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스마트 도시 핵심 '에너지 자립'
中 베이징 칭화대의 태양광 빌딩
외벽에 190개 태양광 패널 붙여
건물의 전기 70%를 자체 생산

日 도쿄, 온실가스 제로타운 개발

미래 스마트 도시를 그린 상상도. 건물에 설치된 태양광 전지와 연료전지가 전기를 생산하고 스마트 그리드를 통해 전기 생산과 사용자 간에 균형을 유지한다.

중국 베이징 칭화대에 건설된 SIEEB 빌딩은 세계에서도 손꼽는 아름다운 태양광 건물로 불린다. 건물 벽에 붙어 있는 190개에 이르는 태양광 패널은 건물에서 쓰는 전기의 70%를 자체 생산한다. 이런 태양광 건물은 벽이나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붙이는 방식이다. 최근 우아한 곡면을 강조하는 건물이 늘고 있지만 곡면 태양광 패널은 아직 초기 개발 단계에 머문다. 일본 요코하마 가나가와구에 31층 높이로 들어선 다이아빌딩은 일본에서 가장 큰 규모의 태양광발전 패널이 붙어 있다. 외벽 창에 촘촘히 붙어 있는 태양광 패널은 건물에 쏟아지는 직사광선을 막고 햇빛을 전기로 바꾼다.

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BIPV)은 최근 각국에서 추진하는 스마트 도시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도시의 부족한 공간 문제를 고려하면서 도시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할 대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후기술전략센터도 BIPV 기술을 한국의 미래 스마트 시티의 핵심 기술로 보고 있다.

◆일반 건물을 태양광발전소로 변신

BIPV는 아직 국내에선 낯선 개념이다. 하지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따르면 매년 건물일체형 태양전지 시장은 20% 넘는 고성장을 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가 사용됐지만 불투명한 특성 때문에 디자인이 강조되는 현대 건축물 창호에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 프린팅 기술과 광결정 원리를 이용한 신기술이 적용되면서 전기를 많이 생산하고 건물 외관으로 사용하는 데 손색없는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다.

한편에선 구불구불한 곡면 형태 건물 벽을 거대한 태양광발전소로 바꿔주는 고성능 플렉서블 태양광 패널 핵심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가시광 영역의 빛을 높은 효율로 흡수하고, 전하 이동도가 우수하며 제조비가 싸 학계뿐 아니라 산업계에서 주목받는 소재다. 국내 연구진은 이미 태양광을 전기로 바꿔주는 광전효율 20%를 훌쩍 넘겼다.

이 밖에도 에너지를 스스로 해결하고 친환경적인 스마트 도시를 구현하려면 확보해야 할 기술이 많다. 지난 18~20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기후기술대전’에서는 에너지를 자급하는, 한층 똑똑해진 스마트 도시 시대를 열 핵심 기후 기술이 대거 소개됐다. 수소 연료전지를 이용해 냉난방을 동시에 제공하는 삼중열병합 연료전지 발전 기술은 그중 하나다. 재생에너지를 저장할 이차전지 기술과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 여러 대의 전기자동차(EV)를 동시에 충전하는 충전시스템도 에너지 자립 커뮤니티의 확산을 가속화하는 기술로 꼽힌다.

◆스마트 도시 핵심은 에너지 자립화

각국은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인프라를 바탕으로 삶의 질을 높인 스마트 도시 건설에 집중하고 있다. 스페인 IESE 경영대학원은 매년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삶의 질이 높고 스마트 기술이 잘 도입된 10대 도시를 선정하고 있다. 이달 초 발표된 결과에서는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가 각각 1~5위를 차지했다. 싱가포르가 6위, 한국은 7위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의 기술전문매체 와이어리스디자인디벨럽먼트는 지능화된 사회 시스템과 더불어 대부분 스마트 도시가 주요 기후기술인 에너지 절감 기술과 재생에너지를 공통적으로 도입하고 있다고 꼽았다. 10위를 차지한 암스테르담만 해도 재생에너지가 생산한 전기로 운행하는 쓰레기 수거용 전기트럭, 태양광으로 작동하는 버스정류장, 단열 기술을 도입한 건물 지붕, 초절전형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자동점멸이 가능한 조명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도쿄는 첨단 기술을 가장 실용적으로 도입하는 사례로 손꼽힌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2011년부터 일본 파나소닉과 도쿄 가스, 액센츄어는 태양광을 포함한 재생에너지로 가동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혀 없는 교외용 ‘스마트 타운’을 개발했다. 태양광과 ESS, 고효율 가전제품은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에 연결했다.

한국도 신(新)기후체제에 돌입하면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예상치(BAU) 대비 37%를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태양전지와 수소·연료전지 등 재생에너지로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자립형 스마트 도시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세종과 부산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 기본 구상에서도 에너지 자립 기술이 대거 소개됐다. 이들 스마트시티 모델도 에너지 자립을 중점 모델로 삼고 있다.

세종 스마트시티는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맞춰 에너지 자립을 추진하기 위해 마이크로그리드(소규모 지역에서 전력을 자급자족할 수 있게 돕는 전력망), 외부 전기 공급이 필요없는 제로에너지 빌딩, 자가치유 콘크리트, 자가진단 건물 등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기후기술 돈 되고 일자리 늘린다.

이미 일부 기술은 실제 시장에 적용돼 성과를 내고 있다. 선양국 한양대 교수가 LG화학과 함께 개발한 전기차용 고효율 배터리는 기아자동차 전기차 니로에 적용됐다. 이 기술은 높은 에너지 밀도와 우수한 안전성이 유지되기 때문에 사용한 지 10년이 지나도 초기 용량의 84%를 유지한다. 장용근 KAIST 교수와 노루페인트는 바다나 강에 사는 조류에서 건물이나 제품 개발에 들어가는 친환경 바이오 아크릴 원료를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롯데케미칼은 도심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생분해성 비닐을 이산화탄소로 만드는 방법을, KNR은 도시의 정수장 등에서 녹조 오염을 관리하는 기술을 개발해 시험 적용하고 있다.

기후 기술은 미래 도시의 일자리 창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환경 전문 매체 그린테크미디어와 그린버즈 등은 미래를 이끌 녹색 분야 직종 중에서 도시와 기업의 에너지 소비를 관리하는 지속가능책임자를 가장 유망한 직종으로 뽑았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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