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재테크 리포트 <1부> 길 잃은 중산층 재테크
(5) '복리 매직' 못누리는 한국인

30대 자산 중 주식·펀드는 2%뿐
가상화폐·갭투자가 더 인기

투자기간 길수록 손실 위험 줄고
1년 vs 10년 펀드수익률 차이 커

美선 퇴직연금 절반 펀드로 운용
"금융 문맹국 韓, 은퇴준비 부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은퇴 이후 적정한 생활을 유지하려면 월 237만원(신한은행 은퇴준비 가이드북)은 있어야 한다. 65세부터 85세까지 20년간 쓴다고 가정하면 5억6880만원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에 20년간 돈을 부은 사람이 받는 연금액(월평균 88만원)을 감안하더라도 3억5700만원은 스스로 준비해둬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목돈을 마련해두고 있는 중산층은 극소수다. 대부분 아파트 같은 부동산에 자금이 묶여 있다. 은퇴를 코앞에 두고 뒤늦게 준비에 나서 3억원대 자금을 마련하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회초년생 시절부터 미리 준비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젊은 세대는 부동산 ‘갭 투자’나 가상화폐 같은 투기성 강한 투자에 빠져 있다. 상당수가 금융상품 자체에 관심이 없다.

‘복리 문맹’ 30대

젊을수록 ‘적극적인 투자성향’을 갖고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펀드나 주식에 관심이 많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한국경제신문과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정기적으로 저축이나 투자를 하는 30대 응답자의 42.9%는 ‘실적배당형 상품에 10% 미만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답했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해보면 30대의 총자산 중 실적배당 금융상품 비중은 2.2%에 불과했다. 세대별로 비교했을 때 가장 적다. 반면 실물자산 비중은 82%로 가장 높다. 기본적으로 여윳돈이 없고, 재테크를 하더라도 오피스텔이나 상가 같은 부동산에 빚을 내 투자하는 사례가 많다. 단기간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으로 30대 자금이 쏠리는 경향이 뚜렷하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사장은 “한국만큼 금융 문맹률이 높은 나라는 없다”며 “일찌감치 투자를 시작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불려가지 않는다면 노후가 닥쳤을 땐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재테크의 기본 원리는 일찍 준비해야 돈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젊을수록 노후를 준비할 기회가 많다는 건 자명하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고금리 시대를 거친 부모 세대와 달리 돈이 돈을 버는 ‘복리 효과’를 경험해본 적이 없다.

투자로 얻은 수익을 원금에 재투자하는 복리 효과는 돈이 돈을 벌고, 시간이 돈을 벌게 한다.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 20년 이상 장기 투자할 경우 연평균 7.6%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연 7%의 수익을 내는 포트폴리오에 한 달에 50만원씩 30년간 투자하면 6억1000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 10년을 투자할 때(9000만원), 20년을 투자할 때(2억6000만원)에 비해 효과가 크다.

“장기투자할수록 수익률 극대”

복리 효과를 증명할 수 있는 펀드는 많다. 대표적인 펀드가 신영자산운용의 ‘신영 밸류 고배당 펀드’다. 이 펀드가 운용을 시작한 2003년 말부터 2017년 말까지 14년 동안 어느 한 시점에 각각 1년부터 10년까지 투자했을 때의 수익률을 보면 장기투자의 성과를 알 수 있다. 이 기간 10년 투자한 투자자는 평균 211% 수익을 얻었다. 최저 수익률은 112%, 최대 수익률은 440%에 이른다. 30년 이상 장기투자하면 수익률은 훨씬 커진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은 “펀드 투자로 돈을 벌려고 할 때 평범한 진리는 좋은 펀드들을 골라서 장기투자하는 것”이라며 “장기투자할수록 손실 위험이 줄고 수익 기회는 커진다”고 말했다.

미국 직장인은 퇴직연금을 통해 일찌감치 펀드에 투자하면서 노후 대비를 하고 있다. 미국투신협회에 따르면 401K를 비롯한 미국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적립금 7조7000억달러의 57%가 펀드로 운용되고 있다. 펀드에 투자하는 게 단기적 리스크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수익이 높다는 인식이 자리잡으며 1990년대 중반부터 예금이나 보험보다는 펀드에 투자하는 비중이 꾸준히 높아졌다. 미국 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 자산의 47%, 주식형 펀드 자산의 61%가 DC형 퇴직연금에서 유입된 금액이다. 퇴직연금의 펀드 투자가 늘면서 미국 35세 미만 청년의 펀드 보유율은 35%에 달한다.

존 리 사장은 “주식이나 펀드 투자는 위험하다고만 생각하고 투자를 기피하는 문화가 한국의 노후 대비 수준을 세계 최하위로 떨어뜨렸다”며 “어릴 때부터 돈과 투자의 중요성을 교육하고 실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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