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경도 일대 발전소 공장 등을 시찰하다가 격노했다고 한다. “너절하다” “뻔뻔하다” “틀려먹었다”고 호통치며 ‘경제일꾼’들의 태만과 무능력을 질책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으로서야 답답할 것이다. 그는 2012년 정권 출범 직후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를 한참 밑돈다. 북한의 작년 경제성장률은 1%대로 추락한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나아질 조짐이 없다는 점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탓에 내년엔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 전망이 대세다.

그렇기에 ‘경제일꾼’들에 대한 김 위원장의 호통은 희생양 찾기에 불과하다. 진짜 비판 대상은 ‘우리 방식의 사회주의 경제’라는 망상에 대한 집착이다. 이 작동 불가능한 모델이 부진의 핵심이라는 점은 수십 년째 악화일로인 북한 경제상황이 보여주는 그대로다. 다른 길을 간 중국 ‘개혁·개방 40년’이나 베트남 ‘도이모이(쇄신)’의 성공에서도 입증된다.
제한적이고 폐쇄적인 개방은 해법이 못 된다. 불 꺼진 개성공단이 그 증거일 것이다. 경제의 모든 영역에서 시장원리를 최대한 확대하는 방식이라야 한다.

기회는 남아 있다. 연이은 파격 행보로 김 위원장에 대한 기대와 평가가 높아졌다. 국제사회는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 중이다. 개혁·개방을 위한 또 한 번의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 ‘인민들의 행복’을 목표로 삼는 역발상이야말로 정권을 유지하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글로벌 경제에서 철 지난 전체주의를 위한 자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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