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자급률 10% 밑돌아
네티즌들 "기술 강국은 허상"
중국 대기업의 기술 수준이 과대 포장됐다는 지적이 중국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9일 중국 정부가 주요 대기업 기술력을 점검한 결과 핵심 부품의 대부분을 외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30대 기업의 130개 핵심 부품 및 소재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컴퓨터와 중앙처리장치(CPU), 서버용 CPU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의 95%를 수입을 통해 조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대기업은 또 로봇과 로켓, 대형 항공기, 자동차 등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생산라인에서 필요한 첨단 부품의 95%를 해외 업체로부터 공급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핵심 소재의 3분의 1가량은 중국 내에서 구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업정보화부는 조사 대상 품목을 자세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 같은 내용은 중국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비판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중국인들은 머지않아 첨단 기술 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가 허상에 가까운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중국 관영 CCTV와 중국영화유한공사는 지난 3월 ‘어메이징 차이나’라는 제목의 90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 등을 통해 중국의 기술 발전 상황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2016년 구이저우성 핑탕현에 설치된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 ‘톈옌(天眼)’과 해상탐사 플랫폼 ‘란징() 2호’ 등을 보여주며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상을 과시했다. 하지만 중국의 세계적인 통신장비 제조업체 ZTE가 지난 4월 미국 정부 규제로 생존까지 위협받자 기술 자립 수준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ZTE만 해도 핵심 부품의 3분의 1 정도를 미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10%에 못 미친다. 반도체산업의 큰 틀은 갖추고 있지만 핵심 제품의 설계와 제조, 생산능력은 한참 뒤처진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세계 상위 10개 반도체 메이커 가운데 중국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중국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보이는 웨이퍼 제조에서도 중신국제가 세계 5위 수준이지만 매출 규모에선 세계 1위인 대만 TSMC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신궈빈 공업정보화부 차관은 지난주 베이징에서 열린 포럼에서 “관영 언론이 부풀리고 있지만 중국은 아직 글로벌 첨단 산업 공급망의 최하위에 있다”며 “중국 기술력은 선진국에 비해 10년가량 뒤처져 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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