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드문 재규어식 경량 스포츠카

재규어 역사 가운데 1960년대를 장식한 E-타입은 세계적으로 빼놓을 수 없는 명차로 꼽힌다. 당시 재규어 수석 디자이너인 말콤 세이어가 빚어낸 곡선 중심의 우아한 외관과 고성능은 지금의 재규어 디자인에 영향을 미칠 만큼 독보적이고 강한 브랜드의 상징이었다.

이후 재규어는 이안 칼럼 체제의 디자인과 다운사이징 동력계인 인제니움을 적용하면서 큰 변화를 맞았다. 오래 전 E-타입을 계승한 F-타입도 마찬가지다. 과거 영광을 되살리자는 취지에서 개발된 스포츠카인 데다 재규어의 이미지 리더로서 가치가 높았지만 흐름은 피할 수 없었다. 50년 전에 영감을 얻은 디자인과 최신 파워트레인으로 이뤄진 F-타입 P300을 만나봤다.



▲스타일&상품성
F-타입은 재규어가 2011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선보인 C-X16 컨셉트 내외관을 그대로 가져왔다. 재규어의 정체성과 과거 E-타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낮고 넓은 자태는 잘 달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전면부는 'J'자 형태의 LED 주간주행등과 원형 프로젝션 램프를 포함한 헤드라이트, 사각형에 가까운 타원형 그릴, 그리고 후드 중앙을 따라 길게 뻗은 선으로 개성을 나타냈다.

측면은 F-타입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단서다. 롱 노즈 숏 데크의 전형적인 후륜구동 자세를 기반으로 완만한 실루엣을 갖췄다. 주간주행등을 타고 시작된 곡선은 A필러 아래를 지나 뒤로 갈수록 늘어져 클래식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와 함께 B필러 아래쯤에서 시작한 곡선은 리어 펜더를 부풀리면서 트렁크 리드로 향해 역동적인 볼륨을 만든다. 우아함과 성능을 버무린 선들은 E-타입에서 이어져온 해리티지 중 일부다. 여기에 필요할 때에만 튀어나오는 도어 핸들을 마련해 첨단의 분위기를 더했다.

패스트백 스타일로 꾸민 후면부는 트렁크 리드를 급히 깎아내렸다. 그 아래엔 날카로운 눈매를 연상케 하는 재규어 특유의 테일램프를 넣었다. 속도에 따라 오르내리는 가변식 리어 스포일러는 룸 미러를 통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실내에 마련된 버튼을 통해 임의로 조작할 수도 있다. 범퍼 아래는 머플러를 가운데로 모으고 후진등과 반사등을 마련해 허전함을 달랬다.











창틀 없는 도어를 열면 2명이 탈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 나온다. 바느질 마감으로 처리한 대시보드는 운전석과 그 기능을 중심으로 연출해 직관적이다. 스티어링 휠은 상위 트림의 'D컷' 모양이 아니지만 직경이 작은 편이라 잡기 편하다. 계기판 숫자들은 큼지막하게 표시해 가시성이 좋다. 센터페시아의 송풍구는 바람을 일으킬 때만 솟아 오르며 AVN과 에어컨을 각각 터치스크린 기반의 인컨트롤 터치 프로 인포테인먼트와 다이얼로 조작할 수 있어 편하다.
다양한 방향과 형태로 조절이 가능한 버킷 시트는 몸을 적당히 감싼다. 시트 포지션은 상당히 낮은 데다 후드가 길어 스포츠카에 오른 느낌을 제대로 전달한다. 좌석 등받이를 뒤로 젖히는 각도는 비교적 낮은 편이다. 트렁크 용량은 358ℓ이지만 비상용 타이어가 들어있어 짐을 싣는 데에 한계가 있다.










▲성능
E-타입의 유산 중 하나인 보닛은 일반 승용차와 반대방향으로, 그것도 크게 열린다. 그 아래엔 고성능, 고효율을 지향하는 재규어랜드로버의 4기통 2.0ℓ 가솔린 터보 인제니움 엔진이 자리한다. 엔진 배기량이 줄었다고 얕봤다간 가속 시 뒤통수를 시트 머리받이에 부딪힐 수 있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순간적으로 차를 밀어내는 힘이 생각보다 강해서다.

엔진은 최고 296마력, 최대 40.8㎏·m의 토크를 발휘할 수 있으며 0→100㎞/h 가속 시간은 5.7초다. 엄청나진 않지만 스포츠카 범주에 넣기는 충분하다. 트윈스크롤 방식을 채택해 터보랙은 거의 전해지지 않으며 팝콘을 튀기는 듯한 배기음은 가속을 부추긴다. 변속기는 ZF 8단 자동을 조합했다. 촘촘한 기어비와 빠른 직결감을 갖춰 가속도와 효율을 높인다. 스티어링 휠에 부착된 패들시프터로 수동 변속도 가능하다. 인증 받은 연료효율은 ℓ당 9.8㎞(도심 8.4㎞/ℓ, 고속도로 12.3㎞/ℓ)다.


스티어링의 감각은 오버스티어 성향이 두드러져 운전을 즐길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하체는 편안한 GT보다 순수 스포츠카에 가깝게 설정된 느낌이다. 덕분에 과감하게 스티어링 휠을 돌려도 안정적으로 차체를 제어할 수 있다. 6기통 이상의 F-타입보다 동력은 줄었지만 핸들링은 아마 더 뛰어날 듯하다. 변속 레버 왼편의 레이싱 체크무늬 토글 스위치를 당기면 다이내믹 주행 모드로 바뀌면서 차가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작은 사이드미러를 보완하는 사각지대 모니터링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총평
가볍고 날랜 재규어식 스포츠카다. 정통의 재규어와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4기통 엔진은 자연스럽게 조율했다. 물론 재규어 외에 포르쉐 718, AMG 45 계열 등의 스포츠카가 6기통을 대체하는 4기통 2.0ℓ 터보를 얹고 있다. 가격은 8,950만원.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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