 1907년 이래 전국적으로 역대 가장 높은 최저기온으로 기록됐다.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29.2도로 서울에서 관측된 것 중 가장 높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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