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노조, 5년 연속 파업…하루 83억씩 '손실'

공장 앞에 천막·바리케이드
法 어겨가며 조업 막아

해양플랜트 적자 눈덩이
44개월째 수주 '제로'

평균연봉 6200만원 넘는데
"호황기 때만큼 임금 올려라"

< 현대重 노조의 오토바이 경적 시위 >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이 전면파업 이틀째인 지난 20일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경적을 울리는 시위를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노조 제공

일감 부족으로 다음달 해양플랜트 공장 가동 중단을 앞둔 현대중공업이 세 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최악의 경영위기에도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을 벌이고 있는 이 회사 노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2분기에 연결 기준으로 175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23일 발표했다. 지난해 4분기(-3941억원)와 올 1분기(-1238억원)에 이어 세 분기 연속 적자다. ‘수주절벽’ 탓에 일감은 줄어든 반면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은 커졌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19~24일)에 따른 매출 손실은 334억원(평일 기준 하루평균 83억5000만원)에 달한다. 배를 발주한 선주와 약속한 인도일을 맞추지 못하면 하루 10억원의 지체보상금을 물어야 하는 만큼 피해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회사 측은 우려하고 있다.

◆수주 부진에 ‘적자 눈덩이’

현대중공업의 경영 여건은 안팎에서 ‘비상벨이 울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 1기당 가격이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웃돌아 미래 먹거리로 꼽히던 원유 및 가스 생산·시추 설비인 해양플랜트가 저유가로 발주가 뚝 끊긴 탓이다.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사업 부진 여파로 2014년(-1조9232억원)과 2015년(-1조6763억원) 대규모 적자를 낸 이후 지금까지도 실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해양플랜트는 2014년 1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따낸 나스르 플랜트(원유 시추 설비)를 끝으로 44개월째 수주 실적이 없다. 이달 말 나스르 플랜트마저 인도하고 나면 일감이 완전히 사라진다. 해양플랜트 부문 정규직 근로자 2600여 명과 협력업체 근로자 3000여 명 등 5600명가량이 일손을 놓아야 할 처지다.

조선 부문도 일감이 말랐다. 2014년 말 145척에 달했던 선박 수주 잔량(남은 일감)은 지난달 말 94척까지 줄었다. 이 여파로 정규직 근로자 880여 명이 휴직 중이다. 전체 11개 도크(배를 만드는 작업장) 가운데 3개(군산조선소·울산 4, 5도크)가 가동 중단됐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지난달 담화문을 통해 “지금 우리의 고정비로는 발주 물량이 나와도 수주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최악 위기에 임금 더 달라는 노조

회사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지만 노조는 ‘딴 세상’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통해 △기본급 7만3737원(호봉 승급분 제외) 인상 △성과급 최소 250% 보장 △자기계발비(월 15만원) 지급 등을 요구했다. 노조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면 임금 인상분이 연 792만원에 달한다. 2000년대 후반 조선업이 최고 호황을 누릴 때와 비슷한 수준의 임금 인상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 19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간 뒤 공장 앞 도로를 따라 천막 14개를 설치했다. 조합 차량과 오토바이, 철골 구조물 등으로 바리케이드까지 쳤다. 블록 등 주요 기자재의 반출을 막아 조업을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일부 노조 간부는 정상 근무에 나선 현장 관리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쟁의행위는 생산 등 주요 업무 관련 시설을 점거하는 형태로 할 수 없다’는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2조 제1항)을 위반한 불법 행위다.

노조는 세를 불리기 위해 조합원 자동 탈퇴 권한을 ‘과장급 이상’에서 ‘부장급 이상’으로 바꾸는 내용의 단체협약 개정안도 들고 나왔다. 여기에 현대중공업 정규직 노조와 하도급업체(비정규직) 노조를 합치는 ‘1사 1노조’ 안을 통과시키고 하도급업체 근로자에게도 정규직처럼 자녀 학자금과 성과급을 지급하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의 경영 위기가 시작된 2014년 이후 올해까지 5년 연속 파업을 벌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호황기 때보다는 줄었지만 지난해 현대중공업 직원 평균 연봉은 6260만원에 달했다”며 “노조의 파업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이 싸늘하다”고 지적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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