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편의점 창업

상반기 신규 출점 '반토막'

"계약기간 5년인데…인건비 급증 감당 못해"
'빅3' 하루 상담 150여건 → 10~20여건 '추락'
"출점 줄어 알바 일자리 3000~4000개 날아가"

지난 14일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인상된 시간당 8350원으로 확정된 이후 편의점 본사에 가맹문의 전화가 뚝 끊기고 신규 계약 포기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편의점 주인이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대형 편의점 A사에서 신규 점포 개발을 담당하는 한 직원은 지난 16일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광주광역시의 한 상가 내 점포를 임차해 편의점을 내기로 하고 지난 6월 프랜차이즈 계약서까지 쓴 ‘예비 점주’가 계약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계약금도 입금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최저임금 인상으로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 같다”며 “한 번 계약하면 5년간 편의점을 운영해야 하는데, 상황을 더 지켜봐야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된 이후 비교적 쉽게 창업할 수 있는 대표적 업종인 편의점 창업 시장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CU, GS25, 세븐일레븐 등 대형 편의점 본사엔 계약 포기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월 300만원의 상당한 수익이 예상되는 서울의 한 점포 예비주인도 편의점을 내지 않겠다고 할 정도”라고 전했다.

◆등 돌리는 예비창업자들

신규 출점 포기보다 더 심각한 것은 상담 건수 급감이다.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된 14일 이후 하루 평균 상담 건수는 10분의 1로 줄었다.

CU, GS24, 세븐일레븐 등 ‘빅3’ 편의점 본사는 80~100명씩 점포개발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 지난 5~6월만 해도 회사별로 하루 평균 100~120건의 전화 및 대면 상담이 이뤄졌다. B사 관계자는 “개발담당 100여 명이 하루 평균 1~2건씩 150여 건의 상담을 했는데, 최근엔 하루 통틀어 10~20건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하반기엔 신규 출점 ‘절벽’ 현상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편의점은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4000만~5000만원 정도의 자금만 있으면 창업할 수 있는 업종으로 통했다. 본사가 물류 배송 판매 등과 관련한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춰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아르바이트(알바) 인건비 부담 증가를 우려한 예비 창업자들이 편의점 창업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바 일자리에도 ‘한파’
편의점 신규 출점 급감은 알바 일자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편의점 한 곳이 새로 생기면 점주는 보통 3~4명의 알바를 고용한다. 주중엔 점주와 알바 2명이, 주말엔 또 다른 알바 2명이 교대로 근무하는 곳이 많다.

업계에선 출점 수가 반토막난 올해 상반기 3000~4000개의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생겨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들어 2016년보다 16.4% 오른 7530원의 최저임금이 적용되면서 빅3 편의점의 순증 점포 수가 1007개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순증 점포 수(2378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수치다.

편의점협회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이 적정하게 이뤄졌다면 올 상반기 약 1000개의 점포를 더 늘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3000~4000개의 알바 일자리 창출 기회를 날린 셈”이라고 말했다.

◆“24시간 영업 안 한다” 늘어

편의점의 강점 가운데 하나는 24시간 영업이었다. 그동안 점주들이 인건비를 충당할 정도의 매출이 나오면 다소 힘들어도 점포 문을 좀처럼 닫지 않았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야간에 쉬지 않고 영업해도 알바 인건비조차 건지기 어려운 점포가 증가하고 있다.

다른 편의점에 비해 공격적으로 확장 중인 이마트24가 올해 상반기 출점한 691개 점포 중 24시간 영업을 하겠다는 계약을 맺은 점포는 9.7%(67개)에 불과했다. 지난해 상반기 출점한 점포 중 24시간 영업 계약을 체결한 비중(19.0%)의 절반 정도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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