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외국인 범죄 중 사실상 1위
사고나면 뺑소니 우려 크고 붙잡혀도 출국하면 끝
피해자는 보상도 못 받아

인터넷·SNS 통해 쉽게 구입
거주확인서·등록증만 있으면 중고차업체서 살 수 있어

대포차 수법 갈수록 진화
폐차 직전의 차량에서
등록서류·번호판 빼돌려 같은 모델의 대포차에 사용

지난 3월 말 대구 달서구에서 러시아 국적의 외국인 A씨(24)가 차량 두 대를 연달아 들이받고 도주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관광을 목적으로 입국한 지 두 달이 지나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다. A씨는 일용직을 전전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 러시아인 판매자로부터 60만원에 차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법적으로 명의 이전이 안 된 ‘대포차’였다. 경찰은 A씨를 출입국관리사무소로 넘겨 강제 출국 조치했으나 정작 사고 피해자들은 단 한 푼의 보상도 받지 못했다.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던 데다가 러시아인 판매자 역시 한국을 떠난 뒤였기 때문이다. ‘도로 위 흉기’로 불리는 대포차가 최근 불법체류자와 무면허 외국인들 사이에서 대거 유통되며 시민의 교통 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외국인 범죄 중 ‘대포차 범죄’ 사실상 1위

경찰청이 지난 3~6월 100일간 진행한 외국인 범죄 집중 단속에서 검거된 868명의 범죄 유형 중 단순 불법 출입국(49%)을 제외하면 ‘대포물건’(18.8%)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명의 이전이 되지 않거나 말소된 차량을 외국인이 무면허·무보험 상태로 운행하는 대포차 사례가 가장 많았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대포차는 소유자와 실제 운전자가 다른 차량을 뜻한다. 이 때문에 교통법규를 위반해도 범칙금을 제대로 물릴 수 없다. 물리더라도 체납이 잦다. 도난 차량이 대포차로 둔갑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차량 담보를 전문으로 하는 불법 대출 업체를 통해 시중에 유통된다. 이들 업체가 급전, 도박자금 등 명목으로 차량 소유주에게 돈을 빌려준 뒤 상환 기일이 넘어가면 담보물인 차량을 대포차 알선 업체에 넘긴다.

그동안 조폭 등 범죄자들이 대포차를 주로 사용했지만 최근 들어 외국인 불법체류자들까지 가세하면서 시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대포차는 인터넷과 SNS를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다. 포털이나 SNS에서 ‘ㄷㅍㅊ(대포차)’ ‘ㅈㅈㅊ(작전차)’ 등을 검색하면 알선 업자의 연락처까지 나온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문의 글이 쏟아진다. “작차(작전차) 타도 안 걸리나요?”라고 묻는 질문에 업자들은 “번호판까지 붙여주기 때문에 절대 안 걸린다”며 구매를 권유한다. 외국인 커뮤니티에서는 곧 출국하는 불법체류자가 같은 국적의 다른 불법체류자에게 차를 넘기기도 한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은 신고 및 검거 건수를 통해 약 100만 대의 대포차가 시중에 유통 중인 것으로 추정했다.

사고 나면 강제 출국… 뺑소니 위험도 커

외국인 불법체류자가 운전하는 대포차는 사고 시 뺑소니 위험도 크다. 사고가 나면 경찰은 이들을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인계한다.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해 90% 이상이 본국으로 강제 출국된다. 강제 출국을 피하기 위해 범죄의 경중과 상관없이 도주부터 한다는 것이다.
경찰 추적으로 가해자가 붙잡혀도 사고를 당한 피해자는 보상받을 길이 막막하다. 대부분 자가보험이나 사재를 털어 치료비와 차량 수리비를 감당해야 한다. 인천 부평의 한 교통범죄 수사관은 “일부 불법체류자는 ‘사고가 나도 출국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런 죄책감 없이 곡예 운전을 일삼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이들 불법체류자는 당연히 운전면허도 없다. 한 중고차 판매상은 “애초에 불법체류자가 대포차를 사는 이유는 가격 문제도 있지만 면허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불법체류자들은 신분 특성상 한국에서 면허를 취득할 수 없고 자국 면허도 인정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대포차를 취급하는 일부 오프라인 중고차 업체는 거주 사실 확인서와 외국인 등록증만으로 현금을 받고 차를 넘긴다. 온라인에서 대포차를 거래하는 외국인들끼리는 차량 실물과 현금 외에 아무것도 확인하지 않는다.

대포차를 타는 불법체류자가 늘면서 경찰의 대포차 유통 조직 단속에도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불법체류자 A씨 사고를 수사하던 대구지방경찰청은 “대포차 입수 경위를 추적해 유통 조직을 일망타진하려고 했지만 SNS로 A씨에게 차를 넘긴 판매상이 출국한 뒤라 수사를 더 이상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진화하는 대포차 수법… 단속도 쉽지 않아

대포차 유통업자들 수법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 원래 대포차 브로커들은 폐차장 등에서 훔친 번호판을 비슷한 모델의 도난 차량에 붙여 일명 ‘쌍둥이차’를 만들어 팔았다. 신호 위반이나 음주 단속, 검문 등에 걸리면 곧바로 들통이 났다. 하지만 최근엔 보험사나 자동차 리스 회사가 경매로 내놓은 폐차 직전의 차량을 헐값에 사들인 뒤 등록서류와 번호판을 빼돌려 같은 모델의 도난 차량 등에 붙이는 일명 ‘작전차’ 수법이 활개를 치고 있다. 서류상으로는 반파됐거나 완파된 차량을 수리해 타고 나가는 셈이어서 대포차 여부를 가리기 어렵다.

관련 법망에도 구멍이 적지 않다. 현행법상 보험에 미가입된 차량이라도 ‘운행 중’일 때만 불법 행위로 간주해 단속할 수 있다. 차량 소유주가 타고 다니지도 않는 차량에 대해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행위를 범죄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포차라는 의심이 들어도 움직이는 순간이 아니면 경찰이 체포할 수 없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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